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성동 실험실 ‘황인선 11번째 개인전’ 밥에다 김치-숙성

밥에다 김치 – 숙성

이두섭 승인 2024.10.01 17:48 의견 0
밥씸 황인선

[시사의창=이두섭기자]1919년에 지어진 옛날 한옥을 갤러리로 개조한 창성동 실험실(Changseong-dong Laboratory)에서 밥풀 김치 작가인 황인선의 11번째 개인전 <밥에다 김치 - 숙성>전이 오픈했다.

유학시절 국내에서의 서구 지향적 분위기에서 벗어나 오히려 역으로 자신의 뿌리를 돌아보면서 진정한 작가적 정체성을 ‘밥과 김치를 먹고 사는 사람’에 두고 한국인의 주식인 밥과 김치를 소재로 작업해 온 황인선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기존에 지속해 오던 밥 작업에 최근에 다시 꺼내 들기 시작한 김치 작업을 얹어서 그야말로 ‘밥에다 김치’를 얹은, 그 제목에 걸맞는 작업들을 창성동의 옛 한옥 공간과 그야말로 ‘멋지게’ 어울리게 설치하여 선보인다.

작가는 원래 한지 캐스팅(casting) 기법을 활용한 김치 작업을 먼저 시작하였으나 바로 밥 작업으로 넘어가 실제 밥풀로 한 톨 한 톨 이어 붙여 밥풀 캐스팅(casting) 기법으로 밥그릇들을 만들어 밥상을 차리는, 이른바 밥상 위의 연금술 시리즈의 ‘밥풀 오브제’ 작업들과 뒤에 이어진 흑미의 비율에 따라 밥풀의 농도가 다르게 지어짐에서 착안한 진경산수 오마주(homage) 밥풀 회화 및 밥풀의 단위를 컴퓨터의 하나의 픽셀처럼 활용한 밥풀 디지털 회화 작업들과 같은 ‘밥풀 회화’ 작업들을 한동안 지속해 왔다.

그러다 최근 이른바 K-culture, 한류의 분위기가 세계를 휩쓰는 현상에 동조하여 한국인만의 상징 음식인 김치에 다시 주목하여 작년 10월 종로 세운상가의 윈도우 갤러리 세운 아트스페이스(Seun Artspace)에서 <김치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2미터 가까이 되는 거대한 배추김치(제목: 기념비적 김치)를 매달아 설치하여 선보임으로써 김치 작업의 재출발을 알리게 되었다.

이후 올해 2월 송파 케이움 갤러리(K-um gallery)에서의 10번째 개인전 <예술의 맛 : [김치]의 멋>전을 통해 더욱 본격적으로 김치 작업들을 선보이게 되었고 여기서 많이 공개되지 못했던 예전 김치 작업들과 새로 선보이는 김치 작업들을 함께 전시했다.

그리고 현재 창성동 실험실의 <밥에다 김치 – 숙성> 전에 이르러서는 작가의 원숙해짐에 따라 작품 숙련도 또한 그에 따라 원숙해진, 이른바 겉절이에서 묵은지로 숙성된 김치 작업들을 선보임과 동시에 특히 ‘밥과 김치’라는 양대 산맥과 같은 작업의 흐름을 서로 분리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가 서로를 강조하고 보완해 주는 관계로 설정하여 밥과 김치 작업들을 번갈아 교차하여 설치하는 방식을 활용했다.

실험실의 대문을 넘어 오른쪽으로 살짝 엿보면 개다리소반 위에 차려진 밥풀로 만든 밥상이 보이기 시작함과 동시에 그 너머에 대롱 매달려 있는 시뻘건 배추김치 작업이 눈에 들어온다.

호기심에 이끌려 더욱 안쪽으로 들어오면 바로 정면에 한 벽면을 가득 채우는 거대한 밥 한 공기 이미지를 발견할 수 있고 바로 시선을 내리면 지쳐서 널브러져 있는 사람과도 같이 바닥에 털썩 던져져 있는 거대한 배추김치들이 눈앞으로 달려든다.

이렇듯 밥, 김치, 밥, 김치 하면서 서로 번갈아 설치함으로써 밥이 가지고 있는 차분하면서도 몰입하여 관조하게 해주는, 이른바 이성적인 힘과 김치가 가지고 있는 강렬하면서도 시선을 잡아끄는 감성적인 힘이, 마치 밥만으로는 심심하고 김치만으로는 맵기만 해서 결국 밥에다 김치를 얹어야 비로소 제대로 한입 가득 베어 물 수 있는 것과 같이, 서로가 함께 교차하고 공존함으로써 비로소 완전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이 전시를 통해 확실히 보여준다고 할 것이다.

황인선 작가의 개인전은 창성동 실험실에서 2024. 9. 24(화) – 10. 13(일)까지 열린다.

황인선 작가

서울에서 출생하여 서울 예술 고등학교를 거쳐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판화를 전공하였으며 이탈리아 밀라노의 밀라노 국립미술원에서 회화 및 판화를 공부하였다. 현재 서울예고 및 대학에서 강의함과 동시에 활발한 작품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시사의 창

이두섭 기자 artistart52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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