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칼럼] EU의 기후 및 ESG 법안시행과 Scope 3

2024 회계년도부터 EU 협력업체와 물류 및 제품의 사용과 폐기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모두 측정하여 공시해야…

편집부 승인 2024.07.05 11:48 의견 0

유럽연합(EU)은 지난 5월에 환경·사회·경제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고 기후산업의 전략적 육성과 글로벌 온실가스 규제를 주요 골자로 하는 EU 그린딜의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는 온실가스·기후 및 ESG 관련 핵심법안인 ▲기업 지속가능한 공급망 실사 지침(CSDDD) ▲넷제로 산업법 ▲메탄배출 제한 가스 수입법 ▲에코디자인 규정을 최종 승인했다. 이들 핵심법안의 승인은 Michael Reiterer 주한 EU대사가 언급했던 EU의 기후친화적 사회·경제 정책인 ‘미래에도 적용할 수 있는 정책'이 차근차근 추진되고 있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파리기후협약이후 신기후체제의 메카니즘이 산업경제와 무역규제에 드러나고 있는 양상이기도 하다. 이 정책들은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경제로 돌아가지 않고 지속가능한 친환경 순환경제의 실현을 의미하며 친환경 순환경제로의 전환에 있어서 EU역내의 기업 뿐만 아니라 EU와 거래하는 글로벌 기업들에게도 EU 수준의 친환경 시스템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 정책의 승인에 따라 온실가스를 포함한 환경 및 인권 관련 EU의 규제에 부응하지 못할 경우 작게는 기업경영, 넓게는 국가간 무역관계에 있어서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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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의창 2024년 7월호=최광석(포천시 탄소중립지원센터장)] EU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EU 기후법(European Climate Law)을 2021년에 법제화하여 2030년도 온실가스 55% 감축을 위한 ‘Fit for 55’에 포함된 정책을 법제화 하면서 ▲친환경 기술에 대한 투자 ▲혁신을 위한 업계 지원 ▲친환경적인 교통수단의 도입 ▲에너지 분야 탈 탄소화 ▲건물의 에너지 효율성 증대 ▲글로벌 환경기준 개선을 위한 국제협력 등을 추진하면서 온실가스 감축과 지속가능발전을 통한 기업과 산업의 경쟁력을 녹색 기후산업의 육성 등과 함께 일관되게 추진해 왔다.

이번에 승인된 4개의 기후·탄소중립 및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한 EU의 법안은 EU 기후법의 토대 위에서 이해관계자간 꾸준한 협의과정을 거치면서 추진되었는데 파리기후협약 이후 온실가스와 지속가능발전 및 ESG관련 규제를 통해 역내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역외 기업에 대해 무역규제를 가하는 신기후체제의 기본 틀을 갖추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물론 당장 내후년에 시행될 예정인 탄소국경조정세(CBAM)와 2027년부터 순차적으로 추진될 이번 4개 법안을 감안할 때 우리나라 그리고 우리 기업의 대응에 빨간 불이 켜져 있는 것은 사실이다. 더 나아가 EU가 2024 회계년도부터 시행 예정인 지속가능 공시지침(CSRD)에는 공급망내의 인권, 환경 등과 관련하여 부정적 영향과 위험, 기회 등의 사안에 대해 공시해야 하며 온실가스는 Scope3를 포함시킴으로써 협력업체와 물류는 물론 제품의 사용과 폐기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모두 측정하여 공시해야 하기 때문에 그 대상과 범위도 확대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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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과 거래하는 회사는 이러한 EU의 지침에 따른 요구사항에 적절한 대응을 해야 하는데 위반시에는 과징금 또는 벌금이 거래대상회사에 부과되기 때문에 EU 기업과의 거래를 위해서는 이러한 지침에 따른 EU기업의 요구에 대해 대응할 준비가 되어있어야 한다. 다시 말해 우리나라도 기업도 EU와 거래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EU의 온실가스와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한 규제 요구를 경영에 반영하여야 하며 이를 수용하지 못할 경우 EU와의 거래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현대그룹은 EU의 기후관련 규제법안이 통과되자 지난 6월 초 300여개의 1차밴더를 대상으로 EU의 법안이 요구하는 수준으로 ESG 표준계약을 갱신하여 EU의 ‘지속가능 공급망실사지침(CSDDD)’ 등에 대응하겠다는 발표를 하였다. CSDDD 위반에 따른 EU의 과징금이 전체 매출의 5%이기 때문에 현대차가 EU에서 원하는 수준의 CSDDD요구를 충족하지 못할 경우 과징금 규모가 8조원에 이를 수 있다는 내용이 언론을 통해 기사화되기도 했다.

