임신중단에만, 그것이 합법적·윤리적 권리인지에만 초점을 맞추면 원치 않는 임신을, 그리고 무책임한 사정을 줄이지 못한다. 하지만 무책임한 사정을 크게 줄이면 원치 않는 임신도 줄어들고, 임신중단 역시 줄어들 것이다. -본문 중에서-

가브리엘르 블레어 지음 ㅣ 성원 번역 ㅣ 은행나무 펴냄


[시사의창=편집부] 여성의 몸에 대한 권리 대 태아의 생명권이라는 허구적인 대립이 이어지는 지금, 《책임감 있게 사정하라》의 저자 가브리엘르 블레어는 초점을 남성에게 돌려야 한다고 말한다. 임신은 여성 혼자 하는 것이 아닌데, 왜 임신중단에 관한 논쟁에서는 남성의 책임을 이야기하지 않는가?

가브리엘르 블레어는 임신중단의 99퍼센트는 ‘원치 않는 임신’ 때문에 선택하는 것인데, 바로 모든 원치 않는 임신의 원인은 남자라고 주장한다. 그는 간단한 생물학적 사실들로부터 이를 도출해낸다. 먼저 여성은 월경주기·배란일이 완벽하게 규칙적일 수 없어 가임기를 알 수 없으며, 복잡한 여성용 피임법을 완벽하게 사용하기도 쉽지 않다.

반면 남성은 365일 언제나 타인을 임신하게 만들 수 있으며,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이 어디에 사정할지 결정할 수 있다. 콘돔에 사정하든 질에 사정하든, 혹은 사정하지 않든 그것은 결국 남성의 선택이다. 따라서 피임을 하든 하지 않든, 남자가 여성의 질에 사정하기로 결정하지 않는 한 원치 않는 임신은 발생할 수 없다.

그렇다면 임신중단을 선택할지 고민할 필요조차 없어진다. 따라서 원치 않는 임신을 하게 되는 것도 임신중단을 선택하는 것도 무책임한 남성들 때문인 것이다. 그런데 왜 남성들은 지금까지 자신의 책임을 다하지도 않고, 자신의 책임을 추궁받지도 않게 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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