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10일, 인사동 인사아트프라자 갤러리에서 조종래 광주전남지방중소벤처기업청장이 운재 조종래 작가로 변신해 ‘KOCAF 필묵의 세계화展' 첫 개인전을 개최했다. 1991년 행정고시 합격 후 중소기업청 구조개선과 과장, 중소벤처기업부 중견기업국장, 부산지방중소벤처기업청장, 감사원 감사연구원 연구부장을 역임하고 현재 광주전남지방중소벤처기업청장까지 32년간의 공직생활 대부분을 중소기업인·소상공인을 위한 정책개발과 기업들의 애로사항을 개선하기 위해 현장을 누빈 조 청장은 헌신적인 공무원으로 정평이 나 있다. 중소기업 정책은 현장에 답이 있다는 생각으로 수시로 기업을 방문해 애로사항을 현장에서 즉시 처리하는 한편 정책적인 지원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과제를 만들어 중앙정부에 건의하는 조 청장의 붓끝에서 탄생한 작품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 있을지 자못 궁금해진다.
[시사의창 2024년 8월호=김성민 기자] 조종래 청장이 개인전에 전시한 서예 작품 11점 중 3점은 공직자로서 마음가짐을, 4점은 기업인들의 성공과 발전을 기원하는, 나머지 4점은 세상을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되는 내용으로 구성했다. 공직자로서 걸어온 조 청장의 철학과 가치관, 기업 사랑하는 마음이 작품 한점 한점에 절절히 녹아있다. 작품을 감상하고 있는 기자를 선한 미소로 반겨주는 조종래 청장과의 인터뷰는 첫 개인전을 축하하기 위해 방문한 지인들의 방해(?) 덕분에 끊어지고, 이어지기를 반복했지만, 그가 전파하는 선한 마음과 선한 영향력은 이미 갤러리를 넘어 온 세상에 넘치고 있었다.
개량 한복이 잘 어울립니다
개량 한복을 좋은 느낌으로 바라만 봤지 한 번도 입어보지 못하다 첫 개인전 기간에 휴가를 내고 작가로 변신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입어봤습니다. 주변에서 잘 어울린다고 칭찬해주니 기분 좋습니다.
서예(書藝)는 언제 시작하셨는지
10여 년 전부터 우연찮게 서예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마음에 드는 글을 써서 누군가에게 선물하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는데 벌써 10여 년이 흘렀군요. 서실(書室) 회원들과 그동안 회원전(會員展)을 계속하면서 개인전(個人展)을 해보고 싶은 간절한 마음이 있었는데 이제야 뜻을 이루게 됐습니다.
서예 10년이면 상당한 경지에 오르신 거지요? 서예의 장점에 대해서
아직 초등학생 수준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아직도 끊임없이 배우고 있습니다. 주중에는 광주에서, 주말이면 집이 있는 대전에서 열심히 연습하고 있습니다.
서예는 마음 수양에 많은 도움이 됩니다. 그래서 서예를 서도(書道)라고도 부릅니다. 서예는 옛 선현들이 남기신 울림 있는 글귀나 힘들고 지칠 때 좋은 영감을 주는 글귀들을 마음에 담아 뒀다가 붓으로 옮기는 작업을 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공부, 휴식, 힐링, 수양이 되는 것이 서예의 장점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전시 작품 전체에 중소기업인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담긴 해설이 있던데
32년간의 공직생활 대부분을 중소기업인, 소상공인을 돕는 정책을 개발하고 실천하는 일을 해왔습니다. 그렇다 보니 서예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그들을 응원하는 문구들이 작품으로 승화된 거 같습니다. 제가 미술 작품을 감상할 때 제목과 작품만 보고서 이해하기 난해한 부분들이 있음을 느끼면서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작품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간단한 해설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제 작품에는 해설을 붙여 봤습니다.
즐겨 쓰시는 서체는
서예는 전서(篆書), 예서(隸書), 초서(草書), 행서(行書), 해서(楷書)의 5가지 글씨체가 있습니다. 각 서체를 쉽게 비교 설명하자면 전서는 도장을 팔 때 쓰는 서체, 예서는 전서보다 간략하고 삐침이 있는 서체, 초서는 문자를 흘려서 쓴 서체, 행서는 해서와 초서의 중간 형태로 약간 흘려 쓰는 서체, 해서는 정자로 바르게 쓴 인쇄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서예를 하는 사람은 다섯 가지 서체를 다 배우고 연습하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행서를 즐겨 쓰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쓰기 쉽다고 생각했는데 쓸수록 제일 어려운 서체가 행서 같습니다. 행서는 자유분방하며 나머지 네 가지 서체의 특징들이 조금씩 다 들어가 있습니다.
