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리사 칼럼] 기술의 가치

편집부 승인 2024.06.07 11:37 의견 0

특허와 같은 지식재산권은 대표적인 무형의 재산권이다. 유형의 재화나 부동산처럼 이러한 무형의 재산권의 가치도 숫자로 평가할 수 있을까? 기술은 완성되기까지 많은 시행착오와 노력이 필요하고, 완성된 후에도 사업화가 되기까지 마찬가지로 많은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다. 이러한 기술사업화의 과정에서 기술이전, 거래, 현물출자 및 투·융자 등이 추진될 수 있으며, 이때 기술의 경제적 효용이나 가치 등의 평가가 필요한 경우가 있다. 이러한 평가의 활용 사례로서 권리자는 IP보증을 통해 등록된 지식재산의 사업화 과정에서 필요한 자금을 보증대출로 조달받을 수 있으며, IP투자를 통해 등록된 지식재산권의 사업화 과정에서 투자기관으로부터 투자를 받을 수 있다. 또한, 지식재산을 보유한 기업은 특허권 등을 담보로 하여 시중 은행이나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기술보증기금 등의 기관으로부터 대출을 받는 것도 가능하다. 예를 들어,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에서 IP 담보대출은 평가금액의 최대 60%까지 대출이 가능하고, 시중은행의 경우 일반적으로 평가금액의 최대 40%까지 대출을 실행하고 있다. 이와 함께 기술평가를 통해 권리자는 기술거래나 국내외 기술인증, 사업타당성 검토 등의 기반을 만들 수 있다. 이와 같이 기업이 보유한 특허 등의 IP를 바탕으로 담보대출, 투자, 보증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활동을 통틀어 IP 금융이라고 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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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의창 2024년 6월호=박기하 변리사] 특허청과 한국발명진흥회에서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2023년 기준 IP금융 규모는 9조 6100억원으로서, 최근 3년간 연평균 26.5% 증가하였으며, 정부는 연간 2천5백억원 규모의 지식재산권 투자펀드를 조성하는 등 IP금융을 2027년까지 23조원 규모로 확대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특히, 12대 국가전략기술분야 연구개발(R&D)의 집중투자로 핵심 IP의 확보를 추진하고, K-POP, 영화, 드라마 등의 K-콘텐츠를 집중 육성하기 위한 방안도 강화한다고 한다.

그리고 특허청에서는 기업이 IP의 가치를 기반으로 IP 금융사업화에 활용할 수 있도록 IP의 경제적 가치를 평가하는 IP 가치평가 비용을 일부 지원해주는 IP가치평가지원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특허청에서는 2020년 7월에 개인이 지식재산(IP)에 투자하는 크라우드펀딩 1호 상품을 국내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을 통해 출시한 바 있으며, 이는 고효율 동영상 압축기술(HEVC) 표준특허에 투자 후 국제 표준특허 관리기관으로부터 특허권의 사용료 수익을 배분받는 방식이었다.

본 투자에 따른 해당 특허권의 로열티에 연계한 수익 구간은 5~17%, 예상수익률은 13%였는데 최고 수익구간 17%를 달성하고 투자자에게 지난 달 원금과 수익금이 제공된 것으로 확인되었다.

또한 특허청은 작년에는 크라우드 펀딩 지원사업을 신설하여 특허, 실용신안 또는 디자인권이 적용된 신제품을 보유한 기업이 발행하는 증권을 통해 투자를 유치하는 증권형(투자형) 또는 제품 사전주문 개념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후원형(리워드형) 방식의 투자유치 기회를 제공한 바 있다. 해당 지원사업에 선정된 중소기업들에게는 크라우드 펀딩 교육과 맞춤형 컨설팅, 펀딩 콘텐츠 제작(페이지 구성, 디자인, 사진·동영상 등) 및 펀딩 플랫폼 등록, 홍보 및 마케팅 등이 맞춤형으로 지원되었다.

이와 함께 특허청은 한국발명진흥회에 지식재산 평가관리센터를 신설하여 가치평가의 품질관리를 위한 업무와 평가결과에 대한 조사분석 업무를 수행하고 있으며, 중소기업이나 초기중견기업에 대해 IP담보대출을 실시하고 IP투자가 위축되지 않도록 채무불이행시 회수전문기관이 은행에 보유하게 된 부실담보 IP를 매입하여 은행손실을 경감시켜 주는 제도인 ‘IP담보대출 회수지원’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한편 한국발명진흥회는 SMART5(System to measure, analyze and rate patent technology)라는 특허분석평가시스템을 구축하였는 바, 이는 객관적이고 정량적인 특허정보를 기초로 하여 기술별 평가 모델을 구축하여 특허 평가 서비스와 특허 포트폴리어 분석 서비스이다.

