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의창=정용일 기자] 수도권의 집값 상승세가 심상찮다. 서울 아파트 주간 매매가격이 5년 10개월 만에 최대 상승 폭을 나타내는 등 수도권 집값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가격 상승과 더불어 거래량도 늘어나고 있으며, 집값 상승 기대감으로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이고 있다.
10개월 만에 열린 '제7차 부동산 관계장관회의'에서 부동산 대책 발표가 있었지만 시장에서 낙관적으로 받아들일 만한 내용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최근 몇 년간 착공이 줄어 서울 등 도심에 공급 부족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정부는 집값 상승이 서울 및 수도권 일부 아파트 중심으로 일어나고 있으며, 주택 공급은 충분한 상황이라고 밝혔지만, 이미 수년 전부터 언론에서 공급 부족에 대해 거론했다. 수치로만 봐도 인허가·착공·입주 물량 감소가 뚜렷한데 정부가 시장을 제대로 보고 있는지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찮다.
이러한 상황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공급을 확대하되 투기 수요는 억제하는 정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30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최근 "실수요로 가격이 올라가는 건 어쩔 수 없지만, 투기적 수요가 발생하기 시작하면 아파트 가격이 걷잡을 수 없게 올라간다"며 "투기 지역 수요가 일어나기 전에 아파트 가격이 올라가지 않도록 조금 더 서둘러서 대책을 강구하라"고 지시했다.
당국자의 "추세적인 상승 전환은 아니다"라는 안이한 인식과 대출 규제 정책의 혼선이 집값 상승을 되레 부추긴다는 지적이 많은 상황에서 대통령의 엄정 대응 메시지가 나온 것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기획재정부·국토교통부 등 관계부처 합동으로 내달 중 부동산 종합대책을 내놓기로 했다. 시장 안정에 대한 확실한 신호를 줄 수 있게 공급을 획기적으로 확대하고 투기 수요를 잡을 종합적인 방안이 담겨야 한다.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가 없으면 백약이 무효다.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의 부동산 시장 과열 경고음은 곳곳에서 감지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7월 넷째 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30% 오르며 18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2018년 9월 이후 5년 10개월 만에 최대 상승 폭이다. 수도권 전체 상승률도 0.15%로 폭을 키웠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도 62주째 올랐다.
금리 인하와 부동산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로 대출도 급증하고 있다. 5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지난 25일 현재 557조4천억원으로 6월 말보다 5조2천억원 늘었다. 집값 불안 심리가 커져 '영끌' '빚투' 수요가 고개를 든 탓이다.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시행되는 9월까지 가계대출을 억제하기는 어렵다는 게 시장 전망이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당첨되면 수억∼수십억 원의 시세 차익을 기대할 수 있는 수도권 아파트 '로또 청약' 접수에 수백만 명이 한꺼번에 몰려 한국부동산원 청약 홈페이지가 마비되는 현상도 일어났다. 경기도 화성시 '동탄역 롯데캐슬' 무순위 청약에 300만명 가까이 몰려든 것이다. 역대 무순위 청약 최고 경쟁률을 기록했다.
내달 발표할 부동산 대책과 관련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아무래도 시장에 공급이 부족하다는 말이 많으니, 그런 기대에 부합하는 대책을 내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지난 18일 3기 신도시에서 23만6천가구를 차질 없이 공급하고 수도권 그린벨트에 신규 택지를 조성해 2만가구를 조달하는 내용의 부동산 안정화 방안을 내놨지만, 시장 불안을 걷어내기에는 역부족이란 평가가 많다.
공사비 급등, 부동산PF 부실 등으로 인한 공급 절벽을 타개할 획기적 묘책이 필요하다. 정부는 또 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 등 '임대차 2법'의 폐지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세입자 보호를 명분으로 문재인 정부 시절 도입된 이 정책이 오히려 전셋값을 끌어올리는 요인이 됐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다만, 입법 사항이라 야당 협조를 구하는 것이 관건이다. 집값 문제는 가장 큰 민생 현안인 만큼 정치권도 시장 안정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한편 국토교통부는 30일 김포한강2 공공주택지구에 대한 관계기관 협의, 중앙도시계획위원회 심의 등이 완료돼 31일 공공주택지구 지정을 고시한다고 밝혔다. 이번 지구 지정을 시작으로 2026년 지구계획 승인, 2030년 첫 분양이 시작된다. 서울 여의도에서 30분 거리인 경기 김포에 10만 가구 규모의 ‘분당급 신도시’가 조성되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의 첫 신규 택지 후보지인 김포한강2는 동서로 나뉘어 조성된 김포한강신도시 가운데 위치한다. 김포시 운양동, 장기동, 마산동, 양촌읍 일대 731만㎡ 땅에 4만 6000가구가 공급된다. 기존 김포한강신도시(5만 6000가구)와 합하면 총 가구수는 분당과 비슷한 수준이다. 하지만 수도권의 들썩이는 집값을 잠재울 수 있을지는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정용일 기자 citypres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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