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기자의 골프장 탐방] 하이원CC·용평CC 1박 2일 라운드 한국 골프장들의 무책임을 확인하다

페어웨이 잔디와 그린 상태를 기후 탓으로 전가하는 것은 골프장의 무책임한 처사

편집부 승인 2024.10.11 16:06 의견 0

코로나19 팬데믹 이후로 골프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유지하면서 즐길 수 있는 스포츠로 각광받으며 급격한 성장곡선을 그려왔다. 그러나 최근 골프장의 지속된 갑질 문제로 반감을 가진 골퍼들의 해외 골프 출국 러시와 치솟은 그린피, 카트비, 캐디피에 부담을 느낀 MZ세대의 이탈로 골프 인구가 감소하면서 골프장을 비롯한 골프 산업이 전체적으로 하강 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런 상황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필자는 지난 9월 8일 하이원CC, 9월 9일 용평CC 라운드를 하면서 골프장들의 무책임한 페어웨이 관리를 목격했다. 수리되지 않은 디봇과 폭염·폭우에 녹아내린 잔디들의 처참한 모습에 골퍼의 스트레스는 심해지고, 한국 골프 산업의 현주소를 보는 것 같아 암울한 기분을 감출 수 없었다.

하이원CC 전경


[시사의창 2024년 10월호=김성민 기자] 황금알 낳는 닭을 잡아 먹고 있는 골프장, 지속 가능한 성장 위해 골퍼들과 신뢰 구축해야..
한국 골퍼들이 자주 방문하는 동남아 국가 골프장을 임대 운영하는 업체들은 9월에서 11월 중순까지를 비수기로 간주하고 운영해왔지만 2~3년 전부터 비수기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동남아 골프장에 비수기·성수기 구분 없이 한국 골퍼들의 방문이 쇄도하는 이유를 분석해보면 한국 골프 산업의 앞날을 예측해볼 수 있다.
동남아를 찾는 한국 골퍼들은 과거에는 대부분 3일 혹은 5일 체류했지만, 요즘은 일주일에서 한 달 정도를 체류하면서 골프를 즐기고 있다. 또한 보통 1년에 한 번 겨울철에 전지훈련이라는 명목으로 동남아 골프장을 방문했던 아마추어 골퍼들이 이제는 2~3개월마다 출국해 골프를 즐기는 경우가 늘고 있다. 골퍼들의 이러한 패턴 변화는 한국 골프 산업의 매출 저하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
한국 골프장의 비싼 그린피, 카트비, 캐디피, 식음료비가 불편했던 골퍼들은 동남아에서 무제한 라운드를 즐기며 다음 방문을 기약하는 순간에도 한국 골프장들은 고객 중심의 서비스 개선과 철저한 시설 관리에 신경 쓰기보다는 우선 눈앞에 있는 이익만을 탐하기 바쁘다.
지속 가능한 성장을 도모해야 할 골프장들이 황금알을 낳는 닭을 잡아 먹는 우를 범하면서 황금알은 구경조차 할 수 없이 결국 경영난에 시달리며 일부 골프장들은 조만간 매물로 나오는 현상이 코앞에 다가오고 있다.
골프장의 경영악화는 결국 골프 산업 전체의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절박한 위기의식으로 윤리적인 경영을 통해 골퍼들에게 잃어버린 신뢰를 다시 구축할 수 있기를 기대하면서 강원도 1박 2일 라운드 후기를 이어간다.

하이원CC


당일치기 라운드가 갑자기 1박 2일 일정으로
지난 9월 9일 용평CC 라운드는 이미 한 달 전에 예약되어 있었다. 헌데 동반자가 강원도까지 라운드를 가는데 당일치기는 너무 아쉽다며 9월 8일 하이원CC를 갑자기 부킹해서 결국 1박 2일 일정으로 바뀌었다. 강원도 정선에 자리한 하이원CC와 평창에 자리한 용평CC의 1박 2일은 상식적으로 생각해내기 어려운 조합이지만 동반자는 두 골프장 거리가 가까운 줄 알았다며 웃는다.

시사의창 유정용 강원 본부장의 넉넉하고 통 큰 베품에 감사드리며
아침 일찍 시사의창 강원본부가 있는 강원도 정선 하이원CC를 향해 출발했다. 유정용 강원 본부장에게 연락할까 말까 고민하다 정선에 도착했다. 소고기뭇국을 맛있게 하는 황소식육식당에 도착해 주문하고 밖에 나와 담배 한 대 피우는데 멀리 파출소의 경찰 마크가 보인다. 갑자기 유정용 본부장께 연락하지 않고 정선에 머물다 우연히 마주치는 어색한 장면을 상상하면서 연락을 드렸다. 예상대로 바쁜 일정임에도 불구하고 저녁 식사할 한우 맛집과 숙소까지 예약해주신다. 경찰공무원으로 정년퇴직하시고 시사의창 강원 본부장을 맡아 주신 유정용 본부장은 주변에 베풀기를 즐겨하시는 넉넉한 성품으로 정선에 방문할 때마다 과분한 대접을 해주셨기에 연락을 망설인 것이다. 지면을 빌려 유정용 본부장께 다시 한번 감사 인사를 드린다.

