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의창=원광연 기자] 지난 24일 일본에서 열린 사도광산 추도식은 한국 정부의 외교적 무능을 여실히 드러내는 사건으로 받아들여질 것이다. 사도광산은 일제강점기 동안 1,500명 이상의 한국인이 강제로 동원되어 노역한 아픈 역사를 지닌 장소다. 일본 정부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위해 매년 추도식을 개최하겠다고 약속했으나, 이번 행사에서 그 약속은 무색해졌다.
이번 추도식에 일본이 보낸 대표는 야스쿠니 신사 참배 이력이 있는 극우 정치인으로, 이는 한국 유족들에게는 큰 모욕이다. 일본 측은 강제노역에 대한 언급도 없었음은 물론 추도사도 없이 인사말로 갈음했다. 추도식이라는 의미도 애써 축소하며 보고식이라고 말했다. 우리 유족들의 참석 비용조차 한국 정부가 부담했다.
그런데 오늘 정부가 자체적인 추모 행사를 가지면서 “과거사에 대해 일측과 타협하지 않겠다는 우리 정부의 확고한 의지의 표현”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그 “확고한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입장 표명은 단 한마디도 없다. 오히려 일본 정부가 ‘유감’을 표명했다.
‘유감’이란 용어는 외교적 레토릭에서 무시할 수 없는 수위의 표현이다. 우리 정부는 입장이 없고 일본은 오히려 강경하다. 이런 말도 안되는 상황이 지금 한일 관계의 현실이다.
일본이 약속한 진정한 추모와 반성이 없는 뻔뻔한 태도에도 한국 정부는 공식적인 유감 표명조차 못하는 굴욕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일본의 역사 왜곡과 적반하장 태도에도 한국 정부의 저자세 외교가 계속된다면 미래로 향하는 진정한 한일 관계 정립은 불가능할 것이다.
이제 상대방이 “나머지 반 컵을 채워줄 것”이라는 나이브하고 막연한 기대감이 먹히지 않았다는 것은 명확해졌다. 국민이 공감하고 지지하는 강력하고 치밀한 외교 전략과 대응이 이번 정권에서 과연 가능할 수 있을까?
원광연 기자 winad@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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