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점거당한 집

편집부 승인 2024.10.15 13:17 의견 0

가장 부조리한 일들은 이 세상에서 그냥 일어나 우리를 덮치곤 한다. 언제나 우리 중에서 가장 약한 쪽을. 가장 무르고 어려운 처지에 놓인 사람들을. -본문 중에서-

최수진 지음 ㅣ 사계절 펴냄


[시사의창=편집부] 비교 대상을 찾을 수 없는 독보적인 작법으로 우리 사회에 진지한 문제의식을 던진 작가, 박지리의 뜻을 이어 한국 문단에 새로운 실험이 될 작품을 기다리는 박지리문학상이 어느덧 4회를 맞았다. 그동안 박지리문학상은 우리 시대의 새로운 연명담('단명소녀 투쟁기'), 애도와 생존을 위해 분투하는 청년들의 초상('골목의 조'), ‘세계’를 주인공으로 한 페이크 르포('세계는 이렇게 바뀐다')까지 인간과 사회의 본질에 다가서려 공들인 작품들을 선보였다.

올해 제4회 수상작 《점거당한 집》은 앞선 작품들이 지닌 고민과 시선의 깊이를 이어받아 박지리문학상의 취지와 색깔을 더욱 견고히 해준다. 경장편이 아닌 단편 묶음이 수상한 것은 처음으로, 세 편의 단편은 마치 한 편인 듯 근미래의 사회를 공유하며 흘러간다. 2031년 원전사고 이후 저마다의 일상을 투쟁하듯 살아가는 시민이자 예술가들의 이야기가 광주, 용인, 경주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그다지 멀지 않은 미래에 창의적이고 의욕적인 젊은 예술인들이 이 소설과 컬래버 전시를 해보고 싶다고 제안해오지 않을까” 하는 구병모 소설가의 기대처럼 이 작품은 “동시대 예술에 대한 소설이며, 나아가 예술의 동시대에 대한 소설이기도 하”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과 백남준아트센터 등 공공공간을 점거하는 소설 속 시도는 현실의 장소에서 허구의 인물이 정말 일어날 법한 일을 꾸민다는 데에 독자에게 기묘하고 재밌는 감각을 선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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