서예 외에 동적인 취미 생활은
서예를 정적인 취미라고 생각하시는 질문이군요. 기자님 생각과는 다르게 서예는 정적인 가운데 굉장히 동적인 활동입니다. 제 취미 생활 등산(登山), 다도(茶道), 서예(書藝) 세 가지 중 등산은 걸으면서 고요한 정신세계를 탐닉하는 활동으로 동적인 가운데 정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반면에 서예는 글을 쓰면서 잠시라도 정신 집중이 되지 않으면 올바른 글을 쓸 수 없습니다. 마음을 가다듬고 종이에 글을 옮기는 과정에 상당한 에너지가 소모되는 동적인 활동이라는 생각으로 접근하셔야 합니다.
청장님의 작품을 선물 받은 중소기업인이 많다고 들었는데
앞서 말씀드렸듯이 마음에 드는 글을 써서 누군가에게 선물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서예를 시작한 계기가 되었기에 당연히 선물을 자주 합니다. 제가 중소기업인·소상공인을 지원하는 업무를 하고 있기에 현장 방문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기업 방문할 때 서예 작품을 선물하면 굉장히 좋아하셔서 선물하는 제가 오히려 더 행복해집니다. 선물 받은 제 작품을 기업인들이 집무실에 걸어놓고 바라보면서 뜻을 음미하며 각오를 다지는 한편 정부 고위 관리한테 선물 받은 것에 대한 자부심도 대단하다는 소식을 들으면서 서예 하기를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 자신의 마음 수양도 하면서 기업인들까지 기쁘게 해주는 서예를 취미 삼고, 벗 삼아 평생 할 계획입니다.
공직생활을 하면서 느낀 소회를
굳이 밝혀야 한다면 30년 넘는 공직생활을 대과 없이 해온 저 자신이 대견스럽습니다. 또한 저의 도움을 받은 중소기업인이나 소상공인들이 발전하고 성공해 고마움을 표현할 때 제 직업에 대한 보람과 자긍심을 느낍니다. 아마도 30년 넘게 공직생활을 이어온 이유가 아닐까 합니다. 창업해서 계속 성장을 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창업 공화국 대한민국에서 기업들이 창업 후 5년을 버티지 못하고 70%는 폐업을 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런 와중에서도 초심을 잃지 않고 고객 만족을 실천하며 천억 벤처클럽에 가입하는 기업들을 볼 때면 마치 저의 일처럼 행복을 느끼기도 합니다. 반면에 잘 나가던 기업이 한순간에 몰락할 때면 우리의 기업 지원정책에 문제점이 없었는가를 되짚어보며 반성의 시간을 갖기도 한답니다.
우리나라는 실패한 기업의 재기 프로그램이 부족하다는 여론이 많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겠지만 정책적 보완과 기업 생태계 관련자들의 인식 전환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의 실리콘밸리에서는 기업주의 실패 경험을 크레딧으로 판단하고 투자자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기업을 회생시키는 건전한 기업 생태계가 존재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요원한 일입니다. 금융권의 문제도 개선해야 할 부분입니다. 금융선진국들은 기업의 성장성과 가능성을 보고 투자를 결정하지만, 우리나라 금융권은 눈에 보이는 담보 위주로 판단하는 경향으로 인해 가능성 있는 기업을 외면함으로써 경제발전에 역행함은 물론 금융권의 선진화에 장애가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앞으론 많이 달라질 겁니다. 비록 초기 단계이긴 하지만 중소벤처기업부에서는 중소기업의 기술을 평가해서 기술을 담보로 대출을 일으키는 기술보증기금과 같은 플랫폼들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런 데이터가 쌓여 빅데이터를 구축하고 선진 금융기법이 도입된다면 건전한 중소기업들의 금융 애로사항들이 해결될 것입니다. 우리 중소벤처기업부 직원 모두는 중소기업인과 소상공인들이 행복해지는 정책개발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공직자로서, 서예가로서 하고 싶은 말씀은
서예를 하면서 얻은 마음의 평화와 안정은 공직자로서 업무를 수행하는 데 큰 도움이 됐습니다. 인격적으로 훌륭한 서예가들과 좋은 선생님들을 만난 것도 감사한 일입니다. 이렇게 좋은 취미를 죽을 때까지 만끽하면서 살고 싶습니다. 20여 년 가까이한 채근담(菜根譚)을 주제로 좋은 글들을 써서 기업인들이 어려울 때 일어날 수 있도록 힘과 용기를 주고 싶습니다. 얼마 있으면 떠나야 할 공직이지만 후배 공무원들에게 귀감이 되고 선한 영향력을 전파하는 선배 공무원으로 기억되기를 소망합니다.
내수경기 침체와 고금리 등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도 고군분투하는 중소기업인과 소상공인들에게도 한 말씀 올립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기업의 창업, 성장, 글로벌 시장진출까지 기업들의 라이프 사이클 전반을 지원하는 업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기업을 운영하면서 어려운 점이 있을 때는 주저하지 마시고 각 지방에 있는 중소벤처기업청을 찾아 주세요. 유관기관과 함께 여러분들의 불편한 부분을 살뜰히 챙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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