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창] 영화 ‘탈주’를 보고 느낀 필자의 생각 그리고 시사점

편집부 승인 2024.08.06 14:42 의견 0
영화 <탈주> 메인 포스터


[시사의창 2024년 8월호=의향도 웹소설 작가] 들어가며
1999년에 개봉했던 한국 영화 ‘쉬리’를 기억한다. 감독 강제규, 배우 한석규, 최민식, 송강호의 라인업 자체로 영화팬들의 주목을 받기에 충분했고 작품의 수준도 상당히 높았다. “대한민국 영화계의 역사는 쉬리 개봉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는 말이 있었을 정도였고 전국 관객 695만명(서울관객 245만명)이라는 흥행을 기록하며 당시 최고 흥행작으로 등극하기도 했다. 쉬리의 등장 전까지 최고 흥행작이던 영화 ‘타이타닉’을 누적관객수에서 제칠 정도였으니 할 말 다한 셈이었다.
‘쉬리’의 등장 이후 그 다음해 ‘공동경비구역 JSA’가 개봉되며 ‘쉬리’의 흥행기록을 깼다.(서울관객 251만명) 또 그로부터 2년 후 ‘실미도’와 ‘태극기 휘날리며’가 연달아 개봉되며 한국 영화 흥행기록을 계속 뒤집었다.
위에서 언급한 영화들의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남북 분단의 현실 또는 남북 관련 역사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만큼 한국에서의 북한 관련 소재는 대중들의 큰 관심거리라고 볼 수 있다. 그 후에도 ‘사랑의 불시착’, ‘공조’ 등 북한 관련 소재의 영화, 드라마는 꾸준히 대중들의 인기를 얻었다.
이번에 소개할 영화도 남북 관련 현실을 다루고 있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는 주인공이 영화의 처음부터 끝까지 남한으로 탈주하고자 한다. 액션과 도주 장면의 묘사가 좋아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영화를 관람했다.
통일부 자료에 따르면 북한에서 남한으로 도주한 인원은 2019년까지 연간 1천명 이상이라고 한다. 최근 들어 수치가 꽤 줄어들기는 했지만 탈북시도가 여전히 많이 존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영화를 단순히 허구로 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그래서인지 탈주 장면이 단순한 영화가 아니라 실제 탈북 장면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영화를 보는 내내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영화 <탈주> 속 장면


살펴보기
영화 ‘탈주’는 영화 ‘전국 노래자랑’,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등을 만든 이종필 감독의 작품이다. 배우로는 이제훈, 구교환, 홍사빈 등이 출연했다. 이 영화는 2024년 7월 3일 개봉했고, 관객수 약 200만을 기록중이다(2024년 7월 23일 기준)
이 영화의 줄거리를 한 문장으로 요약하자면, ‘남한으로 도주하고자 하는 북한군 병사 규남과 그를 막아야 하는 보위부 장교 현상의 탈주와 추격전‘이다. 액션과 추격신 묘사가 좋았고 배우들의 연기가 일품이었다.
그러면 지금부터 이 작품의 주요 장면, 대사를 살펴보며 필자의 생각을 공유해보겠다.

① “탈주병을 잡은 인민의 노력 영웅이 있소”
휴전선 인근의 북한 최전방 군부대에 남쪽으로의 도주를 꿈꾸는 인물이 있었다. 그의 이름은 임규남. 그는 조만간 군 전역을 눈앞에 두고 있었지만 북한 내에서의 출신성분이 매우 낮았기 때문에 희망 없는 북한보다는 남한에 가서 살고 싶다는 열망이 가득 했다.
임규남은 매일 은밀히 지도를 만들었고 탈주할 날만 정하면 되는 상황이었다. 특히 비가 내리면 지뢰 위치가 바뀌어서 못 갈 수 있으니 예상보다 빨리 내릴 비를 대비해 서둘러 탈주를 하려 했다. 그 때 규남이 탈북하려는 것을 눈치챈 후임병 김동혁이 규남의 비밀지도를 훔쳐 먼저 도주를 시도했고 그러다 발각되었다.
기어코 혼자 탈주를 시도한 동혁에게 규남은 가장 먼저 찾아가 설득을 하려 했다. 그리고 지도를 내놓으라 했다. 하지만 소대장에게 이 모습을 들켰고 동혁과 규남은 동반 탈주 혐의로 붙잡히게 되었다.
곧 두 사람을 처벌하기 위한 회의가 소집되었고, 사건 파악을 위해 보위부 장교 리현상 소좌가 파견된다. 리현상 소좌는 북한에서 소위 금수저인 인물. 그는 사안에 대한 결정을 이렇게 내렸다.
“최고사령관 동지께서는 공화국에 탈주병이 발생한 것에 대해 매우 언짢으신 상황이오. 탈주병이 둘이나 발생하였소 하고 보고하는 것이 좋겠습니까? 아니면 탈주병을 잡은 인민의 노력 영웅이 있소 하고 보고하는 것이 좋겠습니까?”
리현상 소좌의 결정으로 인해 임규남은 동반탈주범이 아닌, 탈주범을 발견하고 잡은 인물이 되었고 순식간에 벌이 아닌 상을 받게 되었다.

