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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의창=원광연 기자] 우리나라 한글은 전 세계에서 가장 완벽한 문자체계를 갖춘 언어로 평가받고 있다. 이 덕분에 우리나라는 세계 최저 수준의 문맹률을 자랑하며, 모든 국민이 문자를 읽고 쓸 수 있다는 점에서 높은 언어적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최근 조사에서 글자를 읽고 쓸 수 있는 기본 능력과는 별개로, 글의 의미와 내용을 이해하는 문해력에서는 OECD 평균보다 낮은 결과가 나타나 충격을 주고 있다. 이는 단순히 한글의 문제라기보다는 우리 사회 전반의 언어 사용과 교육의 방식에 대한 경고로 해석된다.

글자를 읽고 쓰지만 그 뜻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은, 표현하는 능력은 있으나 이를 내면화하거나 비판적으로 사고하는 인지적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실질적인 문맹으로 이어질 수 있는데, 표면적으로는 발화 능력을 갖추었으나, 내용의 핵심을 파악하거나 정보를 비판적으로 수용하지 못하는 상태를 말한다.

이러한 문제는 단순히 개인의 학습 능력 부족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소통과 지식 습득에 대한 전반적인 한계를 드러낼 수 밖에 없다.

그동안 문해력의 문제는 특히 나이 어린 세대들, 즉 10대와 20대의 문제로만 여겨져 왔다. 하지만 이번 조사 결과는 성인들조차 과거에 비해 문해력이 상당히 떨어졌음을 보여주고 있다.

10년 전과 비교해 성인들의 문해력이 크게 하락한 점은 단순히 개인적 학습이나 노력이 부족한 차원을 넘어, 디지털 환경의 변화와 정보 습득 방식이 언어 이해 능력에 미치는 영향을 시사한다.

문해력 저하의 근본적인 원인은 단순히 읽고 쓰는 기술의 문제를 넘어, 정보를 수동적으로 소비하고 깊이 있는 이해의 과정을 거치지 않는 현대인의 생활 방식에 기인할 가능성이 크다.

디지털 기기와 간단한 요약 정보에 의존하는 환경에서는 복잡한 문장을 읽고 분석하는 경험이 부족해지고, 이로 인해 텍스트의 의미를 다각적으로 분석하면서 비판적으로 이해하는 능력이 약화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개인의 문제를 넘어, 사회적 소통의 질이 저하되며 건강한 비판 의식을 통해 사회 발전의 동인으로 삼는 공동체적 질서에도 심각한 타격을 주게될 것이 자명하다.

한글이라는 우수한 문자체계를 가진 나라에서 문해력이 저하된다는 점은 아이러니하며, 우리 사회에서 필요한 것은 단순한 주입식 교육을 넘어 의미 이해와 사고력 향상을 중심으로 접근해야 함을 보여주고 있다.

더불어 성인을 포함한 전 세대가 이러한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문해력을 높이기 위한 실질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이는 단순히 개인의 지식 향상이 아니라, 정보의 홍수 속에서 진실을 파악하고 사회적 의사소통을 원활히 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기 때문이다.

원광연 기자 winad@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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