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의창=정용일 기자] 이번 김건희 여사 명품 가방 수수 사건을 보면서 문득 박근혜 전 대통령 국정농단 사건이 떠오른다. 의혹 초기 당시 검찰은 뒷집을 지고 그저 상황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그러다 여론이 비등하자 부랴부랴 뒤늦게 수사에 착수한 걸 국민 모두가 기억한다.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의혹과 관련해 중요한 건 여론의 추이다. 윤 대통령의 권력이 현저희 저하되거나 김 여사 관련 비리가 추가로 드러나는 등 민심이 크게 악화되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검찰 역시 김 여사 의혹에 대한 재수사 카드를 꺼낼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과 마찬가지로 여론의 추이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말이다.
이번 외부 인사로 구성된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수심위)가 대통령 부인 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사건에 대해 불기소 의견을 냈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과 김 여사 변호인 의견, 가방을 전달한 최재영 목사 의견서를 토대로 청탁금지법 위반과 뇌물수수, 직권남용 등 6가지 혐의를 살펴본 뒤 이런 결론을 내린 것이다.
수심위는 최대 300명의 민간 전문가 집단에서 무작위로 선정된 15명의 위원이 기소 여부를 심의, 의결하고 이를 검찰에 권고하는 기구다. 앞으로 최 목사의 요청에 따라 수심위가 다시 구성될지가 변수로 남아있지만, 검찰이 이원석 검찰총장의 퇴임 전인 이번 주에 불기소 처분으로 사건을 종결할 것이란 관측이 많다.
수심위는 참석 위원 수와 위원별 의견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6가지 혐의 전체에 대해 불기소 의견을 모았다는 점으로 미뤄 검찰의 판단과 별반 다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현행법에 금품을 받은 공직자 배우자를 처벌할 규정이 없는 데다 법리상 김 여사가 받은 금품과 윤석열 대통령 직무 사이 관련성, 대가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설명해 왔다.
최 목사는 김 여사에게 가방과 고급 양주를 전달한 것을 전후해 김창준 전 미국 연방 하원의원의 사후 국립묘지 안장 등 여러 건의 부탁을 했다며 기소를 주장했지만 수심위가 이를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수심위가 수사팀과 같은 결론을 냈지만 이는 법적 영역에 국한된 판단일 뿐이다. 인터넷매체 서울의소리가 김 여사를 몰래 찍은 최 목사의 영상을 공개하고 윤 대통령 부부를 고발한 것이 지난해 12월이었다. 하지만, 검찰은 4월 총선 후 이 검찰총장의 지시가 있고 나서야 전담수사팀을 구성해 기초 조사에 착수했다.
비교적 단순한 사안인데도 고발에서 결론까지 8개월이나 걸렸다. 더구나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김 여사를 제3의 장소에서 조사하고 검찰총장에게 사전 보고조차 하지 않아 '특혜조사', '총장 패싱' 논란을 자초했다. 검찰은 수심위 결론과 관계없이 신뢰를 흔든 경위를 돌아봐야 한다.
검찰이 이 사건을 불기소 처분으로 종결하더라도 정치적 시비까지 마무리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은 "황제 조사에 면죄부까지 갖다 바쳤다"며 특검 필요성을 거듭 제기하고 있다. 이 사안이 말끔하게 정리돼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부담이 되지 않기 위해선 여권 차원에서 적절한 후속 조처를 강구하고 나서야 한다.
보수층에서도 김 여사의 사과 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일 것이다. 법리적으로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해도 그 당사자가 정치적 또는 사회적 공인이라면 사정이 다르다.
대통령실은 김 여사 관련 업무를 전담할 제2부속실 설치에 더욱 속도를 내기 바란다. 명품 가방 수수 의혹과 같은 부적절한 일이 재발돼서는 안 된다. 대통령 가족을 감찰하는 특별감찰관 임명 절차도 서둘러야 한다. 국회에서 추천이 이뤄지기 위해선 거대 야당인 민주당의 호응이 필요하다. 야당은 정치적 주장과는 별개로 우선 제도적 정비에 협조해야 한다.
의혹을 입증할 단서가 충분한 상황에서 법리 적용을 어떻게 하느냐가 관건이다. 김 여사의 디올백이 대가성과 직무관련성이 없다며 무혐의를 내렸지만 대통령의 업무가 국정 전반에 걸쳐 있는 상황에서 직무관련성을 좁게 해석한 것은 아닌지 의문이다. 수사 기관의 의지와 법리 해석에 따라 얼마든지 다른 결론이 나올 여지가 있기 때문에 이번 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정치권에선 명품백 의혹이 김 여사의 사법처리로 이어지는 건 시간문제로 보는 시각이 많은 상황이다. 검찰의 수사 과정이 국민 눈높이 측면에서 민심과는 너무나 동떨어져 있기 떄문으로 풀이된다. 터무니 없는 법 적용과 더불어 출장 조사 역시 국민 민심을 크게 요동치게 만들었다. 차기 정권이 진보가 아닌 보수라 하더라도 해당 사안은 그냥 넘어갈 순 어려울 거싱라 관측도 나오고 있다. 어렵게 생각할 것 없이 국민의 눈높이 측면에서 사건을 바라보고 수사하면 된다.
정용일 기자 citypress@naver.com
창미디어그룹 시사의창
저작권자 ⓒ 시사의창,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