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 1천400만 투자자들의 항의와 원성에 정치계 결국 '백기'드나...입법 키를 쥔 민주당 '갈팡질팡'

금투세 시행 넉 달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혼란
민주당 24일 금투세 관련 공개토론회서 당론 결정
국힘 정책위의장, "폐지 결단해주길 바란다" 촉구

정용일 승인 2024.09.12 09:55 의견 0

[시사의창=정용일 기자] 내년 1월로 예정된 금융투자소득세의 시행 여부를 둘러싼 정치권의 논란이 혼란스럽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증시 침체를 이유로 금투세 폐지 방침을 정했지만 정작 입법의 키를 쥔 더불어민주당의 입장이 모호하다.

금투세 시행이 넉 달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예정대로 시행' '일부 보완 후 시행' '유예' 안을 놓고 당내에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모를 시장과 투자자들의 불만이 커질 수밖에 없다.

11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지수 종가가 표시돼있다. 특히 이날은 코스피가 7거래 연속 하락 마감을 하기도 했다.


금투세는 주식, 채권, 펀드 등에 투자해 연간 5천만원 이상의 양도차익이 생기면 22∼27.5%의 세금을 매기는 제도다.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0년 자본시장 선진화 방안의 일환으로 여야가 합의해 지난해부터 시행할 계획이었지만 2022년 말 2년 유예에 합의한 끝에 내년 도입될 예정이다.

하지만 글로벌 증시의 변동성이 커지며 국내 증시의 취약성이 드러난 가운데 금투세가 도입되면 '큰 손' 이탈로 시장이 더욱 침체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면서 국면이 바뀌었다. 정부와 여당이 연일 금투세를 폐지하자고 압박하는 가운데 예정대로 시행을 고수하던 민주당 내에서도 유예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언주 최고위원은 "지금으로서는 무리"라며 유예론을 공개적으로 제기했고 이연희·이소영·전용기 의원도 이에 가세했다. 그러나 진성준 정책위의장을 필두로 금투세를 예정대로 시행해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논란을 교통정리 해야 할 이재명 대표의 태도도 혼선을 키우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 7월 "시행 시기를 좀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며 유예 분위기를 띄웠다가 지난 1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의 회동에서는 "금투세를 일정 기간 대폭 완화해 시행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하고 논의했으면 좋겠다"는 언급을 했다. 민주당은 24일 금투세 관련 공개토론회를 열어 당론을 정한다는 입장이지만 내부의 엇박자를 매끄럽게 조율해낼 수 있을지 미지수다.

개인 투자자들의 금투세 폐지를 촉구하는 분위기가 팽배한 가운데 국민의힘 김상훈 정책위의장은 지난 10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내 금융투자소득세 과세 유예에 대한 공감대가 확산하고 있다고 한다. 이를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폐지를 결단해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어 "전날 민주당 최고위원 중 한 명은 '금투세는 대한민국 주식시장을 선진화 시킨 다음 시행해도 늦지 않다' '무리하게 시행할 경우 1400만 국민은 투자 손실 우려에 대한 심리적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고 지적했는데, 이는 큰 틀에서 국민의힘과 같은 의견이라고 생각한다"며 결과적으로 금투세 폐지에 대한 지지의 뜻을 밝혔다.

'금투결 시행'의 거센 반대물결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역시 금투세 시행에 부정적 의견을 밝혔다. 11일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와 관련해 "자본시장의 순기능이 훨씬 위축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최 부총리는 경제 분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국내 주식시장이라는 것이 가계 자금이 우리 기업들로 흘러가는 역할을 하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국회 본회의가 열린 11일 오후 더불어민주당 이언주 의원의 경제 분야 대정부 질문에 답하고 있다.


그는 "대학생 중에서 주식시장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많던데 전부 이구동성으로 얘기하는 것이 금투세 같은 게 시행되면 '해외로 가겠다, 국내에 투자하고 있는 것을 빼겠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조금 더 돈 많은 분들은 부동산 시장이나 다른 자산 투자를 확대할 것"이라며 "결국은 국내 주식 시장 외의 다른 어떤 자산시장으로 돈이 흘러가지 않을까"라고 전망했다.

최 부총리는 "과세 대상이 소수이기 때문에 그분들에 대한 부작용만 있는 것이 아니라 금융시장 1천400만 투자자들에 전체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은행으로 치면 뱅크런(현금 대량 인출 사태) 같은 부정적인 효과가 있을 수 있다고 얘기하는 분도 있다"고 밝혔다. 증권거래세 등에 대해선 "금투세 폐지를 결정하면 시장의 불안 요인이 없어지니까 주식시장 과세 전반에 대해 제로베이스(원점)에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금 금투세는 내용을 떠나 논란 자체가 악재가 되고 있는 느낌이다. 시간을 오래 끌다 보니 시장이 가장 싫어하는 불확실성을 키우며 시장의 혼란과 불안심리를 가중하고 있다. 시행을 하든 유예나 폐지를 하든 조속히 결론을 내려 시장의 혼선을 줄여야 한다. 민주당은 조속히 논란을 매듭짓고 여당과의 협의에 나서기 바란다. 그렇지 않으면 시장 불안감을 키우고 투자심리를 더욱 위축시켜 증시의 발목을 잡는다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 것이다.

지난 2년간 유예와 재유예의 도돌이표 논란을 낳고 있는 금투세 문제는 자본시장 선진화라는 차원에서 좀 더 입체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설령 금투세를 폐지하거나 유예한다고 해서 국내 증시가 곧바로 탄력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 주식시장이 선진국형 환경을 갖추지 못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개인비중이 높은 코스닥 시장의 경우 금투세가 시행될 경우 악영행을 미칠 요소로 충분해 보인다는 것이 개인 투자자들의 일관된 주장이다. 주식시장에서의 매우 중요한 요소가 바로 '기대감'인데, 금투세 시행은 주식하락의 원흉이라기보다는 기대감 측면에서 악영향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는 점이다. 이번을 계기로 금투세 뿐만 아니라 증권거래세 폐지 등 주식관련 세제 전반도 다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고질적 원인으로 지목되는 지배주주의 횡포와 낮은 주주환원율 등 선진화를 위한 제도 개선을 우선 논의해야 한다.

정용일 기자 citypres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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