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증오의 시대, 광기의 사랑

감정의 연대기 1929~1939

편집부 승인 2024.07.03 15:37 의견 0

사르트르가 묻는다. “그런데 이 많은 사람 속에서 어떻게 그렇게 빨리 저를 찾아냈습니까?” 엘렌이 이렇게 대답한다. “언니가 말했어요, 키가 작고, 안경을 썼고, 아주 못생겼다고.” 이렇게 20세기 가장 위대한 사랑 이야기가 시작된다. - 분문 중에서 -

플로리안 일리스 ㅣ 한경희 번역 ㅣ 문학동네 펴냄


[시사의창=편집부] 《증오의 시대, 광기의 사랑》은 세계사적으로 가장 불행했던 시기라고 할 만한 제1차세계대전 이후부터 제2차세계대전이 발발하기 전까지의 10년 동안인 1929년~1939년까지의 기간을 다룬다. 플로리안 일리스는 일기, 편지, 잡지, 신문, 그림, 사진 등 수많은 자료를 바탕으로 베를린 황금기의 끝자락인 이 격동의 10년을 문화사적으로 의미 있는 주요 인물들의 사랑 이야기를 통해 풀어냈다.

열정적인 사랑의 시대였으나, 이 시기는 끔찍한 전쟁 이후 증오가 만연하던 몰락의 분위기 때문에 동시에 냉정의 시대이기도 했다. 가히 인류사에서 가장 뜨거운 동시에 가장 차가운 시대라고 할 만하다. 1929년~1939년에는 반표현주의를 표방하는 신즉물주의가 부상했다. 제1차세계대전이 안겨준 충격과 혼란을 직시하고 극복하고자 감정 표현을 억제하고 객관적 실재를 중시했던 신즉물주의는 기술 지상주의, 기계 숭배, 물질 만능주의와 자기 소외를 낳았다.

“심장은 그저 근육에 불과하다”고 믿으며 냉정함이 쿨하고 멋져 보인다고 생각하던 시대, 타마라 드 렘피카의 그림처럼, 레니 리펜슈탈의 영화처럼, 마를레네 디트리히의 연기처럼, 루이페르디낭 셀린의 소설처럼 차가운 시대였다.
그래서였을까. 마치 그 대가를 치르듯 이 10년 동안 고조된 냉정과 열정 사이의 긴장은 결국 제2차세계대전으로 폭발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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