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칼럼] 바이든 사퇴 이후의 미국 기후정책기조와 기후리더십

트럼프 집권 시, 미국의 석유, 천연가스, 석탄산업의 확장 억제 조치 취소 전망

편집부 승인 2024.08.06 13:54 의견 0

올해 들어 미국 정부는 청정에너지에 대한 세액공제 확대, 정유업계와 메탄 배출 시설에 대한 보조금 지원확대 등 재정정책뿐만 아니라 탄소배출권 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자발적 탄소배출권 시장에 관한 법과 제도를 정비하는 등 탄소 중립을 위한 기후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7월에 들어서는 주택에서 농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부문에서 청정에너지 기술을 지원하기 위해 지방정부의 25개 프로젝트에 43억 규모의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했으며 이들 선정된 프로젝트가 잘 진행될 경우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최대 1억 5천만tCO2eq,을 감축하고 미국의 온실가스를 약 2% 포인트까지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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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의창 2024년 8월호=최광석 포천시 탄소중립지원센터장]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 7월 19일 플라스틱 오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광범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2035년까지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2027년까지 식품 서비스, 이벤트, 포장재에서 연방 정부가 일회용 플라스틱을 조달하는 것을 중단하는 목표로 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하였다.

그런데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 도전을 포기하면서 미국의 기후변화 대응과 탄소 중립 정책은 변화를 겪을 수밖에 없어 보인다. 민주당의 카멜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의 기후변화 대응 계획은 오히려 바이든 대통령보다 규모가 크다. 해리스 부통령은 2019년 민주당 대선 경선 당시 10조 달러(약 1경 3800조 원) 규모의 기후 계획을 제안했으며 이는 바이든 대통령의 주요 기후, 에너지, 인프라 및 기술 법안에 포함된 1조6000억 달러(약 2000조 원)의 연방 비용을 훨씬 상회하는 수준이다.

해리스 부통령은 ‘환경 정의(Environmental Justice)’의 정책 프레임워크인 ‘정의로운 전환’을 강조하며 기후변화가 저소득층 지역 사회와 유색인종에게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해결하기 위한 정책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비록 입법화에는 실패했지만 ‘기후 평등법(Climate Equity Act)’이라는 이름의 법안은 해리스 부통령이 기후정책과 관련하여 정책의 우선순위를 어디에 두고 있는지를 대변해 준다. 이 법안은 홍수지대나 소음이 심한 고속도로 또는 발전소 인근 등 정주 여건이 열악한 지역에 거주하는 저소득층들에 대한 환경적 권리를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보장하기 위한 기후·환경정책을 수립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기후정책은 국제협력을 바탕으로 기후변화 대응과 탄소 중립 실천이라는 국제적 합의 아젠다에 도전하는 세력과 국가들에 대해 맞서서 정책적 연대와 글로벌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고 2023년 UAE의 두바이에서 열린 COP28에서 연설하면서 미국의 기후변화대응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국제사회에 피력한 바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이 올해 11월 대선에서 승리하면 국제 협약인 '파리 기후변화 협정'에서 다시 탈퇴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현 민주당 정부의 해리스와 바이든 모두 그린 뉴딜(Green New Deal)을 지지하며, 국제사회의 추진되고 있는 친환경에너지 전환과 CCUS 등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기후기술에 대한 투자와 지원뿐만 아니라 정의로운 전환을 포함한 환경 정의라는 부문까지 확대하여 기후정책의 목표의 외연을 넓히고 있다. 이는 파리기후협약에서 195개국이 비준에 참여한 약속을 온실가스 감축뿐만 아니라 기후 정의에 대한 부문까지 확대되어 추진되고 있다는 면에서 기후정책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어가고 있다는 희망을 보여준다.

바이든 정부의 초기에 대표적인 기후정책인 B3W(Build Back Better for the World)가 글로벌 기후협력과 지원의 명분하에 개발과 경제적 이익을 중심으로 아프리카나 남아메리카의 저개발국과 추진되면서 명분을 잃고 막대한 재원을 감당하지 못해 유야무야된 경험이 있다. 해리슨이 추진하는 기후 정의라는 정책 프레임은 자국 산업 보호 우선의 미국 기후정책을 벗어나 기후변화에 선진국과 후진국이 함께 대응해야 한다는 관점에서 미국이 국제사회에서 기후리더십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반면에 공화당 후보인 트럼프의 기후정책은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한 온실가스 감축과 청정 에너지 제조업 진흥을 대통령직 및 재선 캠페인의 큰 목표로 삼은 경쟁자 바이든 대통령과 극명한 대조를 이루고 있다. 트럼프는 전기 자동차에 대한 세액 공제와 자동차 및 발전소에 대한 강력한 배출 기준 등 바이든 행정부의 대표적인 기후 정책 중 많은 부분을 뒤집을 것이라고 발표하고 있으며 미국을 파리기후협약에서 다시 한 번 탈퇴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의 1기 기후정책은 파리기후협약 탈퇴뿐만 아니라 기후변화 자체를 부정하며 취임 후에는 전임 오바마 행정부의 기후변화 정책을 전면적으로 뒤집은 사례가 있다. 오바마 행정부에서 석탄 화력발전소의 조기 폐쇄를 추진한 청정전력계획(Clean Power Plan)을 백지화했으며 자동차 연비규제를 완화하고 재생에너지에 대한 지원을 축소다.