EU의 온실가스 및 지속가능발전 관련 규제에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기업의 경쟁력의 핵심이 되고 있으며 이러한 규제의 대응은 1차밴더 뿐만 아니라 2차,3차,4차 밴더 등 업스트림과 다운스트림의 공급망내에 속한 모든 협력기업이 EU에서 추진하고 있는 기후와 지속가능발전 관련 규제를 수용하고 어떻게 대응을 할 것인가가 중요한 쟁점이 되고 있다.

현대자동차의 2023년도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의하면 화석연료의 고정 및 이동연소에 의해 발생되는 Scope1 온실가스 배출량이 2022년도에 70만4000tCO2eq이며, REC(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 구매 등을 반영한 시장기반 온실가스 간접배출인 Scope2는 168만4000tCO2eq로 Scope1과 Scope2를 합해서 238만8000tCO2eq의 온실가스가 배출되고 있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반면에 공급망 전체를 반영한 Scope3 배출량은 업스트림 배출량(공급망내 재료,부품 구매, 비품 및 기자재 구매, 폐기물 처리, 임직원 출장 등에 의해 발생된 온실가스 배출량)은 2,002만tCO2eq이며 다운스트림 배출량(생산차량의 운송, 판매된 차량의 사용 및 폐기, 사옥의 임대, 투자 등에 의해 발생된 온실가스 배출량)은 8,576만tCO2eq이며 다운스트림과 업스트림을 합한 Scope3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은 1억579만tCO2eq으로 보고되었다.

Scope3배출량의 80%인 8,195만tCO2eq의 온실가스가 현대자동차가 판매한 차량의 사용(주행)과정에서 발생된 온실가스이며 Scope1,2를 합한 배출량의 약 4.5배나 되는 엄청난 양의 온실가스가 공급망을 포함한 Scope3에서 배출되고 있다. EU의 온실가스 규제가 공급망 전체를 대상으로 하여 추진되기 때문에 2023년도 현대차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의하면 공급망 온실가스 관리를 위하여 협력사와 탄소배출 이력관리 시스템 구축하고 협력사의 탄소배출량을 모니터링하여 공급망내에서 발생되고 있는 온실가스의 감축을 추진할 예정으로 되어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2023년도에 발행된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의하면 2022년도 Scope1 온실가스 배출량은 597만tCO2eq이며, 열과 전기 등을 포함한 간접배출인 Scope2 배출량은 재생에너지와 공급인정서 등을 포함한 시장기반(Market Based)기준으로 908만tCO2eq으로 Scope1과 2를 합한 사업장 온실가스 배출량은 1,505만tCO2eq으로 보고되고 있다.

