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에서 응원봉으로, 민중가요에서 K팝으로
비상계엄에 놀라고 화난 MZ, X 보고 여의도로
K-POP과 응원봉, SNS가 결합된 집회 문화...
가상의 단체 깃발에 새기고, 아이돌 응원봉 들고
8년 만에 변화된 집회 문화에 시민들 엄지 척
도심에 수백만 명 모였지만 우려했던 사고 無
[시사의창=정용일 기자] 최재 도중 불현듯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극적인 골로 4강 진출이 확정되던 순간이 떠올랐다. 그때 누군가는 서로 부둥켜안고 펑펑 울었으며, 또 누군가는 제자리에서 펄펄 뛰면서 환호성을 질렀다. 국민 전체가 들썩거리던 순간이었다. 그리고 12월 14일 오후 5시를 조금 넘긴 시각, 여의도 국회대로에 마련된 대형 전광판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가결 소식이 전해지면서 2002년의 딱 그때가 떠올랐다. 그때도 그랬고 이때도 그랬다. 아마도 당일 집회에 참가했던 사람들은 지난 14일 오후 여의도에서의 그 기억을 쉽게 잊지 못할 것 같다. 그들에게 그 날은 곧 축제였다. 경험해보지 못한 축제였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윤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형형색색의 아이돌 응원봉을 들고 탄핵을 외치고 있다./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지난 14일 국회에서 가결되자 서울 여의도와 광화문 일대에서 각각 찬성과 반대를 외치는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이날 집회에 참가한다는 것은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해야만 하는 날이었다. 엄청난 인파가 몰릴 것이 불 보듯 뻔한 날이기 때문이었다.
집회 당일 날 여의도역이나 국회의사당역과는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다고 느꼈던 9호선 동작역조차도 10여 명의 경찰관들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을 정도였다. 진작부터 9호선 여의도역과 국회의사당역은 무정차한다는 뉴스를 접한 시민들은 이미 당산역에서 내려 여의도까지 걸어갈 작정으로 이동 중이었다. 기자 또한 그러했다. 하지만 지난 7일 집회 때처럼 운이 좋게도 갑자기 여의도역에 정차했고, 다행이라고 느끼는 순간 바로 지옥을 경험하고야 말았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윤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에 참가하기 위해 모인 시민들이 여의도역을 가득 매운 모습.
여의도역에 하차하는 순간부터 이미 출구를 통해 밖으로 나가는 모든 구간이 사람으로 가득 찬 상태였다. 그렇게 30여 분 가까이 제자리에 서있다시피 하다 보니 추운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이마에서 흘러내린 땀방울이 턱 밑으로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옷까지 겹겹이 껴 입소 있었으니 땀에 젖은 그 찝찝함이야 이루 말할 수 없을 지경이었다. 그렇게 여의도 역에서 3번 출구를 통해 밖으로 빠져나오는데만 1시간이 걸린 것 같았다. 아마 이날 지하철을 이용해 여의도에 온 모든 사람들이 이 지옥 같은 과정을 거쳤을 것이다.
지난 7일에도 주최 측 추산 100만 명의 인파가 여의도에 모였다. 실제 눈으로 봐도 정말 많은 사람들이 모였었다. 그리고 14일 여의도역 3번 출구를 통해 밖으로 나오니 딱 봐도 일주일 전 100만 인파와는 비교조차 안 되는 수준이었다. 사진 촬영을 위해 요령껏 사람들을 피해 다니면 큰 막힘 없이 이동할 수 있었던 구간들조차 엄청난 인파로 가득 차 이동조차 불가능한 수준이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윤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에 참가하기 위해 여의도역 5번 출구로 빠져나가는 모습.
겨우겨우 이동을 하면서 사진 촬영을 하던 도중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안 가결이 통과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여의도 일대는 그야말로 엄청난 함성과 함께 축제의 장으로 변했다. '저 어린 친구들이 정치에 대해 뭘 얼마나 알까' 싶을 정도의 10~20대 나이로 보이는 젋은 사람들이 서로 부둥켜안고 울먹이는 모습이 주변 곳곳에서 보였다. 순간 누가 저 많은 친구들을 이곳으로 불러냈으며, 저들의 눈에서 눈물나게 만들었는지에 대해 다시 한번 깊게 생각해 보는 순간이기도 했다.
탄핵안이 가결되자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가 흘러나왔고, 집회에 모인 모든 사람들은 노래를 떼창 하기 시작했다. 표정은 더없이 밝고 행복해 보였다. 자유를 억압받을지도 모를 상황에 대한 두려움에 떨고, 그러한 상황을 만든 대통령에 분노하며 지내온 이들은 이날만큼은 모든 근심 걱정은 버려둔 채 한없이 행복해만 보였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윤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추운 날씨 속에서도 탄핵을 외치고 있다.
