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여행’은 이래서 좋아요!] 경이로운 몽골 밤하늘을 보고 ‘진짜 부자’가 되다

좋아하는 사람들과 신나게 떠나는 ‘함께 여행’

편집부 승인 2024.07.05 15:33 의견 0

마음에 맞는 친구들,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과의 여행을 나는 ‘함께 여행’이라고 정의한다. 나이 차가 있고 하던 일도 다른 다양한 사람과 같이 있는 것만으로 즐겁다. 서로 배우고 가르쳐 준다. 서로를 알아가는 재미도 있다. 끝으로 여행을 다녀온 후 관계가 더 끈끈해진다. 홀로 여행, 가족여행에 이어 ‘함께 여행’을 시리즈로 소개하고자 한다.

몽골 밤하늘에서 펼쳐지는 은하수와 별의 황홀한 공연 – 몽골

[시사의창 2024년 7월호=서병철 기자] 아! 이게 ‘진정한 자유’구나
몽골 서부 국경도시 을기(Olgiy)를 출발해서 통신 불가능한 타왕복드(Tavan Bogd) 지역으로 향했다. 끝없이 이어지는 산맥과 산봉우리, 강줄기를 마주하며 엉덩이와 머리를 부딪혀 가면서 점점 몽골의 깊숙한 곳으로 달려갔다. 뉘엿뉘엿 지고 있는 석양을 마주하고 먼지를 흩날리며 달리는 앞선 러시아 군용차를 기반으로 제작한 오프로드 전용 승합차, 푸르공의 모습이 멋지다.
게르에 도착하자마자 몇 사람이 강물에 목욕하려고 하는데 현지인이 와서 이야기했다. 몽골인들은 강물을 ‘어머니의 물’이라 칭하며 강을 훼손하지 않는다고 하면서 강물 속에서 씻지 말고 물을 양동이에 받아서 사용해 달라고 요청을 받았다. 현지에 맞는 에티켓을 지키기 위해 여기 머문 6일 동안에는 강물에서 양동이로 물을 받아서 세수와 양치질 정도만 했다. 그로 인해 매일 웃는 일이 생겼다. 일행의 맨얼굴, 빨갛게 코가 탄 모습을 보면서 서로 키득키득 웃으며 놀렸다. 처음에는 와이파이가 터지지 않아서 불편했었는데 오히려 몽골 여행에 몰입할 수 있었다. 아! 이게 바로 ‘진정한 자유’라는 것을 깨달았다. 여행 중 몽골인을 만나면 몽골에서 누릴 수 있는 중요한 것을 물어보면 항상 ‘자유’라는 단어는 늘 포함된 이유를 이제 조금 이해할 수 있었다.

신나게 춤추며 결혼을 축하하는 두 여행자 – 몽골


카자흐식 결혼식의 축하 사절단이 되다
게르에서 출발해서 2시간 30분 이동한 끝에 마침내 바양을기(Bayan-Olgiy) 아이막 젱겔 솜 마을에 도착했다. 바로 여기서 오늘 몽골 결혼식이 예정되어 있다. 마을 사람들과 가축들로 북적이는 가운데 신랑, 신부가 전통 의상이 아닌 웨딩드레스와 양복을 입고 등장했다. 예상을 벗어나서 더 이색적이었다. 축사가 끝나고 사탕을 던지며 노래를 부르고, 친척들과 친구들이 차례로 나와서 원을 그리며 한 사람씩 가운데로 나와서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었다.
갑자기 끼가 발동했다. 일행 중 춤을 잘 출 것 같은 누님 한 분의 손을 붙잡고 중앙 무대로 나선 것이다. 초원이라는 무대에서 재밌고 익살스러운 춤을 추었는데 관중들의 반응도 뜨거웠지만, 신랑과 신부의 결혼을 이렇게 축하해 줄 수 있어 행복했다. 게르 안으로 초대받아서 마유주와 각종 음식을 먹은 후 우리 몽골 원정대가 모두 나와서 축하 인사와 함께 축하금을 함께 춤을 추기 시작했다. 분위기가 한껏 무르익었을 때 너무 감사하게도 몽골 현지인들이 우리에게 일일이 화려한 색상의 몽골 옷과 조끼 등의 깜짝선물을 주었다.

