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의 그때와는 달랐던 화기애애한 만찬 분위기...대놓고 패싱하는 용산의 韓 길들이기에 친한 '부글부글'
원내 지도부만 따로 격려하는 자리라지만...
135분 만찬에서 김건희·한동훈 언급 없어
여권 내부에서 자성은커녕 불협화음만 양산
정용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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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03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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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의창=정용일 기자] 타이밍이 좋지 않았던 것일까. 한동훈 대표를 쏙 빼놓은 원내 중심의 만찬 회동에 뒷말이 많다. 윤석열 대통령이 2일 추경호 원내대표를 비롯한 국민의힘 원내지도부와 소속 국회 상임위원장 등을 용산 대통령실로 불러 135분 동안 만찬을 했다. 지난달 24일 한동훈 대표가 참석한 만찬 1시간 30분보다 길었다. 또한 대통령실은 사진만 공개한 지난 만찬과 달리 이번에는 45초 분량의 영상도 함께 제공했다. 뿐만 아니라 건배사 없이 시작했던 지난 만찬과 달리 윤 대통령과 의원들은 "우리는 하나다" 건배사를 외쳤다. 이래저래 지난 한 대표와의 만찬때와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지난달 24일 윤 대통령이 한동훈 대표를 포함한 당 지도부와 만찬을 한 지 8일 만이다. 윤 대통령과의 독대를 요청해온 한 대표는 이날 회동에 참석하지 않았다. 매년 국회 국정감사를 앞두고 대통령이 여당 원내지도부를 격려하는 성격이어서 한 대표가 불참했다는 게 대통령실의 설명이다.
국정감사에서 야당의 공세에 맞서 전략을 짜고 대응에 나서는 것은 대체로 여당 원내 지도부의 몫이다. 따라서 한 대표는 현역 의원 신분이 아니기에 원내 중심의 만찬 회동에 참석하는 것이 맞는 모양은 아니다. 그럼에도 뒷말이 나오는 것은 대통령실이 한 대표의 거듭된 독대 요청에 답을 주지 않는 상황에서 윤 대통령이 친윤계인 추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한 원내 지도부만 따로 격려하는 자리가 마련됐기 때문이다.
김건희 여사 논란과 의·정 갈등 해법 등 현안을 놓고 윤 대통령과 한 대표, 친윤(친 윤석열)계와 친한(친 한동훈)계가 갈등을 빚고 있는 상황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특히 이달 4일로 예정된 김 여사 특검법 재표결을 앞두고 단일대오를 형성해야 할 친윤계와 친한계 간에 엇박자가 연출되고 있다. 친한계는 김 여사의 대국민 사과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친윤계는 아직 사과할 단계가 아니라고 선을 긋고 있다.
이런 와중에 김대남 전 대통령실 선임행정관이 7·23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야권 성향 유튜브 매체에 '한동훈을 치면 김건희 여사가 좋아할 것'이라며 보도를 요청한 듯한 녹취록이 공개됐다. 한 대표는 1일 "지난 전당 대회 당시 좌파 유튜버와 직접 통화하면서 저를 공격하라고 사주했다고 한다"고 대통령실 인사를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특히 한 대표 측은 이를 해당 행위로 간주하고 2일 당 차원의 진상조사까지 지시해 여권 내 또 다른 갈등으로 번질 조짐이다. 대통령실은 "김 전 행정관과 김 여사는 일면식도 없다" "개인 일탈행위"라며 한 대표 측의 대응에 불쾌한 기색을 보이고 있다. 녹취 내용 못지않게 충격을 주고 있는 것은 대통령실 인사가 무려 11개월에 걸쳐 유튜브 채널 인사와 통화하며 민감한 대화를 나눴다는 것이다.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공직기강 해이가 아닐 수 없다. 여당 대표가 유튜브 내용을 근거로 대통령실 출신 인사를 공개 비난하는 것도 적절치 않은 처사다. 내부 문제를 물밑에서 긴밀히 조율해 수습해보려는 노력이 엿보이지 않는다.
지금 대통령과 여당의 지지율이 현 정부 출범 후 최저수준으로 내려갔음에도 여권 내부에서는 자성은커녕 불협화음만 양산되고 있다. 보름도 남지 않은 10·16 재보선을 앞두고 힘을 다 합쳐도 모자랄 판에 사사건건 충돌하고 갈등하는 여권의 모습을 국민이 어떻게 바라볼까.
해법은 국정을 공동 책임지고 있는 대통령과 여당 대표가 직접 소통해 갈등을 푸는 것이다. 형식이야 어찌 됐든 윤 대통령과 한 대표가 대화하는 게 중요하다.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권력 내부의 갈등이 차일피일 길어지며 자칫 회복 불능의 상태로까지 치달았던 사례를 보면 더욱 그렇다.
한편 이번 만찬을 두고 일각에서는 김건희 여사 특검법 등 재표결을 앞두고 표 단속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지만 특검법은 일절 언급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당 지도부가 만찬 대상에 포함되지 않으면서 소위 '한동훈 패싱' 아니냐는 해석에 대해서는 한 대표도 보고 받은 사안이라며 정치적 해석에 선을 그었다.
정용일 기자 citypres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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