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창]'치킨게임'으로 치닫는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연장전…날로 격화하는 '머니게임'에 투자자들의 선택은?

영풍·MBK 연합 매수가 인상 카드 꺼내지 않을 수 없는 상황
MBK 측의 새로운 승부수에 최 회장 측 새로운 스탠스에 주목
양측 수 차례 언론에 보도자료 뿌리며 경영권 인수 정당성 강조

정용일 승인 2024.10.05 13:00 | 최종 수정 2024.10.05 13:19 의견 0

[시사의창=정용일 기자]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이 결국 '치킨게임'으로 가는 양상이다. 인수를 시도하는 영풍·MBK파트너스 연합이 4일 고려아연 주식 공개 매수가를 75만원에서 83만원으로 재차 상향하면서 이번 경영권 분쟁이 연장전으로 들어가게 됐다. 당초 영풍·MBK 연합이 지정한 공개 매수 기간은 사실상 이날까지였으나, 이날 매수가 추가 조정으로 공개 매수 마감일도 열흘 뒤인 오는 14일로 미뤄졌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2일 오후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고려아연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미 지난 2일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 측이 글로벌 사모펀드 베인캐피털과 함께 주당 83만원에 자사주 18%를 매입하겠다고 밝힌 시점부터 MBK 측의 매수가 추가 인상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우세했다. 특히 이날 주식시장에서 개장 직후부터 고려아연 주가가 75만원 이상으로 형성되며 MBK 측 매수가를 훌쩍 뛰어넘자 영풍·MBK 연합으로서는 매수가 인상 카드를 꺼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MBK 측은 이날 애초 설정했던 6.98%의 최소 매입 수량 조건도 삭제했다. 최소 지분 매집에 실패하면 인수·합병(M&A) 실패로 보고 물러나겠다는 기존 방침에서 지분을 1%라도 더 확보하겠다는 전략으로 선회한 것이다. 이를 두고 주주·기관투자자 등을 유인하기 위한 전략이자 장기전에 대비한 '양수겸장'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MBK 측이 이날 수정한 가격과 조건은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 측이 제시한 것과 정확히 같은 조건이다.

시장에서는 최 회장 측이 제시한 자사주 매입 가격인 83만원보다 더 높은 가격을 MBK 측이 추가로 제시할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했으나, 같은 가격·조건을 내세우면서 이제 '정면 승부' 모양새가 됐다. 이를 두고는 수익을 생각해야 하는 사모펀드로서 수천억원의 자금을 추가로 투입해야 하는 상황이 부담스러웠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날 MBK 측의 새로운 승부수에 최 회장 측이 어떻게 맞대응할지도 관심이다.

우선 최 회장 측이 이날 재조정된 MBK 측 마감일인 오는 14일 이전에 자사주 매수가를 83만원 이상으로 올리며 주주·기관투자자 등을 유인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고려아연은 이번 자사주 매집을 위해 1조5천억원의 자기 자금과 1조1천635억원의 차입금을 투입할 준비를 마친 것을 비롯해 총 4조2천억원의 자금을 투입할 채비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백기사'로 나서 고려아연 지분 약 2.5%를 공개 매수하려는 베인캐피털의 투자 금액 4천300억원까지 합치면 자금 동원 규모는 4조6천억원대에 달한다.

고려아연 공개매수 관련 기자간담회하는 MBK파트너스

이날 MBK 측의 매수가 인상에 맞서 최 회장 측이 추가로 동원할 수 있는 현금 규모는 1조5천억원 이상으로 시장에서는 평가하고 있다. 이달 말 이후 추가로 약 1조원의 추가 회사 현금도 마련되는 것으로 알려져 매수가 인상 여력이 충분하다는 평가다.

아울러 최 회장 측은 대항 매수에 참전한 베인캐피털을 '연합군'으로 소개하면서 추후 상황 변화에 따라 추가로 지분 확보를 위한 자금을 댈 수 있다는 점도 시사하고 있다.다만 자사주 매수가를 올리는 경우 재무적 부담이 가중된다는 점은 최 회장 측에도 부담이다. 이 때문에 각각 경영권 인수·수성을 목표로 경쟁하는 MBK 측, 최 회장 측 모두 이 같은 '승자의 저주'를 피하기 위해 치열한 수 싸움을 벌이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지분 확보를 위한 '머니게임'이 날로 격화하면서 게임에서 승리하기 위해 치러야 하는 대가는 뒤로 미뤄두며 돌진하는 '치킨게임' 양상으로 비화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만약 같은 가격, 같은 조건으로 경쟁하는 현재 상황이 유지된다면 과연 주주·기관투자자들이 어느 편에 설지도 관심이다.

어차피 같은 가격·조건에 주식을 넘기는 것이라면 보다 명분이 있는 쪽에 힘을 실어줄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명분 싸움'이 더 중요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날도 양측은 각각 수 차례 언론에 보도자료를 뿌리며 각자 경영권 인수·수성의 정당성을 강조하는 여론전을 폈다.

고려아연 CI·영풍 CI,/홈페이지 캡처


MBK 측은 최 회장 측의 자사주 매입 과정의 절차적 정당성 등을 문제 삼으며 법적 리스크를 강조했고, 최 회장 측은 MBK 측의 주장에 대해 "허위 사실"이라며 "좌시하지 않겠다"고 날을 세웠다. 영풍·MBK 연합이 지난 2일 새로 제기한 가처분 소송의 결과도 변수가 될 수 있다.

지난 2일 법원은 영풍 측이 최 회장 측에 대해 제기된 자기주식 취득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으나, 영풍 측은 당일 추가로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 매수 절차 중지 가처분을 내 법정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 가처분 신청에 대한 1차 심문기일은 고려아연의 자사주 취득이 종료되는 이달 23일 이전인 18일로 예정됐다.

어찌됐든 투자자의 입장에서는 이왕 같은 가격이라면 빨리 지분을 매각하고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편이 이익이라고 판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최 회장 측에서 추가로 매수가를 얼마나 인상할지에 따라 주주들의 판단이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용일기자 citypress@naver.com

창미디어그룹 시사의창

저작권자 ⓒ 시사의창,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