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권도전 한동훈 등판 분위기에 날카로운 신경전..한 전 위원장은 '이조심판' 패배 후 어떤 카드 꺼내들까

정용일 승인 2024.06.14 12:48 | 최종 수정 2024.06.14 12:49 의견 0

[시사의창=정용일 기자]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국민의힘 전당대회 등판이 가시화하면서 겉으로는 무덤덤한 척 하지만 내부 신경전이 고조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비윤(비윤석열) 성향의 잠재적 당권주자들과 친윤(친윤석열)·중진 등 당내 주류에서 '어대한'(어차피 대세는 한동훈)을 경계하는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렇듯 한 전 위원장의 등판을 경계하는 분위기가 뚜렷해지고 있다고 받아들이고 있다. 이에 친한(친한동훈)계에서도 점차 목소리를 높이며 맞서는 형국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4월 11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관련 입장 발표를 한 뒤 당사를 떠나며 당직자들과 인사하고 있다./연합뉴스


당내 친한계로 분류되는 재선의 장동혁 의원은 14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 전 위원장을 겨냥한 '원외 인사 한계론', '총선 책임론'을 반박했다. 장 의원은 "당이 어려울 때 지금까지 비대위원장으로 모신 분들은 대부분 다 원외 인사였고, 작년 우리 당이 어려웠을 때 한 전 위원장을 모셨을 때도 원외였다"며 "그때는 원외가 괜찮고, 지금은 원외가 안 된다는 것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총선 책임도 여러 차례 말했다. 굳이 다시 말씀드릴 필요는 없을 것 같다"고 일축했다.

최재형 전 의원도 YTN 라디오에서 "(한 전 위원장의 대표 출마가 적절한지는) 국민과 당원이 판단하실 문제"라면서 "원내 경험이 없는 것은 전체적 당 운영에 약간의 핸디캡이 될 수는 있겠지만 또 여러 방법으로 극복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성일종 사무총장은 SBS 라디오에서 "어느 사안이든 양론이 있지만, 정치는 본인이 하는 것"이라면서 "리스크도 본인이 지는 것이니까 (결정은) 본인한테 맡기는 게 좋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한 전 위원장을 지지하는 원외·초선 측근 그룹에서는 더욱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전날 김상욱 의원은 YTN 라디오에서 "한 전 위원장과 두 시간 정도 만나 편하게 속 이야기를 했다"면서 "대표에 나선다면 어떤 역할, 어떤 구조와 기획을 갖고 있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전제돼야 하고, 그런 것을 많이 여쭤봤다"고 언급했다. 전대 출마와 관련해 구체적인 논의가 진행되고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됐다.

정치의 전장은 국회 중심, 원외 당대표의 한계 극복 어려움 우려

한 전 위원장의 출마 선언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견제도 본격화하는 형국이다. 전날 대표 경선 룰이 확정된 이후 나경원·윤상현 의원 등 비윤 성향의 잠재적 당권주자들은 원외 인사 한계론 등을 거론하며 한 전 위원장 때리기에 나섰다.

총선 전 인적 쇄신 요구에 따라 대표직을 내려놨던 5선 중진 김기현 의원도 "실패한 리더십은 안된다"며 견제론에 가세했다. 김 의원은 17·18대 국회 시절 소장파 등으로 분류됐던 의원들 간 모임을 만든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현재까지 구성원은 6선 주호영, 5선 권영세, 3선 김희정·신성범, 재선 권영진·이성권 의원 등이다.

모임 관계자는 통화에서 "의원들 이야기를 수렴해 보면 '한동훈의 세력'은 없다"며 "당내 개혁파 중진들이 모여서 한 전 위원장에 대한 지지 여부를 결정한다면 원내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22대 총선 이후 출범한 소장파 모임 '첫목회' 멤버인 초선 김재섭 의원의 행보도 관심을 끌고 있다. 김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친윤계 지원을 받아 출마를 검토한다는 일부 보도에 대해 "제 정치적 소임은 친윤이라는 이름으로 당을 망쳐놓은 사람들을 개혁하는 것으로, 친윤계 지원을 받을 생각이 없다"며 "당이 어려운 상황이고 제 역할을 계속 고민하고 있다. 당 개혁에 앞장설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 전 위원장의 등판 가능성과 관련해 윤상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총선 패배 책임지고 사퇴한 분도 (당 대표) 자리에 다시 나오겠다고 한다. 그럴꺼면 대체 뭐 하러 사퇴했나 싶다. 당 대표를 맡는 것이 책임지는 자세라는 논리는 민주당식 궤변"이라고 일갈했다.

또한 직전 당대표인 김기현 의원은 같은날 페이스북을 통해 "실패한 리더십이 아니라, 당을 살리고 민생을 살릴 수 있는 새롭고 참신한 리더십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나경원 의원 역시 부정적인 의견을 전했다. 나 의원은 전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원외 인사가 맞기에는 적절하지 않다고 보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원외 당대표를 모셔보기도 했는데 싸움 전장이 정치의 전장이 국회 중심이다 보니 원외 당대표의 경우 여러 어려움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하며 사실상 부정적인 의견을 내비쳤다.

정용일 기자 citypres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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