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태균의 '기상천외한 폭로전'에 애써 태연한 척 하지만...명 씨와 일찌감치 선 긋는 사람들, "왜?"

(대화 캡처본) 한 2천장은 된다는 명태균의 폭로전 암시
김재원 "명태균 감옥 보내겠다", 오세훈 "고소장은 써놨다"
명태균 "내가 사기꾼이면 너희들은 뭐냐" 등 격앙된 반응

정용일 승인 2024.10.16 11:04 | 최종 수정 2024.10.16 17:25 의견 0

[시사의창=정용일 기자] "윤 대통령 내외가 한남동 관저로 들어가기 이전, 명씨는 대통령이 거주하던 아크로비스타를 가끔 들렀다", "윤 대통령이 대통령에 당선되고 난 뒤에도 명씨와 통화했으며 김 여사와도 자주 소통을 했다", "명씨가 대통령 내외와의 관계를 과시하기 위해 여기저기에 스피커폰으로 대통령과의 통화 녹음을 들려줬다", "처음에 카니발을 타고 그 앞에 OO(황 행정관)가 운전하고 나(명태균)하고 대통령하고 뒤에 타가지고…", "김 여사가 ‘청와대에 가자’며 입각을 제안했으며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와서 사람들 면접 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에 입당하기 전인 2021년 6월부터 대선 후보 경선에서 승리한 12월까지 6개월 동안 윤 대통령 부부로부터 매일 스피커폰 전화를 받았다", "(내가:명태균)대선 얘기하면 다 뒤집어진다”


요즘 명태균 씨의 말 한 마디에 정치계, 아니 여당과 용산이 뒤흔들리고 있는 모습이다. 그의 입에 오르내리는 국힘 관계자들이나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는 애써 태연한척 하지만 절대 태연할 수 없는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

20대 대통령선거를 계기로 윤 대통령 내외와 가까워진 명 씨는이를 계기로 점차 영향력을 키워 온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오세훈이준석김종인김영선 등 보수진영 내 실세로 불렸던 인사들과의 두터운 친분이 그의 영향력을 키우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게 중론이다. 하지만 그러한 친분 관계로 있던 실세들은 하나같이 명 씨와의 관계를 부정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그를 역술인이라 해석하기도 하지만, '정치 브로커' 및 '정치 컨설턴트' 정도의 해석이 가장 설득력을 얻고 있다. 특히 명씨는 여론조사가 주된 무기로 알려졌으며, 여론을 읽은 흐름이나 정치 현안에도 해박다하는 평가를 받았다. 경남 일대에서 정치를 하는 사람들 중 명 씨를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였으니 정치판에서 그의 영향력이 실제 상당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명 씨와 친분관계를 이어오던 인사들 중 함성득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장도 포함되어 있는데, 함 교수는 이준석 의원의 소개로 명씨와 알게 되었다고 했다. 함 교수는 명 씨에 대해 "명태균이 데이터를 주면 그것을 보고 김종인이 판을 짰다"고 밝혔다.

하지만 명태균의 존재가 드러나는 것을 싫어하는 김종인 전 위원장은 "나하고 특별한 친분은 없다. 단지 여론조사를 하는 사람이라고 들었다. 이따금 찾아와 보는 것이 전부였다"라고 말하며 명 씨와의 친분관계에 대해 선을 긋으며 함 교수의 주장과는 상반된 모습을 보였다. 함 교수는 윤 대통령 내외가 살았던 서초동의 아크로비스타 이웃주민으로서 대통령과 부부와 돈돈한 관계인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기도 하다.

이러한 명씨의 존재와 관련해 여당의 주요 인사들이 부정하고 반박하면서 명씨와의 진흙탕 싸움이 시작됐고, 명씨의 거침없는 폭로전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명 씨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감옥에 보내겠다며 대통령 부부에 대한 내용을 얼마든지 공개해보라는 말에 격분해 폭로를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 명씨는 15일 명태균 씨가 과거에 김건희 여사와 주고받았었던 SNS 메시지도 공개했다.

대화 속 내용은 다소 충격적이었다. 김건희 여사는 명 씨에게 "철없이 떠드는 무식한 오빠를 용서해달라"라며, "무식하면 원래 그렇다"며 명 씨에게 거듭 사과했다. 이어 "명 씨를 명 선생님이라고 칭하며 완전히 의지하고 있다, 오빠가 뭘 알겠냐"고 말한 내용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다만 명 씨가 공개한 카카오톡 대화는 대화 시간만 나오지 정확히 언제 이뤄졌는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명태균 씨가 김건희 여사와 주고 받았다는 문자를 15일 공개했다./사진=명태균 페이스북 캡처


해당 내용이 공개되면서 논란이 일자 명 씨의 발언에 대응하지 않던 대통령실이 입장을 내놨다. 김 여사가 언급한 오빠는 대통령이 아닌 친오빠라며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에 입당하기 전에 나눴던 개인적인 대화라고 반박하고 나선 것이다. 뿐만 아니라 명 씨가 윤 대통령 부부와 대선 전 6개월간 매일 스피커폰으로 통화했다는 것 역시 터무니없는 주장이라고 강하게 반박했다.

