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러인문학] 빨간색의 권력

편집부 승인 2024.10.11 15:22 의견 0
노란색과 빨간색 수도승, 우고 론디노네 작품, 뮤지엄 산(iphone 2024)


[시사의창 2024년 10월호=김향란 칼럼니스트] 색채는 인류 역사에서 감정, 사상, 그리고 상징적 의미를 전달하는 중요한 수단이다. 그 중에서도 빨간색은 특히 강렬한 의미를 지니고 있음은 반대할 이유가 없다. 빨간색은 권력과 강력한 힘을 상징하는 색으로써 어떤 색보다도 강력하다.

빨간색은 고대부터 권력의 상징으로 자리 잡아왔다. 고대 이집트와 로마 제국에서는 빨간색이 왕족과 고위층을 상징하는 색이었고, 이들은 빨간색으로 염색된 의복을 입거나 장신구를 사용함으로써 자신의 권위를 드러냈다. 특히 로마에서는 황제들이 빨간 망토를 걸치고, 승리한 장군들이 빨간색을 입고 개선 행진을 함으로써 시민들에게 권력의 힘을 과시했다.

이러한 전통은 빨간색이 단순한 색을 넘어 승리와 지배의 상징으로 자리 잡게 했음이다. 중세 유럽에서는 빨간색이 기독교 성인들과 연관되면서 신성한 권력의 색으로도 여겨졌다. 카톨릭 교회의 추기경들이 입는 의복은 여전히 강렬한 빨간색으로 제작되며, 이는 그들의 종교적 권위를 상징하는데, 권력자들은 이러한 상징을 통해 자신들의 지배력을 더욱 강화하고자 했던 것이다.

빨간색은 시각적으로 가장 강렬한 색 중 하나로, 인간의 본능적인 감정과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이는 빨간색이 자연에서 불, 피, 위험과 같은 생존과 관련된 요소를 떠올리게 만들기 때문이다. 빨간색은 경고의 의미로 자주 사용되며, 이를 본 인간은 즉각적으로 주의와 경계를 기울이게 되는 것은 본능적이기도 하다. 이러한 심리적 반응은 권력자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는데, 사람들의 시선을 집중시키고, 두려움과 존경을 동시에 불러일으키며, 강한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는 도구가 되었기 때문이다.

빨간색을 사용하는 권력자는 마치 자연스럽게 그들의 위치를 정당화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심리적 우위를 점할 수 있기 충분했다. 이는 정치적으로도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데, 특히 20세기 이후 빨간색은 사회주의와 공산주의 운동의 상징으로 자리 잡아 왔다. 빨간색 깃발은 혁명과 투쟁을 상징하며, 억압에 맞서 싸우는 힘과 저항의 의지를 표현했다. 이는 빨간색이 단순히 권력을 유지하는 색이 아니라, 새로운 권력을 쟁취하려는 움직임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했음을 보여준다.

프랑스 혁명, 러시아 혁명과 같은 역사적 사건에서 빨간색은 불평등에 맞선 혁명가들이 선택한 색이었고, 이로 인해 권력을 전복하고 새로운 체제를 세우는 상징이 되었다. 오늘날에도 많은 사회주의 정당과 노동자 운동은 빨간색을 공식 색으로 사용하며, 그들의 이상과 목표를 표현하고 있다.

현대에 이르러, 빨간색은 여전히 권력의 상징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되고 있다. 기업의 로고, 국가의 상징, 그리고 정치적 상징물에 이르기까지 빨간색은 주목받고 영향력을 미치는 데 효과적인 도구로 사용된다. 예를 들어, 많은 국가의 국기에는 빨간색이 포함되어 있으며, 이는 국가의 강인함과 용기, 희생을 상징한다. 패션계는 어떠한가? 종종 자신감과 권력을 상징하는 색으로 사용되는데, 강렬한 시각적 효과 때문이다.

빨간색이 권력과 힘의 상징인 동시에, 위험과 파괴의 이미지도 함께 가지고 있다는 점은 흥미롭다. 이는 권력이 가진 양면성을 반영하는데, 한편으로는 존경과 두려움의 대상이 되지만, 동시에 잘못 사용되면 파괴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경고를 내포한다. 그래서 빨간색은 단순히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의미로만 해석되지 않으며, 그 자체로 복합적이고 다층적인 상징을 가진다.

따라서, 빨간색은 단순한 색 이상으로, 권력의 상징이자 정신적, 감정적 영향력을 전달하는 중요한 도구다. 역사적으로 빨간색은 승리, 지배, 혁명을 나타내며, 오늘날에도 정치와 사회 전반에서 강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인간의 본능적 감정에 영향을 미쳐 존재감과 위험을 동시에 전달할 수 있는 색으로 활용된다. 이러한 이유로 빨간색은 언제나 권력의 상징으로 남아 있을 것이며, 그 상징성은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을 것이다. 즉, 힘이고, 보는 이로 하여금 깊은 인상으로 남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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