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트렌드] 너도 나도 ‘맨발 걷기’ 열풍…질환, 발 상태 등 확인해야
그야말로 맨방걷기 광풍, 지자체 130곳 맨발 걷기 지원조례 통과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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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06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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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발걷기 열풍이 식을 줄 모르고 계속되고 있다. 사람들은 산, 숲, 바다, 그리고 도심 공원에서 맨발로 걷고 있다. 자연과 하나되는 것 같고, 발에 닿는 감촉이 시원하고, 흙을 밟는 질감이 좋아 사람들은 맨발걷기를 멈추지 않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도심 곳곳에 맨발걷기 황톳길 조성 공사 현수막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기자가 사는 동네만 해도 집 앞 작은 공원 일부 구간에 출입을 막는 안전띠와 맨발걷기 황톳길 조성공사 안내가 나붙었다. 서울뿐만 아니라 전국 100개 이상 지방자치단체가 조례를 제정하고 전용 구역을 조성하는 등 바삐 움직이고 있다. 현재 서울 자치구 25곳 중 17곳이 맨발걷기 관련 조례를 만든 상황이다. 전국적으론 243개 지자체 가운데 최소 130곳이 맨발 걷기 지원조례를 통과시켰다. 일각에서는 무분별하게 진행되는 맨발걷기 황톳길 조성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우려에도 날씨가 선선해지자 국민적 호응을 바탕으로 각 지자체에서는 다양한 맨발걷기 행사를 열고 있어 맨발걷기 열풍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시사의창 2024년 11월호=이미선 기자] 건강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증가하면서 신발을 벗고 맨발로 걷는 맨발걷기가 대유행 중이다. 전국 곳곳에 전국적으로 맨발걷기 전용의 ‘황톳길’이 깔렸고, 도심의 야산에는 신발을 신은 사람보다 맨발인 사람이 더 많다는 말이 나온다. 130개 이상 지자체가 ‘맨발걷기 활성화 지원에 관한 조례’를 통과시켰다.
현재 전국에서 100만 명 정도가 맨발 걷기를 즐기고 있는 것으로 관련 기관들은 추산한다. ‘맨발걷기국민운동본부’ ‘국제맨발걷기협회’ 같은 단체도 생겼다.
어싱, 맨발로 땅에 ‘접지’ 한다는 의미
맨발걷기의 인기는 포털이나 유튜브, SNS 등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자신만의 노하우를 전수하기도 하고 전국의 맨발걷기 좋은 길을 소개하기도 한다.
맨발걷기를 영어로 ‘earthing(어싱)’이라고 한다. 맨발로 땅을 밟아 ‘접지’를 한다는 의미다. 맨발로 땅을 밟으며 지구와 몸을 하나로 연결한다는 의미로 염증과 암 등을 유발하는 활성산소는 양전하를 띠는데 음전하가 풍부한 지표면을 맨발로 걸으면 양전하와 음전하가 중화돼 활성산소가 줄어든다는 것이다.
어싱은 미국의 전기기술자 클린턴 오버, 심장의학자 스티븐 시나트라, 자연치유 저술가 마틴 주커는 2010년 펴낸 ‘어싱: 땅과의 접촉이 치유한다’라는 책을 통해, 땅을 맨발로 밟을 때 몸속으로 흘러드는 자유전자가 염증과 만성질환의 원인인 활성산소를 중화해 만성통증, 스트레스, 염증으로 인한 노화 등을 개선할 수 있다고 소개했는데 이는 아직 논쟁의 여지가 남아있는 부분이다.
맨발걷기를 극찬하는 사람들은 단순한 지압이나 운동 효과 이상으로 혈액순환 촉진 및 근육량 증가, 체온 상승, 스트레스와 통증 감소, 심리적 안정감 향상, 우울증세 감소, 숙면 등에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전문가들 역시 맨발걷기는 신발을 신고 걸을 때 많이 자극받지 못했던 발 근육과 신경 감각을 발달시키는 효과가 있고, 맨발로 걸으면 발가락에 힘을 주게 되고, 발목과 종아리 근육을 더 많이 사용함으로써 혈액이 심장으로 돌아가는 데 도움을 주면서 심장의 부담을 줄이는 효과도 있다고 설명한다.
한의학에서도 발바닥에는 오장육부와 연결된 발반사구가 있어 맨발걷기를 통한 물리적인 자극이 대사증후군이나 가벼운 무릎 관절염, 심리적 안정 등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된다는 판단이다.
숲속이나 밖에서 걷는다는 자체로 피톤치드 등에 의해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피톤치드는 편백나무, 구상나무, 전나무 등에서 다른 나무보다 많이 뿜어지는 건강 물질(주성분 테르펜, 유기화합물)로 흡입하면 심신의 쾌적감을 주며 피로회복을 촉진하고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효과가 있다. 음이온은 혈압 강하와 심신 안정에 도움을 주고, 산소는 신진대사와 뇌 활동을 촉진한다.
