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터지면 핵전쟁에 버금가는 대재앙' 역대급 IT 대란 통해 '초연결사회의 위험성' 그대로 드러나...

소수 빅테크 기업이 서비스 독점적으로 공급하는 구조적 취약성
세계 3대 기업의 점유율 70% 육박, 기술 독과점 우려가 현실로...
정부·기업 백업 시스템이나 운영 체계 분산화 방안 등 고심해야

정용일 승인 2024.07.22 09:35 | 최종 수정 2024.07.22 10:18 의견 0

[시사의창=정용일 기자] 언제 어디서나 충분히 벌어질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해왔던 것이 드디어 터지고야 말았다. 그리고 그 파장은 예상보다 컸다.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의 클라우드 서비스 장애 사태의 파장은 전 세계의 전산망을 뒤흔들어 놓았다. 만약 이러한 IT 취약점이 전쟁에 악용된다면 세계경제에 미칠 파장은 실로 엄청날 것이다. 그 파급력은 핵전쟁에 버금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클라우드 서비스 장애 발생 피해 현황


지난 19일 발생한 클라우드 서비스 장애로 세계 각국에서 항공과 통신, 방송, 금융, 의료 등 주요 산업과 서비스 분야의 운용이 큰 차질을 빚었다. 외신 등에 따르면 전세계에서 취소·지연된 항공편이 수만편에 달한다. 항공 서비스의 경우 완전 정상화까지 길게는 몇주까지 시간이 더 걸릴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MS는 20일(현지시간) 자사의 블로그에 올린 공지에서 "우리는 현재 크라우드스트라이크(CrowdStrike)의 업데이트가 850만대의 윈도 기기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한다"고 밝혔다. 이번 사태는 사이버 보안업체 크라우드스트라이크가 보안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하는 과정에서 MS의 윈도 운영체제(OS)와 충돌을 일으켜 MS 클라우드 서비스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 사태가 역대 최악의 정보기술(IT) 운용 실패 사례로 기록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유례없는 IT 대란을 통해 초연결사회의 위험성이 그대로 드러났다는 평가다. 무엇보다 소수의 빅테크 기업이 클라우드 서비스 시장을 장악하면서 일견 사소해 보이는 오류에도 대규모 혼란이 초래될 수 있는 구조적인 취약성을 보여줬다. 클라우드 시장은 일부 빅테크 기업에 집중돼 있다.

세계 3대 기업의 점유율이 70%에 육박한다. 기술의 독과점 양상이 사태의 심각성을 키운 게 아니냐는 지적은 불가피해 보인다. 전세계가 인터넷으로 연결되고 소수의 빅테크 기업이 서비스를 독점적으로 공급하는 상황에서 어느 한 곳에서 장애가 발생해도 글로벌 IT 시스템이 먹통이 되는 위험성을 배제하기는 어렵다.

IT 정보화 시대의 필수 인프라인 클라우드 서비스는 인터넷을 통해 서버와 스토리지, 네트워크, 소프트웨어 등 컴퓨팅 지원과 서비스를 원격으로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과거에도 클라우드 서비스 장애로 인한 사고는 수차례 발생했다.

마이크로소프트 사옥./연합뉴스


2017년에는 아마존웹서비스(AWS)가 4시간여 동안의 서비스 장애로 전 세계 수만개의 웹사이트가 먹통이 됐고 2020년에는 구글 클라우드가 1시간여 동안 장애가 발생해 서비스에 차질이 빚어졌다. 국내에서도 2022년 10월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로 카카오톡이 중단되면서 메시지 송수신뿐 아니라 운수·금융 등 서비스가 마비되기도 했다.

이번 IT 대란으로 인한 피해 규모는 상당했다. 전 세계에서 무려 5천여 항공편이 취소되는가 하면, 호주에선 현금자동입출금기 오류 등 금융권에서의 피해도 잇따랐다. 의료계 역시 이번 IT 대란을 피해가지 못했다. 네덜란드와 독일에선 예정된 수술이 취소됐고, 독일 내무부와 뉴질랜드 의회 IT 시스템에 문제가 생기는 등 정부 기관도 피해를 입었다. 뉴욕 타임스퀘어 일부 전광판이 까맣게 먹통이 되는가 하면, 전기차 테슬라 공장도 한 때 멈춰 섰다. 미국과 멕시코 국경에서는 입국심사도 마비됐다. 그 외에도 산업현장에서 수많은 피해가 속출했다. 인터넷으로 전 세계가 거미줄같이 엮여있는 초연결사회이기 때문에 피해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국내에선 이번 사태로 일부 저비용항공사(LCC)의 발권·예약 시스템이 한때 차질을 빚다 복구된 것으로 전해진다. 비교적 피해가 크지는 않아 다행스럽지만 안주할 일은 아니다. 정보가 집적되고 교류되는 과정에서의 취약성이 드러난 만큼 IT 시대의 기술적 리스크를 재차 되돌아보는 계기가 돼야 한다.

국내 인프라 시스템 전반을 재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정부와 기업은 백업 시스템이나 운영 체계의 분산화 방안 등을 고심해야 할 때다. 예기치 못한 사고의 발생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선제적인 대책을 강구하는 데 만전을 기해야 한다. 앞으로가 더욱 문제다. 언제라도 다시 이러한 IT 대란은 벌저질 수 있는 상황이다. 결코 가볍게 넘길 상황이 아니다.

정용일 기자 citypres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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