김 최고위원은 명 씨의 이러한 폭로전을 두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곧 철창 속에 들어가겠죠. 그래서 지금 겁에 질려 막 아무 데나 왕왕 짖는 것 아닐까요. 빨리 철창에 보내야 돼요."라고 말하며 명 씨를 조롱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한편 명 씨는 15일 김 여사와 주고 받은 대화 캡처본을 공개하며 정치권에 큰 파장이 일고 있는 가운데, 그와 유사한 내용의 캡처본이 본인에게 2천장이 넘게 있음을 시사하며 폭로전을 계속해서 이어갈 것임을 예고했다. 15일 CBS 노컷뉴스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명 씨는 "내가 알기로는 그런 거(대화 캡처본) 한 2천장은 된다"고 주장했다. 명 씨는 앞서 페이스북에서 "김재원 씨(국민의힘 최고위원)의 강력한 요청으로 알려드린다", "내가 사기꾼이면 너희들은 뭐냐" 등 격앙된 반응을 보이는 등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사과할 때까지 계속해서 폭로전을 이어갈 것이라 경고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15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 의원 질의에 답변을 하고 있다.

오세훈 "명태균 주장 허무맹랑…자신 있으면 뭐든 폭로하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15일 서울시 국정감사에서는 김건희 여사 '공천개입 의혹'의 핵심 인물인 명태균 씨가 주장하는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관계에 대한 야당 의원들의 질의가 잇따랐다. 명씨가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깊숙이 개입했다는 주장에 대해 오 시장은 "허무맹랑한 소리"라며 선을 그었다. 또 명씨를 고소할 수도 있다는 입장도 내비쳤다.

더불어민주당 박정현 의원은 오 시장을 향해 "선거 브로커의 입길에 서울시장이 오르는 것 자체가 문제고 시민들은 이 문제를 명확히 밝힐 것을 요구하고 있다"며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명 씨를 만난 것이 사실인지 물었다.

오 시장은 명씨를 만난 것은 맞는다면서 16대 국회 때 의정 활동을 같이한 김영선 전 의원이 갑자기 연락해 와서 '좋은 분을 소개하겠다'고 해서 명씨를 만났다고 설명했다.당시 자신이 오 시장에게 '(서울)시장 할래요, 대통령 할래요'라고 물었다는 명 씨의 주장에 대해서는 "전혀 기억이 안 난다"면서 "시기가 맞지 않는 것이, 당시 이미 시장 출마 선언을 했었다"고 반박했다.

또 명 씨가 페이스북에 오 시장을 향해 '자신 있느냐. 망신당하지 말고 그만하라'는 글을 올린 데 대해서도 오 시장은 "자신 있으면 뭐든 다 폭로하라고 하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명 씨가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본인이 판을 짰고 여론조사를 하고 단일화를 이끌었다는 주장에 대해 "허무맹랑한 소리"라고 오 시장은 일축했다.

오 시장은 명씨가 찾아오기 훨씬 전에 이미 여론조사에서 자신이 가장 앞서는 조사들이 나왔다고 부연했다. 명 씨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겠느냐는 같은 당 윤건영 의원의 질의에는 "고소장은 써놨다"고 답했다.

또 같은 당 위성곤 의원도 "명 씨를 몇 차례 만났나"며 당사자로서 고소할 것인지 묻자 오 시장은 "제 기억으로는 두 번 정도"라며 "앞으로 (명 씨가) 하는 걸 봐서 결정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명씨는 홍준표 대구시장과의 설전도 벌이고 있다. 앞서 명씨는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 당시 홍 시장 측에서 여론조사를 의뢰했었다고 폭로했고, 홍 시장은 최근 대구시 공무원으로 영입된 최모씨가 당시 자발적으로 홍 시장을 돕기 위해 자비로 했던 것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명씨는 홍 시장의 해명이 '거짓말'이라고 다시 반박하고 나섰다. 그는 "(최씨와 내가) 마산의 동향(은 아니다)"라며 "서울 사람이다 최씨는. 어디서 거짓말을 하나"라고 지적했다.

대통령 내외를 포함해 여권의 주요 실세들까지 엮인 말 그대로 역대급 기상천외한 폭로전이 이어지면서 안그래도 지지율이 연일 최저치 수준에 머물며 '취임덕'에서 '조기 레임덕'까지 어려운 처지에 놓인 윤 대통령. 이와 함께 당 지지율이 함께 추락하고 있는 여당의 입장에서 어떤 현명한 대처법이 나올지 귀추가 주목된다.

정용일 기자 citypres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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