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V 국민방송, 계엄 미화 논란…정치적 발언 자막 삭제 지시 의혹

김성국 승인 2024.12.20 13:26 의견 0
(사진:SBS)


[시사의창=김성국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국방일보가 대통령의 입장을 비판 없이 보도하며 계엄령을 미화했다는 논란이 불거졌다. 이에 더해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KTV 국민방송에서도 계엄과 관련된 특정 정치적 발언을 배제하라는 내부 지시가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정치적 발언 자막 삭제 지시

KTV 뉴스 자막 담당자였던 교철 씨에 따르면, 지난 12월 3일 밤 11시부터 시작된 계엄 특보 방송에서 "계엄은 불법이다"는 일부 정치인들의 발언을 자막으로 송출했으나, 곧바로 담당자로부터 이를 삭제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지시는 대통령과 계엄 포고령과 같은 사실적인 내용만을 전달하라는 취지였다.

교 씨는 이 같은 지시에 대해 "국민의 눈과 귀가 되어야 할 공영 방송이 정보를 은폐하려 했다"며 거부 의사를 밝혔으나, 방송 과정에서 일부 자막은 삭제된 채 송출됐다. 이후에도 정치적 발언 자막 배제를 요구하는 지시는 지속됐으며, 교 씨는 이러한 상황이 언론인의 기본 원칙을 훼손한다고 비판했다.

내부 갈등과 해고 통보

계엄 선포 다음 날인 12월 4일, KTV 측은 교 씨가 담당하던 업무의 신규 담당자를 뽑겠다는 통보를 하며 사실상 해고 조치를 취했다. 교 씨는 16년간 KTV에서 일해 왔지만, 이 같은 상황에 실망하며 "언론인으로서 공정성과 판단을 지키고 싶다"고 말했다.

국회 관련 영상 배제 의혹

계엄 선포와 관련한 국회 상황을 담은 영상은 KTV 특보에서 전혀 다뤄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가 계엄 해제를 의결하는 장면이나 관련 논의는 생략된 반면, 대통령 담화는 열 차례 이상 반복 송출되며 계엄의 정당성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방송이 이루어진 점이 논란의 핵심이다.

KTV는 이에 대해 "정당 정치 뉴스를 다루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며, "당일 국회 상황을 다루지 않은 것은 인력 부족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언론계와 시민단체는 공영 방송으로서의 공공성을 저버렸다는 비판을 제기하며 책임을 묻고 있다.

공공 방송의 역할에 대한 논의 필요

이번 사건은 공영 방송이 정치적 중립성과 공공성을 얼마나 잘 유지하고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계엄과 같은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국민에게 정확하고 공정한 정보를 전달해야 할 공공 매체가 특정 관점을 미화하거나 정보를 은폐한다면, 이는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심각한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공공 방송의 책임과 역할에 대한 사회적 논의와 더불어, 이번 사태에 대한 철저한 진상 조사가 필요하다. 이를 통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언론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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