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참사는 골목에 머물지 않는다

이태원 참사 가족들이 길 위에 새겨온 730일의 이야기

편집부 승인 2024.12.03 15:51 의견 0

그날 나는 지구 반대편을 거슬러 올라간 스발바르 제도의 북극 바다 한가운데에 있었다. 내가 탄 배는 암초에 부딪혀 그르렁대는 엔진 소리를 토해냈고, 나는 그 순간 세월호를 떠올렸다. 섬으로 돌아올 때까지 그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그리고 그날 밤, 생소한 외국의 텔레비전을 뒤덮은 장면은 이태원이었다. 참사는 그렇게 연결되고 있었다. 삶은 때로는 경이롭지도 아름답지도 않다. 책에 담긴 이야기들을 읽으며 무척 힘들었다. 내가 이 책을 ‘추천’할 수 있을까. 그럼에도 우리에게 반드시 남겨야 할 기록이라는 마음으로…. -손석희(언론인)-

10·29 이태원 참사 작가기록단, 김혜영 지음 ㅣ 창비 펴냄


[시사의창=편집부] 이태원 참사로 자녀를 떠나보낸 부모들의 이야기를 선명히 담아낸 기록집 <참사는 골목에 머물지 않는다>. 참사 2주기를 앞두고 출간된 이번 책은 유가족 활동 전면에 나섰던 부모들의 절절한 외침과 분투부터, 뿔뿔이 흩어진 탓에 좀체 드러나지 못했던 지역 및 해외 유가족들의 애타는 심경과 트라우마, 참사 이후의 삶까지 그러모아 기록했다.

참사를 애도하고 기억하고자 하는 뜻으로 작가와 활동가 들이 결성한 10ㆍ29 이태원 참사 작가기록단이 25명의 유가족을 직접 만나 인터뷰하고 동행취재 하면서, 사회적 재난으로서의 이태원 참사가 왜 발생했는지 그리고 유례없는 재난참사를 최전선에서 마주한 유가족 투쟁은 오늘날 한국 사회에 어떤 궤적을 그려내고 있는지 지난 두해 동안의 증언과 실례들을 꼼꼼히 길어 올렸다.

세월이 가고 망각이 덮어도 결코 지워지지 않는 이태원 참사 730일의 이야기. 안전이 실종되고 참사가 번져나가는 한국 사회를 부서지는 마음과 온몸으로 체감한 가족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보자. 참사는 어느 날 갑자기 일어나지 않으며, 골목에만 머무르지도 않는다. 재난과 상실, 위험이 일상화된 지금 우리에게 나침반이 되어줄 중요한 기록이다.

창미디어그룹 시사의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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