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섭의 스포츠 칼럼] 박종팔과 홍수환이 친밀해진 결정적인 스토리

조영섭기자 승인 2024.11.28 14:42 의견 19
WBC 슈퍼 미들급 챔피언 박종팔


[시사의창=조영섭 기자] 2012년 12월 16일은 장안동에서 박종팔 챔프가 체육관을 개관한 매우 뜻깊은 날이다. 역사적인 관점에서 살펴보면 1598년 12월 16일은 이순신 장군이 노량해전에서 전사한 날과 겹쳐 매우 의미 있는 행사로 기록된 박종팔의 개관식이었다. 이날 열린 행사에는 국내 프로 복싱사상 최초로 2체급을 석권한 홍수환 챔프가 참석 자리를 더욱 빛내주었다.

잠시 후 홍수환 챔프가 마이크를 잡고 단상에 올라 박종팔과 지난 추억에 관해 이야기보따리를 풀었다. 그리하여 두 복서 간의 역사적인 숨은 비화(祕話)가 한 꺼풀씩 벗겨졌다. 내용인즉 시간의 수레바퀴를 38년 전인 1986년 4월로 돌려보자. 당시 IBF 슈퍼 미들급 챔피언 박종팔은 미국에 원정 도전자인 비니. 커토를 상대로 3차방어전을 벌인다. 당시 한국은 미국원정 24연패를 당한 치욕적인 기록을 가지고 있었다. 24연패 중엔 1975년 3월 14일 LA에서 벌어진 WBA 밴텀급 챔피언 홍수환의 2차 타이틀방어전에서 멕시코의 자모라 에게 허망하게 당한 4회 KO패의 흑역사(黑歷史)도 포함되어 있었다.

담화를 나누는 홍수환과 박종팔(우측)


당시 알래스카에 거주하던 홍수환은 박종팔의 경기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경기가 펼쳐지는 LA로 비행기를 타고 득달같이 달려와 박종팔 캠프에 합류한다. 그리고 경기 일주일전 미국에 도착한 박종팔을 위해 자신이 빌린 차량으로 체육관까지 데려다주는 등 챔피언 박종팔이 타국에서 훈련하는데 각종 편의를 제공한다. 박종팔은 지난 1985년 6월 비니 커토와 부산에서 벌인 2차방어전에서 한차례 경기를 펼쳤었다.

그러나 졸전 끝에 15회 판정승을 거두고 10개월 만에 미국에 원정 비니.커토와 재대결을 펼치게 된 것이다. 당시 경기에서 한국인 김재근 심판마져도 144ㅡ 142 단 2점차로 박종팔의 우세로 채점할 정도로 비니 커토와 벌인 1차전은 박빙의 승부였다. 비니 커토 측에선 2차방어전에 다소 무기력한 경기를 펼친 박종팔에게 거액의 파이트머니 (11만불.한화1억원)를 제시하면서 홈링으로 모셔와 한국선수 미국원정 25연패의 재물로 삼기 위한 복선을 깔고 있었다.

그동안 한국복서들은 미국 링에서 홍수환을 비롯 오영호 김태식 이승훈 최충일 황준석 김상현 백인철 이승순 등 내노라하는 간판 복서들이 미국 링에서 연달아 참패를 당했다. 특히 박종팔의 동료 복서인 김득구가 1982년 11월 WBA 라이트급 챔피언 래이 맨시니에 도전했다가 선전에도 불구 끝내 불귀의 객이된 사실은 기억에도 새롭다. 참고로 2차방어전에서 박종팔이 수령한 파이트 머니는 2천 7백만이었다.

비니 커토를 맹공하는 박종팔(우측)


그런 박종팔에게 4배에 육박하는 거액의 파이트 머니를 줄 만큼 비니. 커토 측에선 충분한 승산이 있다고 내다보고 박종팔에게 러브,콜 을 보낸것이다. 이 중요한 대결을 앞두고 박종팔은 8년 선배 홍수환의 합류로 인해 금과옥조(金科玉條) 같은 각종 조언을 들으며 심적인 안정감을 찾으면서 쾌조의 컨디션을 유지한다. 홍수환의 합류로 인해 용기백배한 박종팔은 이 경기에서 도전자 비니. 커토 에게 3회 첫 다운을 탈취한후 여세를 몰아 끈덕진 맷집으로 무장한 커트를 15회 마지막 라운드에서 연타를 줄기차게 품어내자 누적된 충격으로 인해 도전자 비니.커토는 고목 나무처럼 쓰러져 로프를 부여잡는다. 그러자 곧바로 에스푸르 (미국)주심은 경기종료 45초전 카운트 아웃을 선언한다.

도전자 비니. 커토는 프로 생활 14년 프로전적 89전 만에 첫 KO패를 당하는 수모를 당했다. 경기후 커토는 탈의실까지 스스로 걸어갔으나 곧 의식을 잃어 응급실로 후송될 정도로 큰 충격을 받았던 일전이었다. 이 경기 승리로 박종팔은 미국 링에서 벌어진 세계타이틀전에서 최초로 승리한 자랑 스런 한국인 챔피언으로 탄생했다. 홍수환 챔프는 이 자리에서 당시 박종팔이 거둔 통쾌한 KO승은 11년 바로 이곳 LA에서 20연속 KO 퍼레이드를 펼치던 도전자 자모라(멕시코) 에게 자신이 KO패 당한 상흔(傷痕)을 박종팔이 대신 갚아 준듯한 생각이 들어 아주 통쾌한 기분이 들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홍수환은 외국에 나가면 모두가 애국자가 된다고 덧붙였다. 이후에도 홍수환 챔프는 박종팔 챔프 자택이 있는 불암산이 병풍처럼 펼쳐진 남양주시에 들려 오찬을 함께 하는 등 선후배 간에 끈끈한 우애를 변함없이 과시하고 있다. 두 스타 복서들의 변함없는 건승을 바란다.

조영섭 기자 6464k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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