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닮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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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4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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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의창=김예닮 캐나다 주재기자] 밴쿠버의 저녁 풍경은 한국 번화가의 저녁 모습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풍긴다. 한국에서는 늦은 저녁까지도 환하게 불이 켜져 있는 상가들과 커피숍이 많지만, 밴쿠버의 많은 커피숍과 상가들은 오후 6시에서 8시 사이에 영업을 종료한다. 특히, 주말에는 더 일찍 문을 닫는 곳도 많아 저녁시간에 한산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러한 영업 시간은 현지인들의 라이프스타일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밴쿠버 사람들은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나 개인적인 휴식을 중요시하는 등 워라벨(Work and Life Balance)이 강조되고 보장되는 사회이기에 일과 후에는 대부분 집으로 돌아간다. 또한, 늦은 저녁에 거리를 활보하는 문화가 적고 야간 영업이 활발하지 않아도 큰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밴쿠버의 상가들이 비교적 일찍 문을 닫는 또 다른 이유는 캐나다의 노동법과 임금 구조에 있다. 캐나다에서는 노동자들의 권익이 강조되어 있어 야간 노동에 대한 추가 임금과 근무 시간 제한이 엄격하게 적용된다. 따라서 상점 주인들도 추가 비용 부담을 피하기 위해 영업 시간을 줄이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분위기는 밴쿠버만의 차분하고 여유로운 저녁 풍경을 만들어준다. Thurlow Street의 고풍스러운 건물들 사이로 서서히 꺼져가는 불빛들은 오히려 밴쿠버 저녁의 낭만과 정취를 더해준다. 늦은 저녁과 새벽에도 많은 식당이나 술집이 문을 여는 한국과 달리 이러한 밴쿠버의 문화는 처음에는 낯설게 느껴질 수 있지만, 점차 적응해 나간다면 느긋하고 여유로운 사회 분위기에 매력을 느끼게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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