영화 <탈주> 속 장면


② “너. 탈주할 박력 있는 종자는 아니잖아. 너희 아버지 닮아서”
사실 리현상 소좌는 임규남과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였다. 규남의 아버지가 과거 현상의 집 운전기사였기 때문이다. 리현상은 임규남을 소대에서 빼낸 후 규남이 운전하는 차를 타고 어디론가 향했다. 그러면서 현상은 규남에게 “너 탈주했어?” 라고 물었다. 그러자 규남은 “아닙니다. 탈주자를 잡으려 했던 거지. 그런 거 아닙니다”라고 답했고 현상은 “그렇지? 너 탈주할 박력 있는 종자는 아니잖아”라고 말하며 규남은 물론 규남의 아버지까지 조롱한다. 그런 리현상의 발언은 규남의 탈주 의지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되었다.

③ “그럼 네 앞길을 네가 정하니?”
규남은 현상을 따라 군대의 고위 인사들이 있는 곳으로 갔다. 탈북하려 했는데 영웅전사가 된 채 상을 받게 되고 수상소감으로 “뛰어난 선견지명을 가지신 사단장 동지의 가르침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모든 공로를 사단장 동지께 올리겠습니다”라는 말을 했다.
규남은 군 고위인사들로부터 큰 박수를 받지만 그의 머릿속에는 탈주 생각뿐이었다.
일기 예보에 의해 예고된 폭우까지는 고작 12시간 남짓. 이번이 아니면 다음을 기약할 수 없기 때문에 규남은 현상의 눈을 피해 행동을 시작하려 했다. 그리고 리현상에게 소대에 복귀해야 한다는 핑계를 대는 규남. 그에게 현상은 소대에 돌아갈 필요 없다고 말하며 자기가 힘써준 덕분에 사단장 직속 보좌로 배치되었다고 설명했다. 현상의 말대로라면 군 전역을 앞둔 규남이 군대에 더 묶여있어야 하는 셈이다.
규남은 현상에게 “내 앞길을 왜 마음대로 정하십니까?”라고 물었다. 이에 리현상은 담담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그럼 네 앞길을 네가 정하니? 허튼 생각 말고 받아들여”.

영화 <탈주> 속 장면


④ “적어도 그곳에서는 실패라도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운명을 받아들이라는 현상의 충고에 오히려 규남은 더 오기를 품었다. 통행증을 위조하여 술에 취한 간부의 운전병으로 위장해 그 곳을 빠져나가는가 하면, 기밀업무를 수행한다는 거짓말을 하며 김동혁과 지도를 빼내기도 했다.
리현상과 군인들이 규남을 끊임없이 추격하지만 규남은 순간순간 위기를 모면한다. 그리고 현상과의 전화통화에서 규남은 “내 앞길 내가 정했습니다”라는 의미심장한 말까지 남기며 탈주 의지를 더 굳혔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탈주와 추격이 반복되고 결국 규남은 탈북 직전까지 다다르게 된다. 이에 리현상은 규남에게 남한으로 간다고 별 수 있을 거 같냐고 말하며 탈주를 마지막으로 만류했다. 이에 규남은 이렇게 말했다. “여기선 실패조차 할 수 없으니 마음껏 실패하러 가는 겁니다. 적어도 그곳에서는 실패라도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탈주를 위한 목표를 세웠던 주인공은 그의 말처럼 탈주 장면에서도 번번히 실패를 했다. 하지만 여러 번의 실패 끝에 결국은 탈주에 성공을 했고, 남한에서 정착하며 살게 되었다. 영화의 끝에는 ‘아문센’의 책이 나왔다. 아문센은 지구의 두 극점을 모두 최초로 정복한 사람이다. 그리고 그 책에는 과거 현상이 규남에게 써준 글귀가 있었다. 그 글귀는 ‘죽음이 아닌 의미없는 삶을 두려워하라’였다. 결국 규남에게 현실에 수긍하지 않고 자유를 꿈꾸도록 용기를 주었던 사람은 다름 아닌 리현상이었던 셈이었다. 그렇게 영화는 마무리가 된다.

