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리사 칼럼] AI도 사람처럼 발명을 할 수 있을까?

편집부 승인 2024.08.06 14:00 의견 0

인공지능(AI)은 이미 우리 삶의 다양한 영역에 빠르게 침투하고 있다. 초기 단순한 업무 자동화의 수준을 넘어 이제는 예술작품을 창작하는 것과 같이 인간의 정신적인 영역인 창의적인 분야에서도 놀랄만한 결과물을 만들고 있다. 특허청은 2022년 AI 기술이 적용된 특허 검색 시스템을 심사 업무에 활용하도록 하는 시범 서비스를 개통한 바 있다. 이는 AI가 추천하는 선행기술문헌을 특허심사에 활용함으로써 선행기술문헌의 검색시간을 단축하면서도 심사품질을 높일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이다. 본 시스템의 동작원리는 심사관이 특허 검색 시스템에 심사대상 문서번호를 입력하면 AI가 심사 문서 키워드 및 핵심문장을 자동으로 추출하고 해당 키워드 및 핵심문장을 중심으로 가장 유사한 선행기술문헌을 검색하여 유사도가 높은 순위로 결과를 표시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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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의창 2024년 8월호=박기하 변리사] 최근 부각되고 있는 생성형 AI는 주어진 데이터를 분석하고 분류, 예측, 판단 등 특정 작업을 수행하는 데 초점을 맞춘 기존의 AI와 비교하고 데이터를 학습하여 새로운 데이터를 생성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으며, 텍스트, 이미지, 음악 등 다양한 형태의 콘텐츠를 만들어낼 수 있는 특징이 있다. 특히 창작 분야에 있어서 생성형 AI를 창작의 도구로 활용하는 경우가 있기도 하지만, 생성형 AI로 인해 야기될 수 있는 여러가지 문제를 우려하는 시선도 적지 않다.

이와 관련하여 2022년 미국에서 열린 미술대회에서 텍스트로 된 설명을 입력하면 몇 초 만에 이미지로 변환시켜 주는 AI 프로그램으로 제작된 작품이 우승을 한 바 있으며, 올해에는 락 밴드 앨범 뮤직비디오 공모전에서 AI가 생성한 비디오가 수상작으로 선정되기도 하였다. 또한 일본에서는 올해 권위있는 문학상의 수상작으로 생성형 인공지능이 만든 문장이 포함된 것으로 밝혀진 바 있다.

또한, AI를 발명자로 하는 국제특허출원도 등장하였다. 구체적으로, 미국의 인공지능 개발자 스티븐 테일러가 '다부스(DABUS; Device for the Autonomous Bootstrapping of Unified Sentience)'라는 이름의 인공지능을 발명자로 표시하여 국제특허출원을 하였다.

이에 대해 AI를 발명자로 인정할 수 있을지 여부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활발하게 논의가 이루어지게 되었다. 한국 특허청은 발명을 한 사람 또는 그 승계인이 특허를 받을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는 특허법 제33조 제1항의 규정에 따라 AI는 자연인이 아니므로 발명자가 될 수 없다는 이유로 보정요구를 하였으나, 출원인이 발명자를 자연인으로 보정하지 않아 무효처분되었다. 이후 무효처분에 대해 행정소송이 진행되었고, 서울지방행정법원에서 무효처분의 효력을 인정하였다.

미국과 영국은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인간만이 발명자로 인정된다는 이유로 해당 출원을 거절하였다. 그러나 호주는 1심 법원에서 사안과 관련된 명시적 규정이 없음을 이유로 AI를 발명자로 인정하였지만, 항소법원에서 자연인만을 발명자로 인정하여 원심이 파기된 이후 대법원에서 항소법원 판결이 확정되었다. 독일 연방특허법원은 자연인만을 발명자로 인정하되, 발명자를 기재할 때 AI에 대한 정보를 병기하는 것을 허용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

현재까지의 주요 논의 결과는 인간의 개입 없이 AI가 스스로 발명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AI는 발명의 도구에 불과하고, 자연인과 AI가 공동으로 발명한 경우에도 출원서에 발명자로 자연인만을 기재하면 되기 때문에 보호의 공백이 없다는 것이 다수의 의견이며, 앞으로 AI 발명의 소유권 귀속이나 보호의 필요성, 보호 방법들에 대해 지속적인 논의가 이루어질 전망이다.

저작권법 역시 마찬가지이다. 저작권법상 저작물은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을 말하며, 생성형 AI를 이용해서 만들어 낸 결과물에 대해서도 우리나라의 저작권법상 창작의 주체는 인간에 국한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생성형 AI 산출물은 사용자의 프롬프트 입력에 따라 이미 학습이 완료된 AI 모델로부터 확률적으로 도출된 것이기 때문에, AI 산출물이 학습용 데이터에 포함된 원저작물의 일부와 같거나 유사한 경우 원저작물에 대한 저작권 침해에 해당하는지, 해당할 경우 침해자는 누구인지 등과 관련하여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그리고 저작권법상 공정이용(公正利用, Fair use)은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 저작물을 이용할 수 있는 저작권에 대한 특수한 경우를 말한다. 현행 저작권법은 AI 학습 목적으로 저작물을 이용하는 경우를 개별적인 저작재산권 제한 사유로 규정하고 있지 않으므로, 저작재산권이 제한되는 사유를 포괄적인 형태로 정하고 있는 공정이용 규정의 적용 여부가 쟁점이 될 수 있다.

이에 대해서는 아직 법원의 판례가 없지만 학습 데이터의 저작물 이용과 관련해서는 일정한 요건 하에 저작권자로부터의 별도 이용허락 없이도 저작물의 복제 등을 허용하는 이른바 텍스트 및 데이터 마이닝(TDM) 규정 관련 저작권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불과 얼마 전만 하더라도 AI가 인간의 정신적 창작 활동에 이와 같이 큰 영향을 미치게 될지 예측하기 어려웠지만, 이러한 논의를 통해 궁극적으로 인간의 창작 활동이 정당하게 인정받을 수 있는 법과 제도가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향후 AI가 적용될 수 있는 분야는 더욱 늘어날 것이며, 지식재산권법과 관련해서도 다양한 주제애 대해 논의가 이루어질 것이다. 또한, AI 모델과 알고리즘을 개발하는 AI 연구원과, 대규모의 데이터를 수집 및 분석하는 데이터 과학자, AI 모델을 실제 제품이나 서비스에 적용하고, 성능을 최적화하는 머신러닝 엔지니어, AI 모델의 성능이 최대화될 수 있도록 프롬프트를 설계하는 AI 프롬프트 엔지니어 뿐만 아니라 AI 기술이 사회에 미칠 수 있는 윤리적 문제를 분석하는 전문가들도 새롭게 필요할 것이다.

생성형 AI는 최근 주목받기 시작한 분야로서, 빠르게 발전하고는 있지만 아직 기술적인 한계와 발전 가능성이 공존한다. 우리가 인공지능에게 던지는 질문 역시 반복적으로 개선되어야 하고, 보다 창의적인 질문이 있어야 창의적인 답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우리의 모습은 그동안 우리가 살면서 무수히 우리 자신에게 또는 세상에게 던진 질문에 대한 대답의 하나의 모습일지도 모른다. 그러한 질문이 누구에게 던진 것이든 결국 수많은 시행착오와 무수한 질문을 통해 원하는 대답을 찾는 것은 우리의 몫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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