아울러 대한변리사회는 변리사가 평가자로 직접 참여하여 특허권의 유효성, 권리범위의 광협 및 보호강도, 기술동향 부합도 등의 정성평가를 수행하는 온라인 특허등급평가 시스템인 엑시스 밸류(EXsys Value) 시스템을 구축하여 운영하고 있다.
정부와 유관기관에서는 이와 같이 IP 금융 활성화를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지만, 이에 필요한 평가의 객관성에 대한 수요자들의 시각은 아직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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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가치평가의 방법은 여러가지 방법이 있으며, 그 중에서 수익접근법과 로열티공제법이 주로 사용된다.
수익접근법은 대상기술의 경제적 수명기간 동안 기술사업화를 통해 발생할 미래의 경제적 이익을 현재가치로 환산하는 방법이며, 대상기술을 통한 매출액과 매출원가 및 판관비 등의 재무자료를 추정한 후 현금흐름을 산출하고, 여기에 할인율을 적용하여 현금흐름의 현재가치를 산출하고 현금흐름에 기술이 기여하는 정도를 반영하여 최종적으로 기술가치를 산출하는 방법이다.

로열티공제법은 기업이 대상기술을 보유하지 못하여 제3자로부터 라이선스하는 경우를 가정하고, 대상기술의 경제적 수명 기간 동안에 이러한 라이선스 비용으로 지급해야 하는 로열티의 현재 가치를 기술가치로 추정하는 방법이다.

이러한 로열티공제법은 대상기술의 로열티 수입이 기술가치의 근거가 되기 때문에 로열티율의 결정이 중요하며, 해당 기술의 거래시장에서 비교 가능한 로열티율의 거래 사례가 다수 존재하여야 좀더 객관적인 로열티를 추정할 수 있다.

그리고 기준 로열티율이 정해지면 대상기술과 비교기술 간의 속성을 비교분석한 후 그 차이를 반영하여 기준 로열티율을 조정하여 최종 로열티율을 산출하게 된다.
수익접근법과 로열티공제법 모두 이러한 평가 과정에서 대상기술의 기술성과, 시장성, 사업성 및 권리성을 분석하게 된다. 이 때 평가자의 주관이 완전히 배제될 수는 없으며, 가치금액에 따라 금융기관을 통해 조달할 수 있는 자금의 규모도 달라진다.

이렇게 가치금액의 산정을 위해 필요한 문제를 해결하고 기술평가의 신뢰성과 공정성 등을 확보하기 위해 기술평가 가이드가 제정되어 활용되고 있으며, 여기에 기술성과 시장성, 사업성 및 권리성에 대한 평가기준이 세부적으로 마련되어 있다.

그럼에도 무형의 자산을 현재 시점에서 미래 가치를 금액으로 산출하는 것이기 때문에 기술평가를 통한 기술가치금액은 동일한 기술이라고 하더라도 어느 시점에 평가하는지에 따라 금액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특허나 상표 등의 지식재산권은 대표적인 무형자산이며, 이는 말 그대로 눈에 보이는 형태를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유형자산과 비교하여 정의하기도 쉽지 않고 이를 금전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더더욱 쉽지 않다.

이러한 기술평가에 대한 일종의 가변성은 우리의 일상에서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사람이 특정한 사실을 받아들이는 태도 역시 그 사람의 그 당시의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으며, 나아가 실정법의 개별 규정이 어떻게 해석될 수 있는지 또는 정책이 어떤 효과를 거두게 될지도 국가나 지역 또는 그 시대의 구성원들과 그 시기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가끔 고객들과 상담하거나 업체들의 선행기술들을 분석하다 보면 아직 관련된 시장이 충분히 형성되지 않았음에도 너무 획기적이거나 시대를 앞서나간 비운(?)의 발명들을 접하는 경우가 있다.

시간이 흐르고 시대가 변하면서 그러한 기술이 필요한 시점이 되었을 때 아쉽게도 사업화가 어려운 상황이 되어 빛을 보지 못하는 경우를 보면 안타깝기도 하다.
나무에서 꽃이 지고 열매가 떨어지더라도 계절이 바뀌면서 다시 꽃이 피고 열매가 맺히는 것처럼 현재 우리의 눈에 보이는 것이 어떤 대상의 전부는 아니다.

나 또는 다른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하나하나의 생각들이나 의견들이 당장 사소하거나 보잘것없는 것처럼 여겨지더라도 언젠가 소중한 의미를 가질 수 있음을 기억하여야 할 것이고, 이러한 나와 내 주변에 대한 많은 관심과 고민이 세상을 조금씩 바꾸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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