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밥만 먹고 끝난 '90분 빈손 회동'…尹·韓 불화와 긴장만 키워놓은 모양새에 서로 네탓 공방만
만찬 전부터 양측 사이에 신경전이 벌어진 터...'예견된 상황'
모처럼의 기회 다시 놓치고 만 국정의 두 축, 대체 왜 이러나
내수 부진에 부동산시장 불안 등으로 서민들의 근심은 커져
정용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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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6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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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의창=정용일 기자] 혹시나 했던 일말의 기대는 역시나가 돼 버렸다. 용산 대통령실에서 24일 열린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도부 간 만찬 회동 결과는 기대에 못 미쳤다. 90분에 걸친 회동에서 아무런 성과가 나오지 않은 것을 두고 국민들은 의아할 따름이다. 시급히 다뤄져야 하는 현안이 전혀 논의되지 않은 점은 이해하기 어렵다.
관심을 모았던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단독 만남 역시 성사되지 않았다. 7월 전당대회 이후 출범한 '한동훈 지도부'와의 상견례 형식 만찬이라고 하지만, 말 그대로 만찬일 뿐이었다. 밥만 먹고 헤어졌다는 말이다. 요즘처럼 정국이 어수선한 상황에서 90분이라는 소중한 시간을 이렇게 낭비할 수 있는지에 대해 비난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의정갈등을 비롯한 각종 난제가 산적한 엄중한 시기에 회합한 당정 지도부가 여러 정국 현안에 대한 진지한 논의 한마디 없이 사실상 밥만 먹은 '빈손 회동'에 그친 것을 두고 실망스럽다는 말 외에 다른 어떤 표현도 떠오르지 않는다.
하지만 사실 이번 회동 결과는 예고된 바나 다름없었다. 한 대표의 '독대' 요청 사실이 알려지면서 만찬 전부터 양측 사이에 신경전이 벌어진 터였다. 여당 대표가 대통령에게 단독 만남을 '공개 요청'하고 대통령실이 이를 사실상 '공개 거절'하는 듯한 모습부터 생경했다. 여당 지도부가 민심을 전하고 건의하고 대통령이 이를 경청하고 당부하는 통상적 당정 지도부 간 소통이 이뤄지지 않았다.
회동이 끝난 뒤에는 '친윤'·'친한'계가 서로 네탓 공방을 벌이며 화합이 아니라 오히려 불화와 긴장만 키워놓은 모양새가 됐다. 회동 다음 날 "만찬의 성과는 저녁을 먹은 것"이라는 한 대표의 언급은 이번 회동이 어땠는지를 보여준다.
현재의 시국 상황은 국정의 두 축을 이루는 대통령과 여당 대표가 힘을 합쳐도 헤쳐 나가기 어려운 판이다. 이번 회동을 여권이 새롭게 심기일전할 수 있는 계기로 반드시 만들어야 했지만 모처럼의 기회를 다시 놓치고 말았다. 의정 갈등의 해법을 찾고자 내놓은 여야의정 협의체는 제안한 지 보름이 훌쩍 넘었지만 아직 출범 여부조차 가늠할 수 없는 안갯속이고, 김 여사를 둘러싼 의혹 논란은 이어지고 있다.
내수 부진에 부동산시장 불안 등으로 서민들의 근심이 커지고 있다. 반전의 계기를 찾지 못한다면 국정 동력이 더 떨어질 수 있다는 경고음이 여권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당정 관계에 대한 우려가 다시 커진다면 국민을 볼 낯이 없는 일이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 모두 서로의 협조 없이는 국정을 제대로 운영할 수 없는 순망치한의 관계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무엇보다 국정의 무한 책임을 진 대통령과 여당 대표로서 직접 소통하는 기회를 늘리는 게 옳다. 국정해법에 대한 의견이 다르다면 더욱 그래야 한다.
한 대표는 만찬 뒤 대통령 고위참모에게 "윤 대통령과 정책 현안을 논의할 자리를 마련해달라"고 독대를 재요청했다고 한다. 소통하려는 의지만 있다면 형식에 구애받을 필요가 없다. 현안 해결에 도움이 된다면야 독대하지 못할 이유도 없다. 조속한 시일 내에 허심탄회하게 정국 현안을 논의하는 '진짜 소통'의 자리가 마련돼야 한다. 서로의 속내를 숨긴 채 겉으로 내보이는 가식적인 미소와 인사치레를 나누며 밥이나 먹는 모습을 보고싶은 국민은 없다.
정용일 기자 citypres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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