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게인 트럼프' 준비하는 美...韓 안보·경제적 취약성에 휘둘릴 수밖에 없는 구조, "마땅한 해결책도 없다"

'프로젝트 2025'의 대외전략에서도 계획 여실히 드러나
트럼프 "그들이 와서 반도체 기업을 공짜로 설립하도록"
대만 TSMC도 직격 "그들이 우리 사업의 95%를 훔쳤다"

정용일 승인 2024.10.28 10:11 의견 0

[시사의창=정용일 기자]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번 미 대선에서 다시 한번 승리할 것이란 여론조사가 나오면서 한국의 산업계는 벌써부터 트럼프의 재집권 후 한국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해 대응책을 마련하는 등 분주한 모습이다. 월가는 이미 트럼프의 당선을 받아들이는 분위기이며 그로 인해 달러와 국채 매수의 확대, 비트코인 상승 등은 트럼프의 당선 후 글로벌 경제 질서의 격변을 암시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어게인 트럼프'의 첫 압박 대상이 한국이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것이다. 그 이유는 과연 무엇때문일까.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 트럼프 전 대통령./연합뉴스

'프로젝트 2025'의 대외전략을 보면 동맹국 비용 전가와 중국의 포괄적 봉쇄를 핵심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경제적 측면에서 중국을 경쟁자 관계를 넘어서 경제적 적국으로 규정하고 중국에 대한 다양한 대응방안을 담고 있다. 동맹국들에 대해서는 반도체, 배터리 등 핵심 산업에서 동맹국들을 미국 중심의 경제 블록으로 강제 편입시키려는 전력이 숨어 있다.

특히 북핵 위협 속에서 미국의 안보 공약에 절대적으로 위존할 수밖에 없는 안보적 취약성과 대중 교역 측면에서의 경제적 취약성도 한국이 미국의 압박에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여러모로 트럼프 재집권 시 한국에 미칠 영향은 큰 상황이다.

정치, 경제 등 각 분야에서 기존 질서의 판을 흔들 것으로 예상되나 일단 경제적 측면에서 국내 반도체 기업의 압박은 즉시 개시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세계 반도체 기업이 미국에 투자하도록 보조금을 지급하는 미국 반도체법을 비판하고 반도체에 대한 관세부과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25일(현지시간) 팟캐스트 진행자 조 로건과의 인터뷰에서 반도체법에 대해 "그 반도체 거래는 정말 나쁘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우리는 부자 기업들이 와서 돈을 빌려서 여기에 반도체 기업을 설립하도록 수십억달러를 대는 데 그들은 어차피 우리한테 좋은 기업들은 주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바이든 행정부에서 2022년 의회의 초당적 지지로 제정된 반도체법은 미국에 투자하는 반도체 기업에 반도체 생산 보조금 390억달러와 연구개발(R&D) 지원금 132억달러 등 5년간 총 527억달러를 지원하는 내용이다. 마이크론 같은 미국 기업뿐만 아니라 한국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대만의 TSMC 등 세계 유수 반도체 기업이 미국에 공장을 짓는 대가로 보조금을 받을 예정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단 10센트도 내놓지 않아도 됐다. 일련의 관세로 그렇게 할 수 있었다. 내 말은 매우 높은 관세를 부과해 그들이 와서 반도체 기업을 공짜로 설립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에 오는 반도체에 많은 관세를 부과하자는 것이다. 난 '여러분은 관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여러분의 공장을 미국에 짓기만 하면 된다'고 말하는 것이다. 우리는 그들에게 공장을 짓도록 돈을 주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게다가 이들 반도체 기업은 매우 부유한 기업들이다. 그들은 우리 사업의 95%를 훔쳤고 그게 지금 대만에 있다"고 주장하며 가장 대표적인 예로 TSMC를 겨냥했다. 그는 "대만은 엄청나게 잘하고 있는데 그건 오로지 우리의 멍청한 정치인들 때문이다. 우리는 반도체 사업을 잃었고 이제 우리가 돈을 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반도체 공장을) 지어서는 안 된다. 그들이 자기 돈을 미국에서 쓰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만이 미국의 반도체 사업을 훔쳤다고 주장하면서 대만이 미국에 방위비를 내야 한다는 기존 주장을 반복했다. 그는 "그들은 우리가 보호하기를 원하고 보호를 원한다. 그들은 보호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는다"고 지적하고서 자신이 첫 임기 때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들이 국방비를 더 지출하도록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반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대선 캠프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런 발언을 비판했다. 조셉 코스텔로 대변인은 NYT에 제공한 성명에서 "도널드 트럼프는 첫 임기 때보다 훨씬 더 극단적이고 불안정한 의제를 갖고 전국 제조업 일자리 수천개를 해체하고 자금을 끊겠다고 위협하고 있다"며 "해리스 부통령은 세금을 내리고 중산층이 앞서 나가도록 돕는 기회를 창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화당전국위원회(RNC)의 애나 켈리 대변인은 해리스 부통령 대선 캠프의 반박에 대해 "일론 머스크 같은 기술 리더들이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이유가 있다. 그들은 트럼프 대통령만이 외국 공급망에 대한 우리의 의존을 끝내고 세계의 제조업 중심지로서 미국의 위치를 회복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하면서 재반박했다.

트럼프의 압박에 자칫하다가는 정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있는 상황이 다가오고 있다. 국회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소극적 자세로 대응하기 보다는 견제와 균형을 위한 보다 합리적이고 구체적인 대응 방안이 필요하다. 제아무리 외부 환경의 급격한 변화가 압박으로 작용하더라도 그러한 변화의 파고 조차 기회로 만들 수 있는 것이 정부와 국회의 능력이다. 그것은 오로지 우리의 몫인 것이다. 다가올 악재를 가만히 기다리고만 있을 상황이 아니란 말이다.

정용일 기자 citypres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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