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원짜리 제품 팔아 500원도 못 번 대형 건설사들...월간 기준 원가율 '역대 가장 높은 수치'
건설업계 적정 원가율 80% 대비 한참 웃돌아...
상위 10개 건설사 3분기 원가율 평균 92.85%
정용일
승인
2024.11.19 10:02 | 최종 수정 2024.11.19 10:06
의견
0
[시사의창=정용일 기자] 1만원짜리 제품을 팔아서 500원도 벌지 못했다. 일부 건설사들은 1만원짜리의 제품을 만드는데 원가만 9,500원 이상의 비용이 발생하기도 한 셈이다. 다름 아닌 국내 대형 건설사들의 얘기다. 올해 3·4분기 국내 주요 건설사들의 수익성을 보여주는 핵심 지표인 원가율이 90%를 넘는 높은 수준을 기록하며 건설업계가 심각한 수익성 위기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건설 매출원가를 공개하지 않은 삼성물산을 제외한 상위 10개 건설사(현대건설, 대우건설, 현대엔지니어링, DL이앤씨, GS건설, 포스코이앤씨, 롯데건설, SK에코플랜트, HDC현대산업개발)의 평균 원가율은 92.85%로 집계됐으며, 이는 공사비와 인건비 등 비용 부담이 급증했음을 보여준다.
원가율은 매출 대비 매출원가 비율을 나타내는 지표로, 이 수치가 높을수록 건설사가 실제로 공사에 투입한 비용이 증가했음을 의미한다. 건설업계가 적정 원가율을 80%대로 보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현재 상황은 수익성을 심각하게 저하시킬 수 있는 수준이다. 특히 현대엔지니어링(95.88%)과 현대건설(95.78%)은 95%를 넘는 높은 원가율을 기록했으며, DL이앤씨만이 89.06%로 90% 이하를 유지했다.
높아진 공사비 부담은 건설업계 전반의 영업이익률에도 영향을 미쳤다. 3·4분기 주요 건설사 중 영업이익률이 5%를 넘는 곳은 전무했으며, HDC현대산업개발(4.36%)과 DL이앤씨(4.34%)만이 상대적으로 양호한 수치를 기록했다. 반면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은 각각 1.38%에 그쳐 수익성이 크게 악화된 모습을 보였다.
이와 같은 현상의 배경에는 원자재 가격 상승과 인건비 증가가 자리 잡고 있다. 실제로 지난 9월 건설공사비지수는 130.45로 잠정 집계돼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으며, 글로벌 공급망 불안정과 경제 불확실성도 주요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3·4분기에도 건설 원가율이 높은 수준을 유지한 것은 원자재와 인건비 상승이 주요 원인"이라며 "이 같은 흐름이 지속될 경우 건설업계의 수익성 개선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일각에서는 겉으로 보이는 건설사들의 영업이익율이 전부가 아니며 건설사 오너일가가 100%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시행사들의 영업이익율에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치않다. 건설사 이익을 줄이고 오너일가의 친인척이 운영하는 시행사에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이익금을 빼돌리는 행태를 전수조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용일 기자 citypress@naver.com
창미디어그룹 시사의창
저작권자 ⓒ 시사의창,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