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엄 산, 코너공간에서 바라본 하늘, 2024, IPHONE 12
[시사의창 2024년 12월호=김향란 칼럼니스트] 이세상에 색이 없는 환경은 존재할까? 빛이 존재하고 우리의 눈이 이를 인지할 수 있는 한, 공기처럼 존재함은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이런 사실은 아이러니하게도 우리 눈을 속이는 방식으로 나타나곤 한다.
우리가 보는 색은 주변의 다른 색들에 영향을 받아 다르게 인식되기 때문이다. 주변색이 본래 보고자 하는 색을 왜곡시켜 본질을 흐리게 만드는 현상을 색채학에서는 '대비현상'이라 부르고 이로 인해 환경은 그 색의 변화된 상을 투영시킨다.
색채지각은 시각을 통해 이루어지며, 감각기관의 상대성 때문에 일정하게 유지되기 어려운 가변성의 존재인 듯하다. 시각 외에도 그날의 컨디션, 시간, 시각의 각도, 감정 상태 등 다양한 요소들이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색이 강하게 또는 약하게도 느낀다.
김정희 교수는 자신의 저서 「심리학의 이해」에서 색채지각의 상대적 기준에 대해 설명했다. 인간의 눈은 사물을 인지하는 데 있어 색채지각뿐만 아니라 깊이와 거리 지각도 중요한 기준이 된다는 것이다.
즉, 색을 구분하는 데 있어 우리는 상대적인 기준을 바탕으로 판단하며, 그 기준에는 중첩, 크기, 높이, 질감, 친숙함, 거리감 등이 포함된다. 이러한 상대적 기준에 따라 사물을 인지하게 되므로, 특정한 조건 하에서는 다양한 착시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떤 종류의 착시가 발생할까? 이는 대비현상에 의해 일어나며, 색상, 명도, 채도의 세 가지 속성이 기본 원리로 작용한다. 같은 색이라도 주변 색에 따라 다르게 지각되는 색상대비 현상이 있다.
예를 들어, 반대색의 영향에 의해 색이 다르게 보인다. 색채지각의 원리를 설명하는 헤링의 반대색설에 따르면, 망막에는 빨강-초록, 노랑-파랑, 하양-검정의 한 쌍으로 이루어진 혼합물질이 존재하며, 이 물질들이 이화(분해)와 동화(합성) 과정을 통해 색을 인지하게 된다. 제시된 그림을 보면, 같은 주황색이라도 빨간 배경에서는 더 노란 기미를 띠고, 노란 배경에서는 빨간 기미를 띤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색의 상대성에 따라 따뜻한 색은 물체를 실제보다 크게 보이게 하고, 차가운 색은 물체를 실제보다 작게 보이게 한다.
일상적인 상황에서도 색채지각의 상대적 특성을 잘 보여주는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다. 한 고객이 카펫의 색상을 회색으로 주문했으나, 집에 설치하고 나서 보니 카펫이 회색이 아니라 푸른 기가 도는 회색처럼 보였다고 불만을 토로하며 매장에 다시 방문했다.
이 경우, 고객이 본 회색 카펫은 실제로 다른 색이 아니었고, 집안의 색채 환경에 영향을 받아 달리 보인 것이다. 그럼 집안의 색채 환경은 어떤 상태였을까? 푸른 기가 돌았다는 것은 벽면 색이 붉은색 계통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점원은 고객에게 정중하게 물어보았고, 벽의 색은 피치와 오렌지 계통임을 확인했다.
집안의 커튼 색이 주문한 색과 다르게 보인다면, 벽의 색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또한, 조명의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 색온도에 따라 주변 사물의 색이 달라지며, 자연광에서 볼 때와 인공광에서 볼 때, 심지어 시간에 따라 색이 다르게 보인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그러나 반대로, 색의 항상성 측면에서는 기억된 색, 즉 기억색이 어느 환경에서도 동일하게 인지될 수 있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대비 효과를 잘 활용하면, 진열된 제품의 색을 더욱 선명하게 강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장미꽃을 더 돋보이게 하고, 사과를 더욱 맛있고 선명하게 보이게 만드는 것은 보색인 잎사귀가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우리가 일상에서 경험하는 색들이 그날그날 다르게 보이는 이유를 이제 조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색채 지각은 정량적이고 논리적인 것보다는 정성적이고 감성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으며, 색면에서 느껴지는 감각적 자극의 균형을 잘 맞추고, 이에 대한 속성의 뉘앙스를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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