봇물 터지는 '막말 퍼레이드'... 檢애완견 이어 '대장동 몸통 바꿔치기' 나발, '천박한 정치인', '기레기 발작증세'...정치인들 품격 잃으면 설득력도 잃는다

앞뒤 안가리는 정치인들의 과격한 표현은 자중해야

정용일 승인 2024.06.17 09:53 | 최종 수정 2024.06.17 09:58 의견 0

[시사의창=정용일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 14일 언론을 향해 "검찰의 애완견처럼 주는 정보를 받아 열심히 왜곡, 조작하고 있지 않으냐"고 말했다. 해당 발언에 대한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양문석 의원의 이 대표를 두둔하는 발언이 다시 한번 상황을 격화시키고 있는 모양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4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공직선거법 관련 재판에 출석하기에 앞서 취재진 앞에서 입장을 말하고 있다.


우선 이 대표의 주장을 살펴보면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과 관련해 자신이 추가 기소된 것과 관련, 검찰의 주장과 법원 판단에 배치되는 증거가 여럿인데도 언론이 진실을 파헤칠 노력은 고사하고 제대로 보도조차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대표의 이런 인식이 설령 사실에 부합한다고 쳐도 그것을 막말로 표현하는 순간 부차적인 문제가 된다. 이 대표는 거대 야당의 수장이자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다. 언론이 불리한 보도를 하면 '가짜뉴스'로 규정하고 공격하는 것이 정치권의 일상이 됐지만, 적어도 한 나라의 정치지도자라면 그렇게 해선 안 된다. 말과 행동에 최소한의 품격을 지녀야 한다.

이 대표는 "이 사건은 희대의 조작 사건으로 결국은 밝혀질 것"이라며 "상식적인 선에서 판단해보라. 대체 말이 되는 소리겠느냐"고 반문했다. 여기서 이 대표가 언급한 사건은 2019년 당시 이화영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이재명 지사의 방북 비용을 쌍방울이 대납하게 한 혐의로 기소된 사건이다. 1심 법원은 지난 7일 이 전 부지사의 혐의를 유죄로 보고 중형을 선고했고, 닷새 뒤 검찰은 이 대표가 방북비 대납을 공모했다며 제3자 뇌물 혐의로 기소했다.

이를 두고 이 대표는 몇 가지 반박 근거를 대며 언론을 검찰의 애완견으로 몰아세웠다. 이 대표는 먼저 "동일한 사건에 대해 동일한 법원의 다른 재판부가 전혀 다른 판단을 해서 상반된 결론이 났다"고 주장했다. 대북송금 공범인 안부수 아태평화교류협회 회장에 대해선 수원지법의 다른 1심 재판부가 대북송금 800만 달러와 관련해 쌍방울의 대북사업에 대한 대가라고 판결했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북한의 정찰총국 간부 이호남이 (쌍방울의) 주가조작 대가로 일주일에 50억씩 받기로 했다'는 내용의 국정원 보고서도 거론했다. 안부수 회장 사건을 다룬 1심 법원 판결과 국정원 보고서를 봐도 쌍방울의 대북송금 의도가 '이재명 방북비'가 아닌 주가 조작인데도 언론이 검찰의 엉터리 정보를 열심히 받아쓰기만 한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이는 다툼의 여지가 여전히 있다. 또 이화영 전 부지사 1심 재판부는 주가 관련 대목이 있는 국정원 문건에 대해 "내용이 구체적이지 않고, 이 내용이 얼마나 검증됐는지 불분명하다"고 판단하기도 했다. 이 대표가 자신에게 유리한 것을 선별해 부각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만하다.