경찰 비공식 집계에 따르면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탄핵 찬성 집회에는 주최측 추산 200만명, 경찰측 추산 최대 20만8천 명, 광화문 탄핵 반대 집회에는 최대 4만1천 명이 모였지만, 양측 집회 모두 별다른 충돌 없이 평화적으로 마무리됐다. 경찰과 소방 당국은 이번 집회에서 체포되거나 병원으로 이송된 사례가 단 한 건도 없었다고 밝혔다. 이는 양측 모두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집회를 이어갔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여의도 집회에서는 참가자들에게 따뜻한 음료와 핫팩, 방석 등 방한용품이 제공되는 등 배려 깊은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한 참가자는 "집회 현장에서 예상치 못하게 다양한 물품을 받아 감동했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광화문 집회 역시 평화롭게 진행됐다. 참석자들은 각자 준비한 간식과 음료를 주변 사람들과 나누며 연대의 의미를 더했다. 한 참가자는 "예상했던 결과지만,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목소리를 내며 대통령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윤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에 참가한 시민이 등 뒤에 아이를 업고, 깃발을 들고 이동하는 모습. 이젠 이러한 풍경도 집회 장소에서 더 이상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모습이 되어 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집회를 통해 한국 시민 사회에서 평화적 집회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지금처럼 정치적 양극화가 심한 상황에서도 평화적인 방식으로 의견을 개진하려는 시민 의식이 고양된 것은 여러 차례의 정치적 변화를 겪은 한국 사회의 성숙한 모습이라는 것이 공통된 시각이다.
이번 여의도와 광화문 집회는 대규모 인원이 참여했음에도 불구하고 질서를 유지하며 평화롭게 마무리된 점에서 향후 집회 문화의 모범 사례로 꼽힐 전망이다.
"이 세상 속에서 반복되는 슬픔 이제 안녕∼"
무거운 집회 문화, 축제의 장으로 바꾼 MZ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재표결이 진행된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일대는 마치 축제를 연상케 하는 활기로 가득 찼다. 과거 격렬한 충돌과 긴장이 가득했던 집회와 달리, 이번 집회는 K팝 문화를 접목하며 문턱을 낮추고 새로운 형태의 시위 문화를 보여줬다. 지난 12월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는 대규모 집회로 떠들썩했다. 이날 국회 앞에서는 가수 지드래곤의 ‘삐딱하게’가 울려 퍼졌고, 참여자들은 촛불 대신 아이돌 팬덤의 상징인 응원봉을 흔들며 시위에 동참했다. 이 집회는 과거의 정치적 시위와는 달리, 젊은 세대와 아이돌 팬들 중심으로 활기찬 분위기가 이어졌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윤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형형색색의 아이돌 응원봉을 흔들며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외치고 있다.
그리고 일주일이 지난 14일 토요일 더욱 많은 MZ세대들이 여의도로 집결했다. 이날 집회는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가 울려 퍼지며 시작됐다. 희망과 연대를 노래하는 가사를 참가자들이 함께 부르며, “윤석열은 퇴진하라”는 문구가 적힌 손피켓을 흔드는 모습은 흥겨운 에너지로 넘쳤다. 촛불 대신 K팝 아이돌의 응원봉이 집회의 주요 아이템으로 떠오르며 현장은 다채로운 빛으로 물들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윤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에 참가한 시민이 BTS 응원봉을 흔들며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외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윤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에 참가한 시민들 아이돌 응원봉을 흔들며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외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윤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에 참가한 시민들 '윤석열 탄핵' 글구가 새겨진 아이돌 응원봉을 흔들며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외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2030세대에게 큰 충격을 안겼다. 계엄령은 해제되었지만, 이들에게는 역사책에서만 보던 공포감과 불안감을 실감하게 했다. 취업준비생 전모(27)씨는 “새벽에 일어나 보니 모든 사태가 끝나 있었지만, 그 전까지는 불안감에 떨었다”고 회상했다. 대학생 최모(23)씨는 "비상계엄령 선포 소식을 늦은 밤에 처음 접하면서 순간 가짜뉴스인 줄 알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무섭고 몸이 떨리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들은 “국가가 나를 지켜주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집회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1세대부터 4세대까지 K팝 아이돌 팬들이 god, 소녀시대, 방탄소년단, 뉴진스 등 다양한 음악에 맞춰 박자를 맞추며 “윤석열 탄핵”을 외쳤다. 경기 여주에서 온 박은순(42) 씨는 “지난주 집회에서 젊은 여성들이 응원봉을 흔드는 모습을 보고 딸과 함께 트와이스 응원봉을 준비했다”며 딸 박예나(21) 씨와 함께 탄핵을 외치는 데 참여했다. 박 씨는 “만약 이번 주에 또 부결된다면 다음 주에도, 그 다음주에도 가결될 때까지 지치지 않고 계속 참여하겠다”고 다짐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윤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에 부모를 따라 참가한 아이가 깃발을 들고 탄핵을 외치고 있는 모습.