필자의 생각
① 북한에서의 자유

북한은 말로는 평등사회를 표방하는 듯 하지만 실상은 출신 성분에 따라 계급과 계층이 정해진다는 것은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한번 자신의 신분이 정해지면 대대손손 가족에게 대물림되며 좀처럼 변경될 가능성이 없다고 한다. 영화 속 규남과 현상도 어릴 적 신분과 위치가 성인이 되어서도 전혀 변하지 않았음을 보여주고 있다. 영화에서 현상은 자신이 떨어뜨린 사탕을 규남의 입에 넣어주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 장면 속 규남은 아무 저항 없이 그 사탕을 먹는다. 그것이 규남의 밑바닥 인생을 보여주는 단면이라고 할 수 있다. 자신의 신분을 벗어나기 위한 도전을 하고 싶어도 그저 현실에 수긍할 수밖에 없는 것이 북한의 현실이라는 것을 영화에서는 보여주고 있다.
물론 그렇다고 고위층의 자녀인 리현상도 자유가 보장되지는 않았다. 리현상은 피아노에 재능이 많았지만 피아노를 직업으로 하지 못하고 군인으로서의 삶을 살고 있는 것으로 묘사되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의 성적 자유를 표현하지 못한채 자신의 욕망을 억누르고 있었다.(이 부분은 영화에서 직접적으로 드러내기보다는, 간접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렇게 자유가 억압되고 있는 북한이기 때문에 그 체제 속에서 주인공 규남이 탈주를 도전하는 그 자체로 의미가 있었고 결국 탈주를 성공했기 때문에 신체 여러 부위에 총을 맞아도 규남은 안도를 할 수 있었다. 우리가 누리는 자유는 그들에게는 누리지 못하는 것이고, 우리가 누리는 자유가 소중한 것이기에 행복한 삶이라는 메시지를 유추할 수 있었다.

영화 <탈주> 속 장면


② 북한에서의 인권
통일부에서 발간한 ’2024 북한인권보고서‘에는 북한에서 인권이 어느 정도로 억압받고 있는지가 설명되어 있다. 2022년 황해남도에서 22세 청년이 남한 노래 70곡과 영화 3편을 시청하고 이를 유포했다는 이유로 북한 당국에 의해 공개처형되었다고 한다.
북한 당국이 주민들의 휴대전화기를 수시로 검열하여, 주민들이 주소록에 ‘아빠’, ‘쌤’ 등 한국식 말투나 표현을 사용하고 있는지 단속하고 있으며, 심지어 결혼식에서 신랑이 신부를 업는 행위, 신부가 흰색 드레스를 입는 행위, 선글라스를 착용하는 행위 등도 ‘반동사상문화’로 규정하여 처벌하고 있다고 한다. 그만큼 북한에서는 개인의 자유가 철저히 억압받고 있다.
그 뿐이 아니다. 2020년 러시아에서 건설 노동자로 일하며 하루 20시간씩 일했지만 남은 것은 50만 루블의 빚 뿐이었다는 탈북 남성의 증언도 있었다.
공식적인 자료에서 이 정도로 언급되는 것을 감안하면 북한에서의 인권 유린은 우리가 상상하는 그 이상인 듯 하다.
③ 탈북자들
남북하나재단에서 2023년 발표한 ‘북한이탈주민 정착 실태조사’라는 보고서에 의하면 남한에서 살고 있는 탈북민 중 임금근로자로 살고 있는 비율이 81.4%라고 한다. 서비스 종사자가 23.9%로 가장 많으며 월평균 임금은 245만원 수준이라고 한다. 남한생활의 만족도는 만족이 79.3%, 보통이 18.1%, 불만족이 2.5%라고 한다. 목숨 걸고 탈주했는데 만족하지 못하는 비율(보통, 불만족)이 20% 정도 수준이라는 점에 필자는 꽤 많이 놀랐다.