수목이 무성한 하이원CC 전경


하이원CC, 쾌적한 부대시설과 달리 페어웨이와 그린 관리는 처참한 수준
강원도 대표 골프장, 특히 여름철에 더 좋은 골프장이라고 소문난 하이원CC는 지리적으로 수도권에서 접근성이 다소 불편한 편이다. 하지만 국내 프로골프대회가 치러졌던 골프장으로 가보고 싶었던 곳이기에 설레는 마음을 안고 골프장으로 향했다. 골프장을 향하는 도로 왼쪽에 바람개비로 설치된 조형물이 길게 늘어서 있어 멋진 풍광을 방문객에게 선사했다. 클럽하우스는 웅장하고 시원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넓은 로비, 교행에 불편함이 전혀 없는 넉넉한 공간의 라커룸에서 환복하면서 느낀 쾌적함을 즐기는 건 아주 짧은 시간이었다. 고지대 특유의 맑은 공기와 마운틴 코스에서 티업을 시작하며 즐기는 주변 풍광은 무더운 여름 날씨 속에서도 이번 라운드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 하지만 티샷 후 우거진 수목을 기분 좋게 바라보며 페어웨이를 걷다가 지금까지 가졌던 즐거움과 설렘은 여지없이 깨져 버렸다.

보수되지 않은 무수한 디봇 자국들


세컨샷 지점에 제대로 보수되지 않은 수많은 디봇 자국과 폭염으로 녹아버린 잔디에 드러난 맨땅은 처참해 보였다. 로컬룰에 의해 디봇에서 볼을 빼내 치는 과정과 잔디가 없는 맨땅에서 잔디가 있는 페어웨이로 공을 옮기는 과정은 라운드의 즐거움이 반감될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그린은 라이를 볼 필요가 없을 정도로 엉망이었다. 이 골프장에서 프로대회를 치렀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 하루였다.

웅장한 외관과 시원하게 넓은 로비 등 부대시설이 돋보이는 하이원CC클럽하우스



하이원CC의 페어웨이 관리상태는 불쾌했지만, 동반자들과 정을 나누며 맛있는 한우 고기와 함께 마신 소주는 스트레스를 날리기에 충분했다. 더군다나 아침 해장국까지 준비해주신 유정용 본부장의 배려로 훈훈한 정을 가슴에 담고 용평CC로 향한다.

해발 778m 용평CC


용평CC, 고지대여서 풍광은 좋으나 관리상태는 낙제점
용평CC 클럽하우스와 내부 시설은 오래되어 협소하고 낡았다는 느낌이 든다. 하이원CC와 마찬가지로 고지대여서 웅장한 수목을 비롯한 주변 풍광은 아름답지만, 페어웨이와 그린 상태는 다시 가고 싶지 않은 골프장 중 하나라고 평가하고 싶다. 해발 778m에 자리한 용평CC에서의 라운드는 전날 하이원CC에서 예방주사를 맞아서 그런지 악조건 속에서도 묵묵히 클럽을 휘둘렀다. 녹아버린 잔디와 구르지 않는 그린의 답답함이 몸에 익숙해져 버린 것일까? 아니면 포기 상태일까?

용평CC 전경



페어웨이 잔디와 그린 상태를 기후 탓으로 전가하는 것은 골프장의 무책임한 처사
이번 강원도 1박 2일 라운드는 대한민국의 골프장 임직원들의 안일함과 무책임을 확인하고 고객 서비스 실종 상태를 재차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녹아버린 잔디와 그린을 기후 탓으로만 돌린다면 무책임한 것이고, 그런 악조건을 방치하면서도 비싼 그린피를 그대로 챙기는 것은 고객 서비스 정신 실종이자 고객 무시 처사라고 할 수 있겠다.

용평CC 클럽하우스



골프는 자연과 조화 속에서 즐기는 스포츠이기에 단점까지도 이해하고 극복하면서 플레이하는 것이 정석이겠지만, 비싼 그린피를 지출하면서 플레이하는 골퍼들이 골프장의 관리 부실 문제까지 이해할 수는 없는 것이다.
소풍 같은 라운드를 기대하고 골프장에 간 골퍼들이 페어웨이나 그린 상태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돌아온다면 크게 잘못된 일이다. 물론 폭염이나 폭우로 관리가 어려울 수도 있다. 그렇다면 그런 시기의 그린피는 할인해야 이치에 맞는 게 아닐까?
배수시설을 잘 만들고 폭염과 폭우에도 잘 견디도록 잔디 관리를 열심히 한 골프장과 일부 동남아 국가의 떡잔디보다 못한 상태로 관리한 골프장이 그린피를 똑같이 받는다는 것은 공평한 처사가 아니다.

용평CC


골프를 소모적이고 비용이 많이 드는 스포츠로 인식하고 이탈하는 MZ세대 골퍼, 골프장 갑질과 높은 그린피, 서비스 실종에 대한 불만으로 해외로 출국하는 골퍼들을 다시 대한민국 골프장으로 불러오는 데는 많은 시간과 비용이 발생할 것이다.
그러나 그마저도 하지 않는다면 대한민국 골프 산업의 미래는 암울하다는 것이 대체적인 전망이다.

창미디어그룹 시사의창

저작권자 ⓒ 시사의창,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