이번 탄핵 집회는 2016년 박근혜 탄핵 당시의 집회와 비슷한 규모로 진행되었으나, 그 양상은 크게 달라졌다. 광장은 마치 공연장처럼 변했고, K-pop 아이돌의 노래와 함께 팬들은 응원봉을 들고 ‘떼창’에 참여했다. 2030세대, 특히 여성 참가자들의 비율이 높아졌으며, 다양한 색깔의 응원봉이 현장을 가득 채웠다. 특히 이전 집회에서 보였던 노동단체나 진보 정당의 깃발 대신, '내향인들의 모임', '아무것도 안 하고 싶은 사람들의 모임' 등 다양한 정체성을 내세운 깃발이 등장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윤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에 참가한 시민이 다소 익살스런 글구가 적힌 깃발을 들고 이동하고 있는 모습.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윤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각양각색의 깃발을 들고 이동하고 있다.
‘광란의 칼춤 댄스 동호회’, ‘어리굴젓 숙성 연구회’, ‘게국지 홍보 추진단’ 같은 독특한 이름의 단체들이 등장하며 집회는 유쾌하면서도 메시지 전달에 충실했다. 고등학생 양정인(18) 씨는 “지금 보는 것처럼 즐거운 분위기라고 해서 진정성이 없는 건 아니다”라며, “예전처럼 엄중하고 폭력적인 분위기였다면 저희 같은 10대는 절대 참여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치와 유머가 담긴 깃발이 곳곳에서 눈길을 끌면서 이번 집회에서 응원봉과 함께 집회에 참가한 사람들에게 큰 웃음을 주기에 충분했다.
특히 아이돌 팬들의 응원봉이 중요한 이유는 SNS, 특히 '엑스'(옛 트위터)의 영향이다. 집회 참여를 결심한 팬들은 SNS를 통해 '응원봉을 들고 가도 된다'는 메시지를 보고 참여하게 됐다. SNS에서는 집회 현장의 영상이나 정보가 빠르게 퍼져나갔으며, 팬들은 인증 사진을 올리며 서로를 독려했다. 대학생 이모(21)씨는 "SNS에서 탄핵 시위와 관련된 내용을 자유롭게 공유하며, 같은 또래 친구들의 집회 참여가 자연스럽게 이어졌다"고 말했다. 아마도 이들에게 ‘무한 기다림’은 아이돌의 팬으로서 익숙한 문화였기 때문에, 집회에서 오랫동안 기다리며 참여할 수 있던 것으로 보인다.
지금의 집회 문화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다원적이고 민주적인 방식으로 집회가 진행되고 있으며, 이들이 응원봉을 흔드는 모습은 단순한 춤이 아니라 '시대의 외침'이라고 보는 게 맞다. 이번 집회가 새로운 시위 문화를 보여주며 민주적이고 평화로운 집회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집회는 대중문화를 접목해 다양한 세대와 계층이 공감하며 참여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정치적 집회 모델로 자리 잡고 있다.
광주 5.18에 주먹밥 나눔이 있었다면
따듯한 커피로 여의로 데운 시민들...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재표결이 이루어진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역 인근의 한 카페에서 대학생 윤지나(23)씨는 점원에게 "집회하러 왔습니다. 민주 승리!"라고 외친 뒤, 커피 한 잔을 받아갔다. 이 카페는 미국에서 조교수로 근무 중인 이지애씨가 선결제한 음료 100잔과 빵 100개를 제공하는 곳이다. 카페에서 "민주 승리"라는 구호를 외치면 무료로 커피를 제공받을 수 있었다. 이씨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조국의 민주주의가 침탈당한 위중한 상황을 두고, 멀리서 마음이라도 모았다"고 밝혔다.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가 선결제한 커피숍./X 갈무리
이 날, 국회의사당 근처의 여러 카페들은 선결제 상품을 수령하기 위해 온 시민들로 붐볐다. '선결제'는 집회 참가자들이 시위에 참여할 수 있도록 음료나 간식 등을 미리 결제해 두는 방식으로,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연대를 촉진하고 있었다. 오하윤 씨는 “이런 분들 덕분에 학생을 비롯한 많은 시민들이 시위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된다”며, “결제자들의 마음을 잘 받들어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는 모습을 반드시 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같은 선결제 문화는 ‘시위도 밥 먹고’라는 온라인 사이트를 통해 실시간으로 공유되며 확산되고 있다. 이 사이트에서는 전국 각지에서 선결제가 이루어진 카페와 식당들의 위치를 안내하고, 카페와 식당들의 재고 상황도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된다. 예를 들어, 국회의사당역 근처의 한 카페는 "기부자의 요청으로 14일 하루에만 무료 커피와 음료를 제공한다"는 안내문을 붙여놓았다.