영화 <탈주> 속 장면


우리의 소원은 통일?
대한민국 헌법 전문에는 ‘평화적 통일의 사명에 입각하여 정의·인도와 동포애로써 민족의 단결을 공고히 하고, 모든 사회적 폐습과 불의를 타파하며, 자율과 조화를 바탕으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더욱 확고히 하여’ 등의 문구가 명시되어 있다. 또한 헌법 제4조에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그만큼 우리 헌법에서는 평화적 통일을 기본 원칙으로 천명하고 있다.
우리는 어릴 적부터 남과 북의 통일이 얼마나 중요한 목표이자 과제인지 배우고 또 배웠다. 하지만 남과 북이 분단된 후 70여년이 흘렀음에도 아직 통일은 멀고 먼 이야기 같다.
그간 대한민국 정부에서는 대통령에 따라 각각 다른 정책을 펼쳐 왔다. 어떤 정부에서는 ‘햇볕정책’을 펼치며 북한에게 우호적인 기조를 보여줬던 반면, 어떤 정부에서는 북한을 사실상 적으로 규정하고 적대시하기도 했다.
필자는 북한 전문가가 아니다. 그리고 이 부분에 대한 공부도 그리 되어 있지 않다. 그러니 통일을 위한 해답이 무엇인지는 모르겠다. 그리고 남북관계 해결을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서도 잘 모르겠다. 이것은 필자 뿐 아니라 대부분의 국민들이 그럴 것 같다. 어쩌면 남과 북을 연구한 전문가들도 정확히 알지 못할 수 있다.
지극히 비전문가적인 관점에서 바라 보더라도 한 가지는 명확히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대한민국의 군사력과 경제력이 더욱 강해져서 북한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더 선진국이 된다면 통일은 더 이상 먼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지금도 남북 사이에 격차는 많이 벌어져 있지만 지금보다 더 우리가 잘 살면 좋을 것이다. 그것이 평화적으로 통일을 하는 가장 빠른 길이라고 생각한다.
1983년 정수라 가수가 부른 ‘아! 대한민국’의 노랫말 중에는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얻을 수 있고, 뜻하는 것은 무엇이든 될 수가 있어’라는 가사가 있다. 그만큼 대한민국이 풍요롭고 좋은 나라가 되기를 바라는 의미에서 그런 노랫말이 붙은 듯 하다.
북에서 남으로 탈주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이 노랫말처럼 좋은 나라를 기대하고 왔을 것이다. 그러니 그들의 만족도가 높도록 지원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기존의 대한민국 국민들도 더 행복을 느낄 수 있도록 나라가 더 풍요로워지기를 기대한다.
물론 지금도 과거에 비하면 큰 발전을 한 것이지만 지금보다 국민들이 더 행복하게 사는 나라의 모습이 계속 이어진다면 아무리 북한 지도층이 북한내 민심을 통제하기 위해 억압한다고 해도 그것이 영원하지는 못할 것이다.
남한의 드라마가 북한 내에서도 인기가 있다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그만큼 한국을 동경하는 민심이 그들의 마음속에 더 크게 자리 잡을수록 통일을 위한 시간은 훨씬 더 단축될 거라 본다.
이래서 정치의 역할이 중요하다.
대한민국 국민들이 행복하고 잘 사는 나라를 만드는 것이 단순히 대한민국 국민들에게만 영향을 끼치는 것이 아니라 남과 북의 역학관계에도 큰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최근 대한민국 내에서 여러 사건 사고가 터지고 있다. 이런 와중에 필요한 것은 정쟁보다는 화합, 분열보다는 협치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부디 ‘아! 대한민국’에서의 노랫말이 단순히 이상이 아니라 현실화되기를 바란다는 말을 하며 이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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