게르 주인과 독수리 – 몽골


내가 우승을 예측했던 몽골 씨름 청년, 진짜 챔피언이 되다
이어서 축하 행사로 몽골 전통 씨름인 ‘부흐(Bokh)’대회가 열렸다. 먼저 의상이 독특했다. 상의는 ‘조닥’이라는 낙타 가죽으로 만든 긴팔의 옷을 착용하는데, 등의 상부와 팔까지만 둘렀다. 하의는 ‘셔닥’이라는 소가죽으로 만든 거의 속옷에 가까운 짧은 팬츠를 입는다. 샅바를 잡는 씨름과 달리 맨다리를 직접 잡는 장면을 자주 목격했다. 젊고 듬직한 청년 32명이 토너먼트로 우승자를 가리는 대회였다. 출전 선수들 사진을 찍어 달라는 요청을 받아 셔터를 누르는데 유달리 한 명이 눈에 띄었다. 키는 그리 크지 않으나 단단해 보이는 친구와 단둘이 사진을 찍으면서 말했다. “네가 우승하면 우리 다시 사진 찍는 거다.” 검게 탄 얼굴의 듬직한 청년은 빙그레 웃음으로 화답했다. 어느덧 결승전이었다. 내가 우승하리라고 예측한 선수가 결승에 올라서 다소 긴장되었다. 상대 선수는 참가 선수 중 가장 덩치가 컸다. 만만치 않은 상대인만큼 승부가 쉽사리 나지 않다가 큰 기술로 상대를 제압하고 바로 그 선수가 우승을 차지했다. 부상으로 주어지는 소는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인 양 좀처럼 끌려오지 않고 버티어서 애를 먹이는 장면이 웃음을 자아냈다. 약속한 대로 우승자와 나는 다시 사진을 찍었다. 내가 우승한 것처럼 기뻤다. ‘ 내가 응원해서 우승하고 소를 받게 된 것은 아닐까’ 잠시 즐거운 착각에 빠져 보기도 했다.

초대된 카자흐식 결혼식, 누가 주인공이지 - 몽골


극진하게 손님을 대접하는 몽골의 일상을 함께 하다
바양을기 지역은 카자흐족의 전통 언어와 문화가 잘 보존되어 있다. 특히 카자흐족의 게르는 몽골족의 게르와는 다르다. 몽골식은 입구가 남향이고 기둥이 2개인데 반해 카자흐식은 입구가 동향이며 기둥이 없다. 천장 중앙 화덕의 연기가 나가는 구멍을 ‘터너’라고 불리는데 태양 빛이 들어오는 유일한 통로로서 인간과 하늘이 연결되어 신이 드나든다고 생각한다고 한다. 동물 문양의 벽걸이 장식품인 ‘투시(Tush)와 화려한 색깔과 문양의 펠트 카펫인 ’‘코시마(Koshima)’등 장식이 훨씬 더 화려한 것이 특징이기도 하다. 게르 주인이 오늘 낮에 손님이 온다고 먼저 양해를 구했다. 침대 정리를 하는데 띠를 두르고 침대보를 잘 정돈하고 바닥 양탄자 먼지도 털어냈다. 가장은 게르 밖에서 양의 목을 자르고 피를 뺀 후 능수능란한 솜씨로 자르고 가죽을 벗긴다. 쓸개만을 버리고 나머지는 그대로 도려내서 음식에 사용했다. 온 가족이 총동원되어 반나절을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국수를 먼저 부러뜨린 후 끓이고, 양고기 요리를 하고, 몇 가지 음식도 튀긴다. 하도 맛있어 보여서 먼저 시식하는 실례를 범하기도 했다. 이윽고 손님이 왔는데 우리 일행도 초대받아서 함께 만찬을 즐겼다. 귀하다는 유럽 위스키까지 마시며 극진하게 손님을 맞이하는 몽골의 현재 모습을 일거수일투족 볼 수 있는 기회라서 더욱 좋았다. 독수리를 이용한 사냥은 수백 년 동안 중앙아시아 유목인들의 전통 스포츠였다고 한다. 운 좋게도 우리가 머문 게르에 독수리 두 마리가 있었다. 게르 주인이 보호 장갑과 몽골 전통 옷을 입고 여행객 각자에게 독수리 체험을 시켜 주겠다고 제안했다. 마침내 내 차례가 왔다. 한 손으로 들어 올리는데 무게가 꽤 나가서 들기가 버거울 정도였다. 혹시 나에게 달려들면 어떡하나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고 난생처음 독특한 독수리 체험을 했다. 참고로 매년 10월 초에 을기(Olgiy) 시에서는 성대한 독수리 축제를 구경할 수 있다.