이날 카페에서 선결제 음료를 수령한 진보라(29) 씨는 “집회로 인한 소음으로 상가들이 피해를 볼 수 있지만, 선결제를 걸어놓으면 주변 상인들의 거부감을 덜어주는 긍정적인 영향도 있다”며 이 문화가 가진 의미를 설명했다. 김민지(29) 씨는 “8년 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 때도 방석과 핫팩을 나눠주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그 마음이 음료 선결제 운동으로 발전한 것 같다”며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카페 직원 A씨는 “계엄 사태 직후부터 선결제 주문이 들어왔으며, 최근 몇 일간은 평소보다 5배 정도 주문량이 급증했다”며, “이를 감당하기 위해 근무 시간이 아닌데도 자원해 출근했다”고 말했다.
이와 같은 선결제 운동은 집회뿐 아니라 집회 현장 인근 화장실, 주말에 영업하는 식당, 쉼터 등을 표시해주는 지도 사이트와 함께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요즘같은 SNS 시대에서 시민들의 연대 의식이 이런 방식으로 나타나는 것은 이제 거부할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다. 몸은 집회에 참여하지 못하더라도 어떻게든 기여하려는 시민들의 이러한 행동은 앞으로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질서 있는 퇴진 무산에 뿔난 국민들
'질서 있는 퇴장' 본보기 보여줬다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가결된 가운데, 탄핵 찬반 집회가 전국 곳곳에서 열렸다. 대다수의 참여자들은 집회가 끝난 후 '질서 있는 퇴장'을 몸소 실천하며, 집회 현장을 깔끔하게 정리하는 모습을 보였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윤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가 끝나고 참가자들이 자발적으로 청소해 말끔해진 국회대로의 모습./sns 갭처
이날 집회에 참가한 수많은 참가자들의 외침은 윤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로도 한동안 계속해서 이어졌다. 그 뜨거웠던 열기가 차츰 가라앉으면서 집회가 마무리된 직후 시민들은 자발적으로 현장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특히,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SNS)에는 집회가 끝난 뒤 쓰레기를 주우며 현장을 정리하는 시민들의 모습이 담긴 사진들이 공유되었다. 사진 속 시민들은 해가 저물고 입김이 절로 나오는 찬 날씨 속에서도 장갑 없이, 혹은 장갑을 낀 채 쓰레기 정리에 열중하는 모습이다. 여럿이 힘을 합쳐 정리한 덕분에 한때 어수선했던 현장은 금세 말끔하게 정돈됐다.
12월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와 광화문 일대에서 대규모 집회가 열린 가운데 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청소를 하고 있는 모습./인터넷 커뮤니티 갈무리
정리된 쓰레기는 폐기물 전용 쓰레기봉투에 담겨 한데 모였으며, 사진을 공유한 누리꾼들은 "자원봉사자분들도 계시고 참여 시민분들이 끝까지 도와주셨다. 저 넓은 공간에 쓰레기 하나 없는 것 좀 봐라. 모두 고생하셨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일부 누리꾼들은 "시민의식 미쳤다", "깨끗한 정치판을 위해 솔선수범하는 대한민국인들. 완벽하다", "나 오늘 다녀왔는데 애초에 쓰레기가 거의 없었다. 다들 본인 가방에 챙겨갔다", "이게 바로 질서 있는 퇴장 아닌가", "시민의식 너무 대단하고 자랑스럽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번 탄핵 집회에서 시민들이 보여준 질서와 자발적인 쓰레기 정리는 많은 사람들에게 큰 인상을 남겼으며, '깨끗한 집회 문화'의 표본으로 평가받고 있다.
2016년 박근혜 탄핵 집회는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었으나, 2023년의 집회는 한층 더 동적이고 축제 같은 분위기가 펼쳐졌다. 2016년 탄핵 집회에서는 민주노총과 진보 정당이 주도했지만, 이번 집회는 민간 시민들이 중심이 되어 다양한 팬덤이 결집했다.
비상계엄 선포 후 시민들은 빠르게 집회에 참여하며 탄핵을 촉구했다. 참가자들은 대통령실이 아닌 국회를 향해 분노의 목소리를 높였으며, 단기간에 광장으로 모여든 시민들의 반응은 격렬했다. 한 참가자는 "계엄령은 차원이 다른 문제라고 느꼈다"며 "이런 상황에서 탄핵을 외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번 집회는 과거와는 다른 양상과 분위기를 보여주었으며, SNS와 팬덤 문화의 결합이 새로운 집회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음을 시사한다. 2030세대는 정치적 변화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집회를 단순한 시위가 아닌 하나의 사회적 행사로 만들어가고 있다.
정용일 기자 citypres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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