해리스 부통령은 지난번 대선 후보 시절 그린뉴딜과 수압파쇄공법(fracking·프래킹) 방식 가스 채굴에 대한 포괄적 금지를 지지했다. ©연합뉴스


트럼프는 ‘아젠다 47’이라는 예비공약을 통해 ABB(Anything But Biden)가 될 것 이라고 하면서 ▲파리협정 재탈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 바이든 정부의 친환경 보조금 전면 삭감 ▲ 미국내 화석연료 채굴 확대 ▲자동차 연비규제 완화 및 전기차 의무 판매 규제 폐지 등 7년 전에 1기 트럼프 행정부에서 추진했던 반 기후정책을 다시 부활시키겠다고 선언했다. 블룸버그는 "석유·가스 기업들이 바이든이 추진한 전기 자동차 판매 촉진 정책, 메탄 배출에 대한 수수료 부과, 멕시코만에서 새로운 시추권을 판매하기 위한 제한적인 계획에 대해 불만을 품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으며 트럼프는 자신은 취임 첫날부터 석유 시추를 늘리고 석유, 가스, 석탄 생산업체에 세금 감면 혜택을 주겠다고 선언하면서 더 나아가 친환경 전기차에 대한 세액공제 축소에도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영국의 에너지 전환과 기후 데이터 분석 전문 기관인 Wood Mackenzie는 현재 바이든 정부의 청정 에너지 정책에 따라 2023-2050년 동안 인프라 법안과 기후 중심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명시된 주요 인센티브를 포함해서 미국 에너지 부문에 약 7조 7,000억 달러의 투자가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데, 만일 2기 트럼프의 공화당이 저탄소 에너지와 친환경 산업의 공급망 인프라 개선을 지원하는 현재의 주요 정책을 뒤집는다면 청정 에너지 부문에서 1조 달러의 투자가 줄어들 것이고 이 경우 2050년이 되면 미국의 순 에너지 관련 CO2 배출량이 현재 정책에 비해 10억 톤 더 많아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2024년 선거가 다가오고 선거 운동이 치열해짐에 따라 EPA와 다른 연방 기관은 2022년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따라 배정된 보조금을 분배하기 위해 서두르고 있으며 트럼프 전 대통령과 공화당 의원들은 여러 IRA 보조금 및 대출 프로그램의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바이든은 대통령 임기 내내 미국의 석유, 천연가스, 석탄 산업의 확장을 억제하기 위해 수십 개의 행정 조치를 취하고 있으나 그중 대부분은 트럼프가 두 번째로 집권한다면 임기 초기에 취소될 것으로 전망한다.

그러나 미국의 정책 결정과 행정시스템은 현재의 정책을 반대하는 차기 행정부나 내각 장관이 쉽게 철회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있지 않다. 법안과 시행령을 폐지하거나 수정하는 것은 상하원의 입법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쉬운 문제가 아니며 미국의 행정절차법의 적용을 받기 때문에 이는 법의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복잡하고 시간이 많이 걸리는 일련의 절차와 요건을 필요로 한다. 트럼프가 인플레이션 감축법과 인프라법에 포함된 모든 청정에너지에 대한 보조금을 폐지하려 한다고 하더라도 상원에서 60석의 공화당 과반수를 확보해야 하며 상원의 필리버스터 외에도 입법 과정에서 소수당이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도 있다.

트럼프는 비용이 많이 드는 IRA 조항 중 일부를 살펴보겠지만, 그 법안을 폐지하려는 의도는 없다고 말한 바 있다. 트럼프와 바이든 캠페인의 많은 정치 헌금 기부자들은 이미 이러한 청정 에너지 관련 인센티브에서 혜택을 보고 있을 수 도 있으며, 이를 폐지하려는 노력에 반대할 수도 있다. 따라서 청정에너지 지원을 위한 정책과 인플레이션 감축법(IRA)를 완전히 폐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트럼프가 재집권한다면 1기 트럼프 대통령 임기 때와 마찬가지로 미국의 에너지 및 기후 정책에 상당한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급진적 변화의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미국의 언론들도 보고 있다. 미국 헌법 체계에 내재된 견제, 균형 및 보호 조치는 민주당과 공화당 대통령 모두에서 임기중 급진적인 변화를 완화시키기 때문이다.

‘American is All in’이라는 이니셔티브는 미국이 파리기후협약에 탈퇴한 직후 이에 정책적 대응을 하기 위한 “We are Still in” 이니셔티브가 바이든 정부의 파리기후협약 재가입에 따라 2021년 2월에 기업, 금융기관 비연방 기후 지도자들이 출범시킨 기후연합이다. 5000개가 넘는 도시, 기업, 대학교, 종교, 의료기관까지 확대되어 미국에서 기후행동을 지지하기 위해 모인 지도자 연합중 가장 규모가 크다. 마이크 블룰버그, 워싱턴주지사 제이 인슬라, 미국의 환경보호청장 지나매카시 등 미국 주류사회의 오피니언 리더들이 참여하고 있으며 연방정부와 협력하여 기존의 미국 기후목표를 강화하고 이를 과학 기반 목표와 일치시켜 미국의 국가온실가스 감축 목표 50%를 달성하기 위해 지원하고 있다.

트럼프 정부가 재집권한다 해도 기후정책이 단기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 있어도 장기적으로는 현재의 기조를 크게 벗어나서 급격한 변화를 초래하지는 않을 수 있다. 그 이유는 미국의 법적, 행정적 시스템의 보수성과 미국 사회 저변에 American is All in 이니셔티브 같은 기후리더십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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