말칭 봉(Malchin Peak) 정상에 오른 3명의 영웅 - 몽골


타왕 복드의 만년설이 덮인 말칭 봉에 오르다
5인의 성인을 의미하는 타왕 복드(Tavan Bogd)는 몽골, 러시아, 중국에 걸쳐 있는 우뚝 솟은 봉우리들이다. 만년설로 덮여 있어서 트레킹 매니아가 좋아하는 봉우리인데 우리 일행은 해발 4,050m인 말칭 봉(Malchin Peak)을 선택했다. 초입에서는 완만한 경사에 콧노래를 부르고 빙하가 녹아서 생긴 강물을 따라 즐겁게 걸어갔다. 등반 중에 털가죽만 남고 굶어 죽은 야크(Yak)를 보면서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갈수록 경사가 가파르고 3,600m 지점에서 걱정했던 고산 증세가 나타났다. 아쉬웠지만 고민 끝에 몇 사람과 함께 하산을 결정했다. 동료 중 세 사람은 결국 정상에 올라 인생 최고의 커피를 마시며 즐기기도 했다. 몽골의 설산을 한여름에 이렇게 동반자들과 함께 즐길 수 있었던 자체만으로도 좋았다.

밤마다 펼쳐지는 낭만적인 풍경 – 몽골


몽골의 별과 은하수를 만나 황홀경에 빠지다
“비박 한번 해볼래요?” “밤에 춥던데 감기 걸릴 것 같은데요. 괜찮을까요?”“괜찮아요. 나는 매일하고 있는데.” 베테랑 산악인 출신 일행의 권고로 “해보자”하며 두 사람 사이를 비집고 들어갔다. 불편할 텐데 두 사람은 나를 배려해 주었다. 침낭과 몽골식 이불을 추가로 덮었더니 생각보다 그리 춥지는 않았다. 누워서 하늘을 보니 엄청난 별자리가 먼저 보이기 시작했다. 북두칠성, 카시오페이아, 북극성, 견우성, 직녀성 등. 시간이 조금 지나자 갑자기 은하수가 긴 타원형 형태로 나타났다. 와우! 밤하늘에 떠 있는 별과 은하수 그리고 멋진 음악이 흘러나오면서 마법의 세계로 이끌려가는 듯했다. 이 세상 어떤 풍경도 이와 견줄 수 없었다. 황홀경에 빠져서 스르륵 잠이 들었다.
살아온 경험도 다르고 연령차가 있는 여행을 좋아하는 다양한 19명과 몽골 서부 오지 여행을 12일 동안 함께 즐겼다. 말과 관련되어 다친 몇 가지 사고도 있었지만, 다행히 안전하게 마칠 수 있었다. 여행 전 서로 잘 모르는 사이로 시작했지만 힘든 몽골 마초 여행을 소화하면서 누구보다 친한 사이로 발전했다. 희귀한 마못(Marmot) 고기를 먹고 몽골산 보드카를 마시면서 현지 몽골인들과 노래하고 막춤을 추고 심지어는 강강술래도 하면서 하나가 되기도 했다. “진짜 부유한 사람은 돈이 많은 사람이 아니라 밤하늘별 아래에서 경이로움에 소름이 돋는 사람이다”라고 말한 알랭 드 보통의 말이 내 마음속 깊이 들어왔다. 내가 그 소름이 돋는 경험을 직접 해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몽골 함께 여행 후 ‘진짜 부자’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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