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A 슈퍼 미들급 챔피언 백인철 챔프
[시사의창=조영섭 기자] 지난 주말 귀한 손님 두 분이 필자의 체육관을 방문 소중한 만남의 시간을 가졌다. 첫 번째 손님은 전(前) 서울체고 교장 선생을 역임한 주남수 현(現) 외국어대학교 특임교수였다. 학창 시절 복싱을 포함 태권도 공인 4단 유도 공인 2단으로 무장한 주 교수는 1948년 전북 김제에서 교육자 집안의 외아들로 태어났다.
그는 김제 중학을 졸업하고 서울 환일고 재학시절 서울대 국문과에 포커스를 맞추고 학업에 몰두하던 1963년 어느 날 양친이 모두 타계하는 불행을 맞본다. 결국 모든 꿈과 야망을 접고 쓸쓸히 귀향 삼촌 집에 의탁하면서 김제고로 방향을 급선회(急旋回) 졸업을 한 그는 전주사범대학(2년제)을 거쳐 1974년 전주대학을 졸업한다.
복서 출신의 전 서울체고 주남수 교장
그리고 교사 임용고시에 4수 끝에 합격 남원 보절중 체육 교사로 발령받아 교육계에 투신 2010년 8월 정년 퇴임할 때까지 제자들의 존경과 사랑을 한 몸에 받으면서 용광로보다 더 뜨거운 열정으로 후학들을 지도하는 교사의 길을 걸었다. 체육 교사(1982~1996) 로서 서울시 교육청 체육장학사 (1998~2002)로서 학교체육이 올바르게 뿌리내릴 수 있도록 밑거름이 된 것이다.
2008년 9월 지방대 출신이란 핸디캡에도 불구하고 그는 경쟁자인 서울대 경희대 출신 등을 모두 따돌리면서 엘리트 체육의 요람인 서울체육고 교장에 입성한다. 그리하여 학원가에 신선한 충격을 주면서 인자하고 자상한 품격 높은 지도방침으로 교육계의 아버지라 불리는 페스탈로치처럼 주남수 교장은 모범이 될만한 교육자로 칭송을 받았다.
두 번째 방문한 인물은 전(前) WBA 슈퍼 미들급 백인철 챔피언이었다. 이날 필자의 체육관을 방문한 백인철은 지난 2020년 5월 자신의 타이틀 획득 31주년 기념식을 베풀어준 <탄다타> 식당 안상우 대표와 챔피언으로 군림하던 지난날 자신을 물심양면으로 후원한 <동원 족발> 신동원 사장을 방문 감사의 인사를 차례로 나누면서 오찬을 함께했다.
신동원 동원족발 대표를 찾은 백인철 챔프(좌측)
신동원 대표는 태권도 공인 5단으로 영화 대명을 비롯, 다수의 작품에 출현한 배우 출신이다. 1962년 전북 익산 출신의 <탄다타> 안상우 대표는 지금은 고인이 되신 88 프로모션 심영자 회장의 희수(喜壽) 잔치를 자신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자선사업 형식으로 행사를 주최 의협심(義俠心)을 실증시킨 보기 드문 사업가다. 나눔과 베 품의 미학을 몸소 실천한 안상우 대표에게 다시 한번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
1960년 1월 전남 고흥태생의 백인철은 학창 시절 레슬링 축구 육상 배구 등 전 종목에 걸쳐 천부적인 자질을 보유한 천재 복서였다. 1980년 5월 프로에 전향한 백인철은 데뷔 전부터 1983년 5월 미국에 원정 신 메이온 선수에게 10회 판정패를 당할 때까지 26연속 KO승을 기록 종전 박종팔의 19연속 KO 행진 기록을 깨면서 박종팔의 강력한 대항마(對抗馬)로 등장한다. 이 기록은 한국 복서로는 유일하게 기네스북 <톱10>에 등재된 값진 기록이다.