민주당 일각에선 이 대표의 언급 이후 기자들을 비판하며 "'검찰의 애완견'이라는 표현은 애완견에 대한 모독"이라고 비난하는 등 더욱 날 선 언사를 언론을 향해 내놓고 있다. 정치권이 언론에 공정한 보도를 요구하는 것을 넘어 "쓰레기" 운운하며 조작을 일삼는 집단으로 매도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이 대표의 '애완견' 발언에 여당 의원들의 공세가 점차 거세지자 더불어민주당 양민석 의원은 이 대표 방어에 나섰다. 양 의원은 이 대표의 발언을 두고 "보통 명사가 된 '기레기(기자+쓰레기)라고 하시지 왜 그렇게 격조 높게 '애완견'이라고 해서 비난을 받는지 모를 일"이라고 말했다. "(본인 반려견인) 꿈이는 도둑놈이 오면 짖으며 으르릉~ 댄다. 검찰을 오가는 자칭 언론사 직원들, 검찰청의 일부 도둑놈들이 불러주면, 단지 받아쓰기하는 그런 직원들이 무슨 애완견"이라고도 했다. 특정 언론을 두고 이 대표가 말한 애완견이라는 표현도 과하다는 뜻으로써 이 대표의 발언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수위를 높인 것이다.

그는 또 이 대표 발언에 대해 언론의 비판이 나오는 것을 두고는 "기레기라고 해도 될 것을 애완견으로 품격을 높여줘도 기레기들은 분노 조절 기능을 상실"이라며 "남을 비난하거나 공격할 때는 나도 비판을 받거나 공격당할 각오는 해야 한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양문석 의원

"이렇게 천박한 정치인이 차기 유력 대선후보? 맹비난"

국민의힘은 15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언론을 향해 '검찰의 애완견'이라고 발언한 것을 두고 "전형적인 범죄자 모습"이자 "희대의 망언"이라고 맹공했다. 윤희석 선임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으로 기소된 이 대표를 겨냥해 "어제는 언론을 '검찰의 애완견'이라고 비하하며 윽박지르는 모습까지 보였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전날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에 출석하면서 검찰이 쌍방울 대북 송금 의혹으로 자신을 기소한 것을 두고 "희대의 조작 사건"이라며 "(언론이) 진실을 보도하기는커녕 마치 검찰의 애완견처럼 열심히 왜곡·조작을 하고 있지 않으냐"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윤 선임대변인은 "법치를 산산조각 내고 언론을 길들이면서 권력을 동원해 감옥행을 피하려는 행태는 전형적인 범죄자의 모습"이라며 "이 대표의 말대로 자신의 범죄 혐의가 '정치 검찰의 조작'에 의한 것이라면 당당하게 수사와 재판에 임하면 될 일"이라고 강조했다.

나경원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이재명의 치부를 드러내는 보도를 하면 애완견이고, 이재명과 민주당 편드는 보도를 해야만 언론 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인가"라며 "독재자 예행연습인가"라고 꼬집었다.

안철수 의원도 "진실이 드러날수록 이 대표는 감옥이 두려운가 보다"라며 "이 대표의 희대의 망언은 언론에 대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에 대한 모욕이며,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부정"이라고 비판했다.

윤상현 의원은 "이 대표의 시대착오적 언론관을 그대로 보여줬다"며 "이렇게 천박한 정치인이 차기 유력 대선후보로 거론되는 현실이 개탄스럽고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깊은 자괴감을 느낀다"고 맹폭했다.

유승민 전 의원도 "언론 전체를 싸잡아 '검찰의 개'라고 비난하는 조폭 같은 막말을 들으면, 저런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나라가 망하겠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고 썼다.

MBC 사장 출신인 김장겸 의원은 "그렇다면 권언유착을 검언유착이라고 조작하고, 생태탕을 닳도록 끓이고, '대장동 몸통 바꿔치기' 나발을 불고, 느닷없이 날씨 코너에 대문짝만하게 1번을 내세우는 노영방송은 '딱 보니'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의 애완견이라는 말씀인지, 알쏭달쏭하다"라고 가세했다.

언론 기능이 유튜브 등 디지털 수단으로 확대된 세상에서 언론이 검찰과 짜고 사건을 조작한다고 한들 이를 전적으로 믿을 국민이 얼마나 되겠는가. 정치인들의 앞뒤 안가리는 과격한 표현은 자중해야 한다. 무엇이든 지나치면 모자라느니만 못하다.

정용일 기자 citypres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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