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의창=정용일 기자] 서울 한강변에 초고층 아파트 시대가 본격화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에 따른 조망권 침해와 경관 훼손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서울시는 압구정 2구역과 성수전략정비구역 재건축·재개발 계획을 승인하며, 최고 250m(70층 안팎) 높이의 아파트 건설을 허용했다. 이는 현재 한강변 최고층 아파트(200m)를 뛰어넘는 규모로, 서울의 대표적 고층 건물인 63빌딩(249m)과 비슷한 수준이다.
25일 서울시는 도시계획위원회 정비사업 수권분과위원회에서 압구정 2구역 재건축과 성수전략정비구역 재개발 계획을 수정 가결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압구정 2구역은 최고 높이 250m, 총 2,606채 규모의 단지로 변모할 예정이다.
압구정 2구역(신현대아파트)은 강남구 압구정동 434 일대 19만2910㎡ 부지에 용적률 상한 300%를 적용해 초고층 아파트 단지로 탈바꿈한다. 기존 조합안(264m)보다 14m 줄었지만, 조합이 요구한 70층 수준은 사실상 받아들여졌다는 평가다.
서울시는 당초 조합안에서 문제로 지적된 ‘병풍식 구조’를 ‘텐트식 구조’로 변경했다. 한강변 조망권 확보를 위해 건물 배치를 조정하고, 최고층 아파트는 단지 중앙에 배치하도록 설계했다. 또한 담장을 없애고 공공 보행 통로(폭 8m)를 설치해 누구나 한강공원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
한편, 전날 성수전략정비구역(1∼4구역) 주택정비형 재개발사업 정비계획 결정 및 도시관리계획(지구단위계획) 결정 변경안도 수정 가결됐다. 이곳은 지난 2009년 전략정비구역으로 지정해 2011년에 재개발 정비계획이 수립됐지만 오랜 기간 사업 추진에 난항을 겪다가 시의 신속통합기획 대상지로 뽑혀 사업 추진 동력을 다시 얻은 곳이다.
이 일대는 최고 높이 250m 이하, 용적률 300%(준주거지역은 500%) 아파트로 재개발된다. 세대 수는 9천428세대(임대주택 1천792세대 포함)다. 기존 정비계획에서 획지 면적은 5만㎡ 확대하고 순 부담률은 약 8% 축소, 세대수는 14%가량 늘려 사업성을 높였다. 또 창의혁신 디자인 가이드라인에 맞게 건축 계획을 짤 경우 최고 높이를 250m까지 높여주는 인센티브를 적용했다.
선형 공원 2곳과 단지 내 데크, 공공 보행로, 수변 공원도 계획했다. 성수 지역의 활력을 대상지와 연계하기 위해 뚝섬로와 성수이로변으로 근린생활시설과 공공시설을 집중적으로 배치했다. 높이도 수변과 통경축을 중심으로 점차 낮아지게 설계했다. 한병용 서울시 주택실장은 "성수전략정비구역은 주민들이 오랫동안 기다린 만큼 변경 고시 이후 향후 조합에서 추진하는 통합심의 등도 신속하게 추진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압구정 2구역과 성수전략정비구역의 이번 결정은 향후 한강변 재건축·재개발의 가늠자가 될 전망이다. 현재 압구정 3~5구역은 최고 291m, 70층 규모의 재건축을 추진 중이며, 용산구 이촌동 한강맨션도 50층 규모 초고층 단지로 변모할 계획이다.
초고층 아파트로 인한 논란도...
초고층 개발이 본격화되면서 조망권 침해와 경관 훼손 우려도 넘어야 할 산이다. 전문가들은 한강변의 초고층 아파트들이 ‘인공 산맥’을 형성해 시민들에게 위화감을 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업계 관계자는 “70층 규모의 초고층 단지가 한강변을 따라 줄지으면 경관을 해칠 우려가 있다”며, “특정 지역의 문제가 아니라 서울 전체의 조망권과 균형 발전을 고려한 공론화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공공 보행 통로와 주민 편의시설 개방 수준을 두고 서울시와 조합 간의 갈등 가능성도 남아 있다. 서울시는 공공 기여를 확대하는 조건으로 조합 측 요구를 대부분 수용했으나, 구체적인 운영 방식과 접근성 보장 등에 대한 논의가 진행 중이다.
이번 결정은 한강변 재건축·재개발의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초고층 아파트는 한강 주변 지역의 상징성을 높이고 도시 경쟁력을 강화할 잠재력을 가지고 있지만, 동시에 주거 양극화와 환경적 부담을 초래할 가능성도 있다.
서울시는 앞으로 건축, 교통, 환경 등 통합 심의를 거쳐 개발안을 최종 확정할 계획이다. 한강변 스카이라인의 변화가 서울의 도시 미관과 시민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정용일 기자 citypres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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