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대표직 연임 처음·역대 최고 득표율, 하지만 "이벤트는 끝"... 민심 얻고 민생·정책 리더십 보일 때

중진인 김두관 후보, 대항마로서는 역부족 이었다
당권 다시 거머쥔 이 대표, 대권 가도에도 힘 붙나

정용일 승인 2024.08.19 08:12 | 최종 수정 2024.08.19 08:13 의견 0

[시사의창=정용일 기자] 예상대로 큰 이변은 없었다. 출마 때부터 점쳐졌던 '확대명'(확실히 대표는 이재명)이 그래도 결과로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을 이끌 대표에 이재명 후보가 다시 선출됐다. 18일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이 후보는 누적 득표율 85.4%의 압도적 지지로 대표직 연임에 성공했다. 2년 전 자신이 기록했던 역대 최고 득표율도 넘어섰다. 민주당 계열 정당에서 대표 연임은 새정치국민회의 총재를 지낸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처음이다.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연임이 확정된 이재명 신임 당대표와 새 최고위원들이 18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KSPO돔에서 열린 전국당원대회에서 꽃다발을 들고 당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병주·전현희 최고위원, 이재명 당대표, 김민석·한준호·이언주 최고위원./연합뉴스


비명(비이재명)계 중진인 김두관 후보가 '이재명 일극 체제 반대'를 내세워 당권에 도전했지만, 12.1% 득표율로 대항마로서는 역부족이었다. 최고위원에는 김민석 전현희 한준호 김병주 이언주 후보가 당선됐다.

이 대표가 거대 야당의 당권을 다시 거머쥠으로써 대권 가도에도 당장 걸림돌은 없어 보인다. 앞서 민주당은 "이재명 사당으로 퇴행했다"는 일각의 비판에도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는 대선 1년 전에 사퇴해야 한다'는 원칙에 예외를 두는 내용으로 당헌을 지난 6월 개정했다. 이로써 이 대표는 2026년 지방선거 공천권을 행사하는 것은 물론 차기 대선 7개월 전까지 대표직을 유지할 수도 있다.

최고위원 후보들도 하나같이 친명 경쟁을 벌였다. 이른바 '명팔이(이재명 팔이) 발언'으로 강성 당원들의 반발을 산 정봉주 후보는 경선 초반 선두를 달렸음에도 결국 고배를 마셨다. 이 대표의 당 장악력이 한층 커지고 민주당의 친명 색채가 더욱 뚜렷해진 셈이다.

그럼에도 이 대표 앞에 난제는 수두룩하다. 여당의 반대에도 야당이 단독 처리한 '채상병특검법' '25만원 지원법' '노란봉투법' 등의 법안에 윤석열 대통령이 다시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정치권 대결 국면이 장기화하고 있다. 독립기념관장 임명을 둘러싼 역사 인식 논란과 전현희 의원의 '살인자' 발언으로 한때 민생 법안 처리 합의 등으로 훈풍이 부는가 했던 여야 관계는 급랭한 상황이다.

이 대표가 이날 윤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에게 회동을 제안했지만 성사되더라도 당장 실질적인 성과를 낼지는 미지수다. 국회 파행이 지속돼 입법 공백이 이어지고 민생고가 가중한다면 거대 야당 수장인 이 대표도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정치적 명운이 걸린 '사법 리스크'와 관련한 일부 재판의 1심 결과도 10월 전후 속속 나올 걸로 보인다.

민주당과 이 대표가 수권 능력을 보여주고 포용성과 확장성을 가지려면 지지층만이 아닌 국민 시각에서 접근해야 한다. 민주성과 다양성이 사라지고 강성 팬덤이 입김을 행사하는 체제로는 외연을 넓히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려면 이 대표는 민생·정책 분야에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본인 결단으로 21대 국회에서 타결 목전까지 갔던 국민연금 개혁이나 종합부동산세 완화, 금융투자소득세 시행 연기 등의 정책에서 유연한 태도로 접근해 중도층의 공감을 얻어야 할 것이다. 국민은 '먹사니즘'을 키워드로 내세운 그가 당리당략이 아닌 민생 이슈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길 원한다. 민주당도 "당원 중심을 넘어 국민을 포용하는 대중정당을 완성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한편 이 대표와 지도부는 오늘 국립서울현충원을 참배하며 공식 일정을 시작할 예정이다.

정용일 기자 citypres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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