백인철 챔프와 안상우 탄다타대표(우측)
백인철은 동시대 라이벌인 박종팔이 돈키호테처럼 상대방에게 거침없이 돌진 무자비한 양훅으로 상대를 일격에 KO 시키는 전형적인 속전속결형 페스트(Fast) 스타터였다면 햄릿형 복서 백인철은 치밀한 지략으로 차분하게 경기를 운영하면서 <침묵의 도살자>란 닉네임처럼 상대를 서서히 침몰시키는 슬로(Slow) 스타터형이었다. 문학작품에 등장하는 햄릿과 돈키호테가 대척점에 선 인물이듯이 사각의 링에서도 백인철과 박종팔은 동시대에 대립각을 세운 라이벌이었다.
햄릿처럼 신중하면서 사색하듯 침착하게 경기를 진행하는 백인철은 김환진·유제두 장정구·강흥원과 함께 복싱계를 대표하는 바둑의 고수답게 신중하게 포석을 깔고 상대가 제풀에 지쳐 임계점(Critical point)에 도달 쓰러질 때까지 때를 기다리면서 경기를 펼쳐 KO승을 거두는 스타일이다.
1981년 12월 동양 jr 미들급 타이틀 매치에서 이상호 선수에게 12회 2분 5초 만에 KO승을 거두고 정상에 오른 경기가 대표적이다. 백인철이 자랑하는 가장 값진 기록은 이상호·김종호·박종팔·황준석·유제형 정상도 노창환 등 국내 톱스타들과 펼친 18차례에 걸친 라이벌전에서 전승과 함께 그중 16차례는 KO승을 거둔 기록이다.
박종팔 장정구 백인철 챔프(좌측부터)
이에 반해 통산 52전 46승 (39KO) 1무 5패를 기록한 1958년 8월 전남 무안태생의 시골 냄새 풀풀 나는 박종팔은 1978년 8월 일본 동경에서 벌어진 한일신인왕전 교류전에서 일본의 고지마 가즈오와 대결 1회 공이 울린 지 단 27초 만에 라이트훅 일발로 KO승을 거두는 등 39차례 KO승 중 무려 27차례를 5회 이전에 돈키호테식 기사도(騎士道) 정신을 발휘 속전속결로 KO승을 거뒀다.
특히 1979년 8월 일본의 케시어스 나이또를 2회 KO승을 거두고 탈취한 동양 미들급 타이틀을 1983년 5월 16차 방어전에서 라경민에게 7회 KO패로 벨트를 풀 때까지 15연속 KO승을 하면서 방어한 기록은 동양권에선 불멸의 대기록으로 평가된다.
이후 파죽의 17연승 (12KO) 승을 거두면서 세계정상에 2차례 오르면서 기염을 토한 박종팔은 통산 9차 방어에 성공 만개한 기량을 선보였다. 박종팔은 통산 5패를 기록했는데 그중 4차례는 KO패였다. 이기든 지든 화끈하게 KO로 승패를 갈랐기에 상대적으로 인기가 높았다. 백인철과 박종팔 이 두 복서는 링 위에서 전략과 전술은 햄릿과 돈키호테처럼 상반된 스타일로 서로 달랐지만 자신이 설정한 기준과 페이스로 상대를 압박 KO로 제압하는 그들만의 공식은 동일(同一)했다.
복싱 잡지에 실린 백인철 박종팔챔프(우측)
공교롭게도 햄릿이란 문학작품을 저술한 영국의 문호 셰익스피어와 돈키호테 작가인 스페인의 출신의 작가 세르반테스도 정확히 같은 날 (1616년 4월 23일) 사망했다. 한편 백인철 박종팔 양 선수와 맞대결을 펼친 중량급의 다크호스(dark horse) 고 (故) 노창환은 생전에 필자와 담화에서 박종팔의 펀치는 바위처럼 묵직한 헴머 펀치였다면 백인철의 펀치는 송곳처럼 요소요소를 찔러내는 날카로운 펀치였다고 촌평했다.
7·80년대 한국 중량급의 양대산맥(兩大山脈)을 형성 군림한 백인철 박종팔 같은 복싱 슈퍼스타는 야구에 비유하자면 선동렬 최동원에 비견되는 레전드급 복서들이다. 향후 이들에 버금가는 명 복서들이 출현 침체된 한국프로복싱의 활력소가 되길 간절하게 바라면서 이번 주 스포츠 칼럼을 마무리한다.
창미디어그룹 시사의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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