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위대한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위대한 사랑으로 작은 일을 하는 것. 작지만 끝까지 꾸준히 밀어가는 것. 그것이야말로 내가 아는 가장 위대한 삶의 길이다.” -본문 중에서-

박노해 지음 ㅣ 느린걸음 펴냄


[시사의창=편집부] 한국 현대사의 모순을 온몸으로 관통하며 ‘다른 길’을 걸어온 박노해. 그는 시대의 고통을 짊어지고 스스로 지은 ‘박노해’(박해받는 노동자 해방)라는 필명으로 1984년 첫 시집 『노동의 새벽』을 펴냈다. 이어 긴 수배와 사형 구형 끝에 무기징역을 선고받으며 한 인간이 닿을 수 있는 끝간 데까지 자신을 던졌다. 1평 남짓한 감옥 독방에서 7년 6개월 만에 석방된 그는 “과거를 팔아 오늘을 살지 않겠다”며, 다시 길 없는 길을 떠났다. 그렇게 20여 년간 세계의 높고 깊은 마을과 사람들 속을 찾아 걸으며 펴낸 책이 《다른 길》이다.

낡은 흑백 필름 카메라와 오래된 만년필로 기록해온 《다른 길》은 박노해 시인이 두 발로 써온 유랑 노트이자 사라져가는 최후의 기록이다. 위기로 치닫는 ‘성장과 진보’의 세계관을 넘어 오랫동안 다른 길을 모색해온 그는, 마지막 남은 희망의 종자를 채취하듯 사진을 찍고 글을 써왔다. 획일화된 산업 문명과 화폐 만능 생활의 경계 밖에서 우리가 잃어버린 ‘좋은 삶의 원형’과 ‘강인한 인간 정신’을 간직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지구시대 새로운 희망의 세계관을 제시하고 있다.

《다른 길》에 담긴 세계는 넓고도 깊다. 인류 정신의 지붕인 티베트에서부터 파키스탄, 버마, 인도네시아, 라오스를 거쳐 순례자들이 발길을 낮추는 땅 인디아까지. 박노해 시인은 지도에도 없는 마을들에서 만난 이름없는 이들의 헌신과 고결, 그리고 우리가 어느 순간 잃어버린 ‘좋은 삶의 원형’을 묵묵히 포착해냈다. 141컷의 사진마다 박노해 시인이 쓴 한 편 한 편의 글에는, 그 땅의 유구한 역사와 오늘의 일상, 그리고 지혜의 말이 담겨 우리에게 깊은 사유와 울림을 선사한다.

창미디어그룹 시사의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