공급망을 포함한 Scope3 배출량 중 업스트림 온실가스 배출량은 2,171만tCO2eq, 다운스트림 배출량은 1억300만tCO2eq이며 Scope3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은 1억2,471만tCO2eq으로 이중 반도체 등 판매된 제품의 사용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량이 1억123만tCO2eq으로 Scope3 전체 배출량의 81%에 해당한다. 사업장 배출인 Scope1과 2의 총 배출량의 5.7배가 공급망을 포함한 Scope3 배출량으로 보고되었다. 삼성전자는 기후변화로 인한 리스크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고효율 기술 도입, 재생에너지의 사용확대,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도의 활성화 등을 통해 단기 및 중장기 기후변화 관련 위험에 대해 대응을 하고 있다고 보고서에서 명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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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대표적 대기업인 현대와 삼성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의 예를 봐도 알 수 있듯이 사업장내에서 발생되고 있는 Scope1,2 온실가스 배출량보다 공급망 전체를 포함한 Scope3 배출량이 4~5배나 되기 때문에 결국 공급망내의 협력업체와의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공동의 노력이 필요하며 그 과정에서 EU 등 선진국에서 정한 온실가스 산정체계와 검증기준에 따른 MRV(측정,보고,검증)체계가 요구되고 있다. 물론 온실가스 뿐만 아니라 인권과 환경 그리고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한 EU의 폭넓은 규제에 대응하는 것은 두 말할 필요도 없다.

중소기업이 대부문을 차지하고 있는 공급망내의 협력업체들은 대기업의 요구에 따라 온실가스에 대한 측정과 관리, 지속가능성과 친환경 등에 대한 공시에 대응하기 위해 현재 우리나라에서 시행되고 있는 관련 시책과 제도를 중심으로 경영시스템을 개선하거나 도입하고 있는데 문제는 이러한 시책과 제도가 EU의 제도나 정책과 동떨어져 있다.

우리나라 기업을 대상으로 적용되고 있는 주요 친환경 및 온실가스 규제관련 정책은 ▲온실가스 다배출 기업에 대해 적용하고 있는 배출권거래제(K-ETS), ▲기업의 환경,사회,지배구조 관련 K-ESG, ▲녹색프리미엄 전력 구매와 관련된 K-RE100 등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정책은 우리나라의 제도와 법률, 그리고 정책 여건을 반영하다 보니 국제기준과는 차이가 있으며 우리나라의 제도와 여건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는 ‘K-000 제도’가 현재 EU를 포함한 국제사회에서 요구하는 기준에 부합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삼성과 현대가 아무리 공급망 전체 협력기업을 대상으로 ESG 표준 계약을 요구하더라도 K-ESG 기준으로는 EU에서 요구하는 공급망실사지침과 지속가능공시에 부합할 수 없으며 많은 부분을 수정해야 한다. K-ETS도 마찬가지다. 이월한도, 유상할당 확대, 탄소가격차액제도입 등 선진화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으며 이러한 제도들이 한국형 에너지 정책, 전력제도들과 얽히고 설켜 기업과 산업 더 나아가 국가의 경쟁력을 상실하게 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환경표지인증과 관련하여 이미 EU에서는 2020년 5월에 신순환경제행동계획에서 기업들도 PEF(Product Environment Footprint)방법론을 따라 환경성을 입증할 것을 제안하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탄소발자국, 물발자국, 오존층영향, 산성비, 부영양화, 광화학 스모그, 자원발자국 등 7대 환경영향범주를 중심으로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최근에는 EU의 국제탄소규제 정책인 CBAM과 EU PEF에 대응하기 위해 ISO14027 및 EU PEF방법론에서 요구하는 항목을 개발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EU를 포한함 국제사회의 요구는 명확하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 친환경,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EU의 제도와 시스템 안으로 들어오라는 것이다. 정부는 현재 유사하게 추진되고 있는 K-000제도를 유지하면서 EU나 미국 등을 상대로 상호인증노력을 통해 해결책을 마련하고자 할 수 있다. 공급망내의 중소 협력기업들이 경쟁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과감히 기존 제도의 틀을 벗고 새로운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K’라는 이니셜을 사용하고 있는 현재 제도의 ‘K’이니셜을 굳이 고집해야 할 이유는 없다. ‘K’를 유지할수록 공급망내 중소 협력 기업의 Scope3의 온실가스 감축도 힘들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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