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저격수 홍준표 대구시장 "당원들의 선택에 실망"...오히려 韓 전대 출마 트리거 역할한 셈..

국민의힘 한동훈 신임 대표 앞에 놓인 난제들 잘 풀어야...
짧은 경험으로 192석 거야를 상대하기란 만만치 않을 것

정용일 승인 2024.07.24 10:27 | 최종 수정 2024.07.24 10:38 의견 0

[시사의창=정용일 기자] 예상대로 별다른 이변은 없었다. 일각에서는 한동훈 대표가 1차를 통과하지 못할 경우 당선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전개될 수 있을 것이란 관측도 많았지만 결과는 예상대로였다. 국민의힘을 이끌어갈 새 대표에 한동훈 후보가 선출됐다. 한 후보는 23일 열린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과반인 62.8%를 득표, 결선투표 없이 승리를 확정했다. 초반부터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며 형성됐던 대세론이 실재했음을 입증했다고 볼 수 있다. '어대한'(어차피 대표는 한동훈)에 이변이 없었던 셈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신임 당 대표가 23일 경기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제4차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당대표로 선출된 뒤 당기를 흔들고 있다./연합뉴스


난파 상태의 국민의힘을 이끌 새 선장은 선출됐지만 남은 상흔이 깊다. 전당대회가 당 화합의 무대가 되기는커녕 계파 간 사생결단식 싸움판으로 치달으면서 사실상의 '분당대회'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친윤(친윤석열)계·친한(친한동훈)계 간의 상호 음해와 비방이 도를 넘어 자해 수준이었다는 평가가 적지 않았다.

초반부터 불거진 '배신자' 프레임, '김건희 여사 사과문자 무시' 논란, '댓글팀(여론조성팀)' 운영·'비례대표 사천' 의혹 등은 서로에게 치명적 상처를 안기고 야당에 공격의 빌미만 제공한 꼴이 됐다. 선거 막판 나온 '패스트트랙 공소 취소 청탁' 논란도 후유증이 심각하기는 마찬가지다. 투표율이 지난해 전당대회 때보다 6%포인트 이상 낮게 나타난 것은 이런 이유라고 볼 수 있다.

한동훈 신임 대표 앞에 놓인 과제 하나하나가 막중하지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당내 화합이다. 전대 경선을 치르며 드러난 계파 간 분열과 감정의 골을 치유하지 않고는 당을 온전히 추스르는 것이 불가능하다. 심리적 분당 상태가 지속되면 물리적 분열로 이어질 공산도 커진다.

치열하게 싸웠던 후보들에게 손을 내밀어 단결과 협력의 그림을 만들고, 탕평 인사로 대승적 화합을 모색해야 한다. 이는 궁극적으로 윤석열 대통령과의 관계 설정과도 직결된다. 한 후보 당선 후 당정 간 긴장의 수위가 올라갈 것이라는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당정이 동반자 관계로 같이 움직이지 않으면 가뜩이나 여소야대 정치 지형 속에 중·후반기 국정 운영이 성공하기 어려울 것은 뻔하다.

여당이 민심의 쓴소리를 청취해 전달하면 대통령실과 정부는 이를 정책적으로 구현하는 게 국민 눈높이에 맞는 국정 운영이다. 한 후보의 공약대로 용산 대통령실과 여당의 관계를 수평적으로 원만하게 재정립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한 후보가 당장 맞닥뜨릴 진짜 상대는 거대 야권이다. 정치 경력이라곤 지난 총선 당시 비대위원장직을 맡은 것밖에 없는 한 대표가, 그것도 108석의 소수 여당을 이끌고 192석의 거야를 상대하기란 만만치 않을 것이다.

이미 거야의 파상적 입법 드라이브와 탄핵·특검 공세는 발등의 불이 되고 있다. 당장 25일 본회의에서는 방송4법, 노란봉투법 등 쟁점 법안의 무더기 통과가 시도될 가능성이 크고, 26일에는 법제사법위원회의 2차 탄핵 청문회가 예정돼있다. 야권은 채상병 특검법에 이어 '김건희·한동훈' 특검법도 벼르고 있다.

당장 원내 지도부와의 협력 관계가 긴요할 것이다. 사안에 따라 야당을 상대로 타협과 절충을 하는 정치력과 리더십도 발휘할 필요도 있다. 한동훈의 정치가 바야흐로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

한 대표의 저격수로 이목을 끌었던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번 한 대표의 당선을 두고 “양립 불가한 떴다방 세력들은 잊어버리고 대구시정에만 집중하겠다”고 전했다. 홍 시장은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오늘부터 일상으로 돌아간다. 일모도원(日暮途遠·날은 저물고 갈 길은 멀다)이라고 하지만 아직 시간도 충분하고 해야 할 일도 많다”고 말했다. 이어 “늘 그랬듯이 현재 이 자리에서 대구 미래 100년 사업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홍 시장이 한동훈 대표의 전대 출마와 관련해 트리거 역할을 제대로 했으며, 민심을 오판하고 선거에 개입한 셈이 됐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 추경호 원내대표 등 신임 지도부가 24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을 참배하고 있다./연합뉴스


한편 한동훈 대표를 비롯한 신임 지도부는 24일 국립서울현충원 참배로 첫 공식 일정을 시작했다. 이날 현충원 참배에는 한 대표와 추경호 원내대표와 장동혁 김재원 인요한 김민전 최고위원, 진종오 청년최고위원, 정점식 정책위의장, 성일종 사무총장 등 지도부 전원이 함께했다.

한 대표는 헌화 및 분향을 한 뒤 방명록에 "더 경청하고, 더 설명하고, 더 설득해서 국민의 마음을 얻고 함께 미래로 가겠습니다"라고 적었다. 한 대표는 첫 일정 소감을 묻는 기자 질문에 "현충원이어서 질의응답은 안 하겠다"며 "저희가 잘하겠다"고만 답했다.

한 대표는 이날 저녁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새 지도부와 전당대회 경선 낙선자 등을 초청한 만찬에 참석한다. 원희룡·나경원·윤상현 등 전당대회에 출마했던 대표·최고위원 후보들도 동행한다.

정용일 기자 citypres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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