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러인문학] 파란색을 동경할 수밖에 없는 진화론적 이유

편집부 승인 2024.11.06 15:55 의견 0

[시사의창 2024년 11월호=김향란 칼럼니스트] 왜많은 사람들, 전 세계적으로 그토록 많은 이들이 파란색을 좋아하고 동경할까? 이는 인류 진화적 측면에서 설명될 수 있다.

가을하늘, IPHONE 12, 2024,09


인간의 두 눈에는 약 2억 5천만 개의 광수용체가 있다. 양쪽 눈을 합친 수치이다. 성능이 좋은 광수용체는 인간이 시각적으로 진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으며, 덕분에 수천만 가지 색을 지각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광수용체는 1억 2천만 개 이상의 간상세포와 6백만 개 이상의 원추세포로 구성되어 있다.
원추세포는 빨간색, 초록색, 파란색을 각각 감지하며, 마치 고해상도의 필름처럼 색을 지각하는 데 기여한다. 이를 RGB 모델로 이해할 수 있는데, 이는 과거 브라운관 TV에서 흔히 볼 수 있던 ‘RGB’ 표기와도 관련이 있다. 흑백 TV 이후 등장한 컬러 TV는 RGB 색 공간을 활용해 수천만 가지 색을 구현하며, 이는 인간의 시각이 세 가지 색각세포를 통해 다양한 색을 조합해 인지하는 원리와 유사하다.
이 고해상도 원추세포들은 파장마다 다른 비율로 분포되어 있다. 빨간색을 감지하는 원추세포(L, Long-wavelength)는 40의 비율로, 초록색을 감지하는 원추세포(M, Medium-wavelength)는 20, 파란색을 감지하는 원추세포(S, Short-wavelength)는 1의 비율로 분포한다. 즉, L:M:S 비율이 40:20:1로 분포되는 것이다.
이는 태양으로부터 전달되는 다양한 파장 중 인간이 수용할 수 있는 가시광선 영역대에서 이러한 비율로 색을 지각하게 됨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빨간색이나 초록색, 파란색을 지각하는 것은 각각 해당 원추세포의 작용에 따른 결과다. 자연계에 붉은색이 많은 이유는 LMS 비율과 연관이 깊다. 진화란 ‘생존’이라는 본능적 목표를 바탕으로 이루어진다. 생존해야만 진화할 수 있기에, 색의 진화 역시 생존과 관련이 깊다. 빨간색 열매는 잘 익었음을 의미하며, 이는 섭취해도 안전하다는 신호를 보낸다. 생명체는 이러한 신호를 통해 에너지를 얻고 생존해 왔으며,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왜 파란색은 그토록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걸까?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은 원추세포 비율에 있다. 장파장(L)은 40, 중파장(M)은 20, 단파장(S)은 1의 비율로 구성되는데, 단파장(S)을 감지하는 원추세포는 자연계에서 희귀한 색을 인식한다. 희귀한 색은 진화 과정에서 희소가치가 높았으며, 이는 인간의 열망 속에서 특별한 의미로 자리잡게 되었다.
본능적으로 인간은 희소한 것에 열망을 느끼기 마련이다. 하늘은 무한히 넓게 펼쳐져 있지만, 만질 수도 소유할 수도 없는 공간이다. 이러한 ‘자유’의 상징성은 인간의 무의식 속에서 파란색에 대한 열망을 강화한다.

황혼무렵의 하늘, IPHONE 12, 2024.10


색 인지 능력의 진화는 생명의 역사에서 중요한 변화를 거듭해 왔다. 40억 년 동안 60여 차례 변화가 일어났고, 그 과정에서 특별한 시각 체계가 탄생하기도 하고 사라지기도 했다. 오늘날 지구상의 동물 중 95%가 눈을 가지고 있으며, 이들은 색을 통해 환경을 이해하고 적응한다. LMS 비율을 통해 우리는 생존을 좌우하는 요소가 강인함이 아닌 ‘창의성’임을 깨달을 수 있다. 색은 자연이 제공하는 가장 뛰어난 의사소통 수단이다.
색은 사회적 역할과 의미 전달의 중요한 언어적 형태를 띤다. 예를 들어, 누군가의 얼굴빛에서 우리는 기분이나 감정을 읽을 수 있다. 권력의 상징 역시 깃털의 윤기나 화려함 등 색과 형태로 드러나며, 이는 직관적이고 강력한 의사소통 수단으로 기능한다.
결국, 인간이 희소가치에 열망하는 본능은 원추세포의 비율에서도 드러난다. LMS 40:20:1 비율은 인간 진화의 과정과 자연의 원리를 담고 있으며, 우리 스스로와 우리 공동체에 대해 성찰하게 한다. 자연의 위대함 속에서 우리는 ‘나’와 ‘우리’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돌아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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