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 칼럼] 희생과 헌신을 기억하며...

편집부 승인 2024.06.07 10:45 | 최종 수정 2024.06.07 14:53 의견 0
원희경 시사의창 대표이사


[시사의창 2024년 6월호=원희경 대표] 나의 아버지는 1933년생으로 일제 강점기와 해방기 그리고 6.25 전쟁까지 모두 겪으신 분이다. 지금은 돌아가신 지 십년이 넘었지만 기일과 유월이면 아버지 생각이 더욱 난다. 소년시절의 아버지는 인민군에게 끌려가 고초를 겪고 도망쳐 나와 바로 해병대 입대하여 6.25전쟁에 참전하신 분이다.

해병대의 기수는 어떻게 정해지는지 잘 모르지만 아버지는 기수가 없을 때 입대하시어 1기를 정할 때 이 전 입대자들을 모두 1기라고 하셨다 한다. 참전 당시 다리에 총상을 입어 돌아가시기 전까지 장애로 불편해 하시며 사셨다.

나는 아버지께서 해병대를 전역하셨다는 걸 어른이 되어 아버지와 함께 자동차 수리소에 들렀을 때 알았다. 자동차 수리소 사장님께서 아버지의 차량을 보고는 일손을 놓고 큰 소리로 경례를 하시기에 아버지 아시는 분이냐고 여쭈었다. 해병대는 해병대 마크만 보여도 경례로서 예의를 갖춘다고 하셨다.

그때 해병대 모습이 어찌나 멋있어 보였는지 아들에게도 해병대 입대를 권한 나다. 더욱이 아버지께서 6.25전쟁에 참전하여 나라를 지키신 분이 내 아버지라 자랑스러웠다. 어린 시절의 나의 아들은 외할아버지의 참전 이야기를 들으며 무섭지 않으셨냐고 물었더니, 아버지는 무서웠지만 그냥 싸워야 할 수 밖에 없다는 마음이었다고 하셨다.

그렇다 우리나라 모든 국민들이 나라를 위해서 가족을 위해서는 목숨을 내놓아야 하는 상황이 닥쳐도 그냥 싸운다. 분단국가라는 비극적 역사를 가진 나라에 태어나 국방의 의무를 다하러 가는 대한민국 젊은 아들들은 그냥 의무를 다하러 간다. 요즘은 전쟁터에서 목숨을 잃고 부상을 당하지는 않지만 국민들의 안전을 위해 사고로 목숨을 잃거나 부상을 당하는 경우가 있다.

모든 국민이 다 알고 있는 지난 해 폭우로 실종된 국민을 수색하던 중 급류에 휩쓸려 숨진 해병대 채수근 일병을 기억할 것이다. 해병대 채수근 일병의 뉴스를 들었을 때 귀한 목숨을 너무 쉽게 잃었구나 하는 마음이 들어 화가 나고 슬펐다. 우리들은 유원지에 있는 잔잔한 호수라 하더라도 그 곳의 오리배를 타려면 남녀노소 할 것 없이 구명조끼를 입힌다.

그런데 장갑차도 버티기 어려운 급류에 단지 동료들의 손과 손에만 의지하여 구명조끼 없이 급류 속 수색작업을 하라니... 채수근 일병 사망에 슬퍼서도 눈물이 났지만 어이없는 지시를 한 사람에 대해 화가 나 울분의 눈물이 쏟아졌다. 다들 채수근 상병이라 부르지만 어이없는 죽음으로 받는 상병 추서가 무슨 소용일까? 나는 채수근 일병이 사망하게 된 진위와 책임자의 처벌이 결정되기 전까지는 상병으로 못 부르겠다. 상병 추서와 현충원 안장으로 억울한 죽음에 예우를 다했다 생각할 것 같아 못 부르겠다.

나의 아버지를 보며 자랑스러워했던 해병대가 채수근 일병을 사지로 몰아넣고 책임 회피하는 지휘관의 모습으로 해병대 역사에 오점이 되었다. 하지만 박정훈 대령 같은 정의로운 지휘관들이 훨씬 많다는 걸 알기에 빨리 채수근 일병의 억울한 죽음의 한을 풀어주기를 바란다.

6월은 보훈의 달이다. 보훈의 달은 국가와 국민을 위해 희생하고 헌신하신 분들을 기리고 기념하는 기간이다. 보훈의 달을 통해 국가 유공자와 유공자 가족들에게 감사와 존경을 표하며 그 분들의 고귀한 정신을 기리는 유월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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