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민 발행인칼럼] 이원석 검찰총장의 공염불

김성민 기자 승인 2024.09.03 18:37 의견 0
시사의창 김성민 발행인


[시사의창=김성민 기자] 22년 9월 16일, 김오수 전 검찰총장이 사직서를 낸 지 133일 만에 취임한 이원석 신임 검찰총장은 “(검찰은)국민의 신뢰 없이는 단 한 순간도 제대로 역할을 수행할 수 없다는 점을 명심하고, 어두운 방안에 홀로 있어도 부끄럽지 않도록 처신해야 합니다. 저는 검찰총장으로서, 정의와 공정에 대한 검찰구성원들의 뜻이 실현될 수 있도록 든든한 버팀목이자 바람막이가 되겠습니다.”라고 취임사에서 밝혔다.

그로부터 만 2년이 흐른 지금 검찰은 국민의 신뢰를 얻었는지? 방안에 홀로 있어도 부끄럽지 않은지? 검찰 구성원들의 든든한 버팀목이자 바람막이가 되었는지? 이 총장에게 묻고 싶다.

임기를 넉 달 정도 남은 지난 5월 14일, 김건희 여사 ‘명품 백 의혹’ 수사가 한창이던 서울중앙지검 지휘부를 법무부가 통째로 날리고, 대검 참모 대부분을 쳐내도 말 한마디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7초 침묵’이라는 소극적 항의 표시만 했을 뿐이다. 명품백 의혹 및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이끌던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과 그 휘하의 1·2·3·4차장검사가 전원 교체됐음에도 “인사는 인사이고 수사는 수사”라고 말하며 자신의 무능과 무책임을 덮고 지나갔다.

수사에 성역도 특혜도 없다는 말을 수차례 강조해왔던 이 총장은 김 여사에 대한 ‘제3의 장소’ 대면 조사에 대해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다며 사과는 했지만, 후속 조치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수사팀에 대한 감찰 조사도 유야무야(有耶無耶) 흘러갔다. 무능의 극치이거나 짜고 치는 고스톱판 둘 중의 하나다.

김건희 여사에 대한 중앙지검의 무혐의 보고에 수사심의위원회에 회부하는 게 고작이다. 혹자는 이 총장의 수사심의위원회 회부가 대단한 결단인 양 미화를 하고 있지만 이는 자신에게 주어진 수사지휘권을 포기하는 무책임한 모습이다. 수사팀 구성을 지시한 지 11일 만에 자신의 수족들이 잘려 나가도, 김건희 여사에 대한 중앙지검의 출장 조사가 자신을 패싱해도 책임 있는 말 한마디 제대로 하지 못하는 그가 야당 대표와 국회의원들에게는 어쩌면 그리도 즉각적이고 소신 있는 모습으로 강한 발언을 할 수 있는지 의아하다. ‘선택적 수사’로 국민의 신뢰를 저버린 검찰 수장의 ‘선택적 소신’인가?

정치적 사건에서의 편파적인 수사와 권력층에 대한 특혜 의혹, 검사들의 일탈과 제 식구 감싸기로 국민의 신뢰가 떨어질 대로 떨어진 검찰이지만 취임 초기부터 공정하고 투명한 수사를 약속하며 “기본을 바로 세우면 길이 열릴 것이다”라는 이원석 총장의 말에 새로운 기대를 한 적이 있다. 그러나 그의 약속은 약속으로 끝나고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공염불이었다.

검찰은 이제라도 초심으로 돌아가 철저한 자기반성과 뼈를 깍는 노력으로 스스로 개혁하는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줘야 한다. 권력층에 대한 특혜 없는 엄정하고 공정한 수사로 신뢰를 회복해야 해체되는 아픔을 겪지 않을 것이다. 다음 검찰총장은 공염불을 외는 사람이 아니라 검사로서의 자존감을 가지고 검찰의 의무와 존재 이유를 아는 사람이 임명되어야 한다. 진정으로 '국민을 섬기는 검찰'을 아직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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