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국방위에 출석한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 사진=연합뉴스


[시사의창=원광연 기자] 지난 3일 발표된 계엄사령부 포고령은 "국회와 지방의회, 정당의 활동과 정치적 결사, 집회, 시위 등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한다"고 명시했다.

이는 헌법이 보장하는 국민의 기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내용으로 즉각적인 비판을 받았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포고령에 두 차례나 등장한 "처단한다"는 표현이다. 이 용어는 통상적으로 생명형이나 극형을 연상시키는 단어로, 국민 겁박에 의도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의심을 감출 수 없다.

불법 위헌적인 포고령 내용이지만 백번 양보해 오직 당국의 입장을 성문(成文)하였다는 표현의 측면에서만 살펴보면 ‘처분한다’ ‘처벌한다’가 정상적인 용례일 것이다. 유추해 보면 '처단'이라는 용어는 형별을 구분하는 법률 용어를 참조했을 것으로 보여진다.

형법에서 형벌의 종류는 법정형, 처단형, 선고형으로 구분되는데, '처단형'은 범죄의 정상을 참작하여 법정형의 범위 내에서 가중과 감경을 적용하여 정해지는 형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빅토르 위고의 소설 '레 미제라블'의 주인공 장발장이 굶주림 때문에 빵을 훔친 경우 법정형은 절도죄에 해당하는 6년 이하의 징역이지만, 처단형은 범행 동기와 상황을 고려해 더 가벼운 형량이 선고될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가중과 감경이다. 형량은 감경도 될 수 있지만 최고 2배가 가중될 수 있다는 게 처단형의 함정이다. 즉 진짜로 계엄이 실행되었다고 가정했을 때 제멋대로 처벌하기 위한 포고령이었던 셈이다. "국민에게 공포감을 주려는 의도“가 명백해 보이는 지점이다.

또 하나 문제가 되는 표현은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한다"는 항목이다. 맞춤법에 어긋난 표현이다. 이 단어는 한자로는 一切로 표기하되 긍정적 의미에서는 ‘일체’로 사용되며 부정적 문맥에서는 '전혀' 또는 '절대로'라는 의미로 ‘일절'이라고 표현해야 한다.

1972년 박정희 정권이 발표한 포고령에도 “모든 정치 활동 목적의 옥내외 집회 및 시위를 일절 금한다”고 했다.
기본적인 맞춤법도 지키지 않은 반헙법적인 ‘포고령’은 그러므로 위신도 신뢰도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원광연 기자 winad@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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