맨발걷기 만병통치 아냐...당뇨·무좀 있으면 피해야
맨발걷기는 발의 감각과 근육을 강화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지만, 모든 사람에게 효과적인 것은 아니다. 맨발이 직접 땅에 닿기 때문에 주의해야 할 부분도 많다. 운동화나 트레킹화를 싣고 걸으면 발의 관절이 받는 압역이 분산되지만 맨발로 걸으면 몸무게의 부하가 고스란히 발에 전달돼 통증을 일으키기 쉽다. 때문에 발의 구조와 형태 등에 따라 맨발걷기가 오히려 독이 되는 경우도 있다.
표준보다 발등이 높은 오목 발의 경우 발의 구조적 변형이 있는 상태에서 맨발로 걷게 되면, 특정 부위에 압력이 쏠리면서 족저근막염 같은 발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족저근막은 발바닥 근육을 감싸고 있는 얇고 긴 막으로 발바닥의 탄력과 아치 모양을 유지하고 충격을 흡수하며, 체중이 실린 상태에서 발을 들어 올릴 때 도움을 주는 등 보행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오래 걷거나 딱딱한 바닥을 자주 걸을 경우 발바닥에 과도한 압력이 가해져 족저근막염이 발생하기 쉽다. 맨발 걷기 전에 내 발을 제대로 알고, 발 건강을 먼저 점검하는 게 필수다.
또 당뇨가 있는 사람은 절대 맨발 걷기를 해선 안 된다. 당뇨병 환자는 혈관 내피에 이상이 생겨 동맥이 좁아지고 딱딱하게 굳는다. 외부 자극에 의한 통각 기능이 떨어져 있는 당뇨환자들은 상처에 의한 감염으로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이물질을 밟은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방치하다 부종 등 패혈증이 발생한 뒤에야 알아차리게 된다. 또 혈관 병증이 진행된 당뇨발 환자는 작은 상처에도 상태가 악화되거나 심하면 괴사로 이어질 수 있다.
맨발은 작은 돌이나 유리 조각, 나무의 가시 같은 것에 상처를 당할 가능성이 크다. 흙 속엔 평소 우리가 접하지 못한 치명적인 균들이 많은데, 맨발 걷기를 하다가 발에 상처가 나면 균에 감염될 수 있다. 맨발 걷기를 위해 조성된 장소가 아닌 일반적인 산이나 등산로일 경우 상처 부위에 세균으로 인한 2차 감염이 발생할 수 있다.
맨발로 흙길을 걷다가 못이나 쇳조각에 찔릴 경우 파상풍 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걷기가 끝나면 즉시 깨끗한 물로 씻고 발바닥에 상처가 생기지 않았는지 꼼꼼히 확인해 혹시 상처가 났다면 바로 치료를 받아야 한다. 발에 습진이나 무좀이 있으면 맨발 걷기는 자제하는 게 좋다.
뭐든 과하면 외려 해가 된다. 초심자의 경우 가깝고 안전한 곳에서 가벼운 마음으로 맨발걷기를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등산로와 분리 등…서울시 ‘맨발산책로’ 가이드라인 마련
맨발걷기 인구가 증가하면서 산책로 곳곳에 무분별하게 샛길이 만들어지는 등의 문제도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다. 또 맨발걷기를 한 후 발을 씻기 위해 주변 공중화장실을 사용하면서 공중화장실이 낙엽과 흙 등으로 더럽혀지는 등 심한 환경 훼손까지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갯벌 생물보호지역 등 생물 보호를 위해 맨발걷기 자제를 당부하고 있는 곳에서까지 아랑곳 않고 맨발걷기를 하는 사람들로 있한 자연 훼손도 문제시 되고 있다.
이처럼 맨발걷기로 인한 크고 작은 문제들이 계속되자 각 지자체에서는 서둘러 맨발걷기 길 관련 가이드라인을 내놓고 있다.
서울시는 안전한 맨발 걷기를 돕고 산책로를 쾌적하게 유지하기 위해 ‘서울시 맨발산책로 조성 및 관리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맨발 걷기가 인기를 얻고 시내 맨발 산책로가 100개 이상으로 늘어난 데 따른 조처다. 맨발 산책로와 등산로를 분리해 맨발로 걷는 이들과 등산객 사이 마찰을 최소화하고, 인위적으로 100% 황톳길을 만들기보다는 되도록 기존 자연지반 상태를 살린 맨발 산책길을 만들자는 게 주요 내용이다.
우천 시 토사가 넘쳐 유실되거나 주변을 오염시키는 일이 없도록 원칙적으로 평탄한 지형에 설치하게끔 권장한다. 안내판과 청소도구를 필수로 비치하고, 세족장이나 신발장 등 편의시설은 필요시 검토해 설치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았다. 서울시는 공원관리청에 가이드라인을 배포하고 현장의 이용자 의견을 들을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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