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르포] 필리핀에서 사업하기

정부의 무능, 부정부패, 부의 편중 등 수많은 장애물이 가로막는 열악한 환경

편집부 승인 2024.07.05 11:24 의견 0

필리핀에서 사업을 시작하는 것에 대해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필리핀에서 외국인이 사업을 한다는 것은 너무 어렵고 셀 수도 없을 만큼 많은 장애물이 앞을 가로막는다는 것이다. 필리핀은 막대한 지하자원과 천혜의 자연조건을 갖추고도 수십 년째 제자리 또는 뒷걸음을 치는 가난한 나라다. 이런 가난한 나라의 특징은 몇 가지로 나타난다. 정부의 무능, 부정부패, 부의 편중 등이 너무 깊게 자리하여, 도저히 미래를 설계할 수도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보는 것은 결코 무리는 아니다. 이런 나라에서 사업을 하고, 돈을 벌고, 부를 축적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필자가 필리핀에 15년째 살아오고 있으면서, 아직까지 어떤 사업을 해보거나 구상해 본 적도 없는 것은, 몸으로 터득한 현실을 결코 가볍게 여기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필리핀 진출한 한식 레스토랑

[시사의창 2024년 7월호=이강현 필리핀특파원] 필리핀은 매년 2백만 명에 가까운 한국 관광객이 방문하고, 십여만 명의 한국 교민이 여러 가지 사정으로 필리핀에 거주하는 가까운 나라다.
필자가 거주하는 주변에도 한국 교포는 심심치 않게 볼 수 있고, 무언가 각자의 나름으로 먹고 사는 일에 열중하고는 있지만, 성공사례는 극히 드물게 보고 오히려 실패 사례와 피해를 당하는 사례, 심지어 사업 때문에 목숨을 잃거나 셋업범죄의 대상이 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듣거나 목격하는 일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리하여 이 르포는 또 다른 피해자를 방지하고, 성급하게, 너무 쉬운 생각으로 덤벼드는 또다른 피해자를 한 명이라도 막아보고자 이 글을 이어간다.

필리핀에서 사업체 설립방법

1. 국내 법인의 해외 지사 설립
2. 법인 설립(SEC)
3. 개인회사 설립(DTI)

해외 지사 설립은 국내 중견기업 이상의 거대자본이 투입되는 국가 간의 사업 성격이 강하여 이 글에서는 생략하기로 하고, 법인설립과 개인회사 설립형태의 두 가지만 가지고 설명하고자 한다. 먼저 법인설립은 자본금 2MP(약 5천만원) 부터 10MP(약 2억5천만원)까지 다양하고, 조건과 형태에 따라 차이가 난다.
여기에서 주의할 사항은 최소주주는 5명 이상이며 외국인 주식 보유 최대한도는 40%까지로 제한되는 것이 최대의 한계점이며 장애물이 된다.
또한, 업종에 따라 외국인은 설립 자체가 안되는 업종이 많으며, 설령 가능한 업종이라 하여도, 귀에 걸면 귀걸이 목에 걸면 목걸이 식으로, 시도 때도 없이 편의대로 뒤바뀌고, 외국인의 창업은 참을 수 없을 만큼의 인내와 시간을 요구하는 것이 다반사임을 알아야 한다. 더군다나 개인사업자를 만들기 위해서는 바랑가이(필리핀 최소 행정단위, 필리핀은 바랑가이 연합체가 국가를 형성함) 허가부터, 시·군·도·국가의 허가까지 득하기 위해서는 도저히 외국인 개개인의 능력으로는 불가능에 가깝다.
그리하여 많은 외국인이 필리핀 여자와 합·불법적인 결혼 등으로 국적을 취득하거나, 더미(Dummy. 명의만 빌린 바지사장)를 내세워 업체를 세우고 운영하기도 하지만, 이 또한 반더미법(Anti Dummy Law)에 저촉되므로 차용증을 받아놓거나, 이중계약 등 어떤 조치를 취했다 하더라도 원천무효임을 알아야 한다.

나라별 필리핀 방문자 통계


한국인은 어떤 업종에 많이 진출하나? 몇 번의 방문, 몇 번의 관광으로 호기심 내지는 섣부른 확신으로 시작한 업종이 많다 보니, 주로 식당 카페 등 요식업, 슈퍼마켓, 이미용실, 골프, 스쿠버 등 관광레져업, 합·불법의 카지노 등 주로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업종이 대다수이다 보니 성공사례는 극히 일부분이다. 그러나 요즘 들어서 바기오 등 고산지역에 특용작물 재배에 뛰어드는 사람도 특이하다면 특이할 내용이다.

필리핀 한국 슈퍼마켓


사업 시작 전 주의사항
필리핀은 자본적 정치적으로 상당히 폐쇄된 나라다. 외국인은 부동산을 소유할 수 없으며, 가능한 것은 콘도미니엄(땅 지분이 없음) 정도로 엄격하게 제한된다. 또한, 필리피노들의 특성을 파악하는 것이 가장 우선이라 하겠다.
직원을 채용할 때 급료는 월급이 아니라 주급으로 준다. 이유는 월급을 주면 4~5일 못 가고 계획 없이 지출하고 가불이 일상인 경우가 대부분이고, 월급 받은 다음 날은 각종 핑계를 대고 무단결근이 일상이다. 또 틈만 나면 업장 돈을 손대는 경우도 흔하다. 더운 나라 사람들은 게으르다는 선입견이 많이 틀린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약속은 자신의 권리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서 하는 요식행위로 간주하여, 이득이 없거나 피해를 본다는 생각이면 어떤 약속도 미련 없이 파기한다는 습성 등등 몇 번, 며칠을 경험하고는 도저히 파악하기 힘든 내용이 너무 많다. 또한, 법인 또는 개인기업 설립의 어려움을 도와줄 컨설팅업체나 법률사무소 등의 도움으로 많은 것을 해결할 수는 있으나, 모든 내용을 완벽하게 믿고 일을 추진하다 낭패를 보는 경우도 여러 차례 목격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정말 돈 벌기 어려운 나라임을 알아야 한다.

결론
필리핀은 결코 만만한 나라가 아니다. 상위 2~3%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전 분야를 장악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례로, 시장인 형이 도로공사를 발주하고, 동생의 건설사가 공사를 시행하는 정도로 끈끈한(?) 카르텔이 형성된 나라다. 다시 말해서 돈벌이가 크고, 상류층의 영역 안에 든 사업체는 매우 힘들고(허가부터) 위험하다.
결론을 말하자면…. 어떤 업종이건 돈벌이는 안 하고, 레저 관광 정도로만 만족할 나라라고 생각하는 것이 속이 편할 수도 있지만, 부득불 반드시 해야 한다면 필리핀에 와서 필리피노들 속에 묻혀서 6개월 또는 1년 정도는 살아보고 결정하는 것이 현명한 판단이라 하겠다. 그동안 필리핀에 살면서 뼈저리게 느끼고, 눈으로 보고 들으면서 여러 가지 첨가할 내용들은 많지만, 이 정도로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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