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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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15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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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계와 객관적인 모든 것이 나쁜 것이라면, 역으로 그와 반대되는 것이나 주관적인 것은 좋은 것이 된다. 달리 말하면 자아와 자아 가까이에 있는 것은 모두 좋은 것이다. 이 세상에서의 실패와 실패자들에 대한 존중은 늘 얼마간은 자아에 대한 과대 환상에 바치는 조용한 찬사이기도 하다. -본문 중에서-
[시사의창=편집부] 또 한 명의 지젝이 나타났다! 끝없는 장광설과 세상 모든 문제에 대한 비평으로 “지젝거린다”라는 농담까지 만들어졌지만, 이런 지젝에 못지않은 현란한 지적 유희와 번뜩이는 통찰로 우리 앞에 불쑥 나타난 철학자가 있다. 이 책의 저자 로베르트 팔러다. 오스트리아의 대표적인 좌파 지식인으로 꼽히는 팔러는 철학의 모든 시대, 수많은 지성들의 가르침을 훑으며 우리가 잃어버린 삶의 기쁨과 쾌락을 일깨운다.
안전, 건강, 부, 도덕 등 개인에게 모든 책임을 씌우는 신자유주의적 바른생활 세계에서는 ‘나쁜 삶’으로 보일 수밖에 없는 감각적, 물질적 해방을 노래한다. 신자유주의와 포스트모던의 상대주의는 우리에게 이 살아 숨 쉬는 세상에서 도피해 나르시시즘의 허상에 빠져 있기를 강요해왔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정치적이다.
팔러가 말하는 ‘나쁜 삶의 기술’에 귀 기울이다 보면 우리는 모두 내 삶의 천재가 되는 듯하다. 에피쿠로스, 에픽테토스, 세네카, 몽테뉴, 스피노자, 파스칼, 칸트, 헤겔, 니체, 프로이트, 라캉, 마르크스와 엥겔스, 바슐라르, 하위징아, 바타유, 비트겐슈타인, 알튀세르, 셰익스피어, 브레히트, 드 사드… 그리고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은 빈의 작가와 음유시인까지, 이들이 합심하여 ‘나쁜 삶’을 주장하는 저자의 이야기를 뒷받침한다.
우리는 질식할 것 같은 이 우울하고 무기력한 삶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 불현듯 깨닫고, ‘나쁜 삶’ 하지만 더없이 기쁘고 찬란한 우리 삶을 되찾는 첫걸음을 내딛게 될 것이다.
창미디어그룹 시사의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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