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살아가면서 주제, 분야와 상관없이 평소 불합리하다 느꼈던 것, 궁금했던 것들이 참 많을 것입니다. 하지만 개인의 입장에서 접근하기 쉽지 않은 상황들도 참 많은 것이 현실입니다. 그래서 ‘시사의창’에서는 독자 여러분들을 대신해서 본지 기자들이 현장에서 발로 뛰면서 취재를 통해 속 시원하게 해결책을 제시해 드리겠습니다. 또한 살아가면서 미처 알지 못했던 것들과 알아두면 좋은 필요한 정보들을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따라서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제보와 문의를 기다리겠습니다. 이번 취재는 온갖 법규를 위반하며 우리 사회의 무법자가 되어가는 ‘촉법소년’의 실태와 그 문제점에 대해 취재했습니다.
[시사의창 2024년 6월호=정용일 기자] 촉법소년에 대한 문제점은 꾸준히 제기되어 왔으나, 2022년 넷플릭스시리즈 ‘소년심판’이 공개되면서 국내에 ‘촉법소년’에 대해 많은 국민들이 더욱 정확히 알게 되는 하나의 계기가 되었다. 또한 얼마 전 종영한 MBC 드라마 ‘수사반장 1958’에서도 촉법소년에 대해 다뤄지며 다시 한번 그 문제점에 대해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특히 소년심판은 촉법소년이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사회적 문제의 중심에서 오랫동안 큰 화제가 되었다. 소년심판은 청소년 범죄를 다루며, 특히 어떠한 죄를 저지르더라도 법정 최고형을 받을 수 없는 만 14세 미만의 촉법소년에 대한 고찰을 다루었다. 또한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되었다는 점에서 더욱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 그리고 그토록 뜨겁게 달궈졌던 촉법소년에 대한 관심과 국민적 공분은 지금 이 순간에도 현재 진행형이다. 또한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세상 모든 게 바뀌고 있는데, 법은 71년 전 그대로일까
경악을 금치 못하는 요즘 아이들의 범죄 양상과 그 태도
촉법소년 악용하는 아이들의 성인 뺨치는 영악함에 경악
이제는 더 이상 예전의 그 순수했던 아이들이 아니다...
소년보호처분 대상자 재범률 성인 2.6배, 실효성 의문
촉법소년 폐지는커녕, 연령하향도 국회 문턱 넘지 못해
잘못이 명확하고, 여론 들끓지만 개선되지 않는 답답함
일반 수감자들과 수감생활...재범률 증가 등 악영향 우려
촉법소년(觸法少年)은 범행 당시 형사책임연령인 만 14세가 되지 아니한 소년범으로, 대한민국 소년법에서는 ‘형벌 법령에 저촉되는 행위를 한 10세 이상 14세 미만인 소년’을 말한다. 이러한 촉법소년이 범죄를 저질렀을 경우, 보호처분을 받게 되는데, 촉법소년은 범행 당시 형사책임연령이 아니었던 소년(범행 당시 14세 미만의 소년)이므로 형사처벌을 할 수 없다. 대한민국 소년법은 그중 범행 당시 만 10세 이상에 대해서는 가정법원의 처분에 따라 보호처분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촉법소년은 범죄의 구성요건해당성(構成要件該當性)과 위법성(違法性)이 있다는 점에서는 범죄소년과 같지만, 책임연령에 이르지 않아 형사책임이 없다는 점에서 다르다. 특히 소년법의 입법 취지와 조기에 발견된 소년의 비행에 대한 처우의 적정성 측면에서 보호처분이 이루어진다. 촉법소년이 2000년대 이후 크게 늘어나고 있지만 형사미성년자 연령은 낮아지지 않고 있다.
폐지 여론 강하지만 법적 현실은 녹록지 않아
우선 소년법에 대해 살펴보면, 소년법은 만 19세까지의 청소년들을 일반인과 구별하여 처벌하는 법이다. 따라서 19세 미만의 사람들을 소년으로 정의한다. 만 14세부터 만 19세 미만은 범죄소년, 만 10세 이상에서 만 14세 미만은 촉법소년, 만 10세 미만은 범법소년으로 분류된다.
이러한 소년법의 목적은 죄를 지은 소년에게 형사처벌보다는 교화를 목적으로 하는 특별조치와 소년보호처분을 적용하고 있다. 또한 청소년들의 의사결정 능력이 부족하고 성인과 책임 수준이 다르기 때문에 필요한 법이기도 하다.
하지만 최근 소년법과 관련된 강력범죄가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며, 아이들이 저지른 범죄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의 흉악범죄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의 공분을 그냥 모른 채 하고 넘길 수만도 없는 노릇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여기저기서 촉법소년을 폐지하라는 목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다.
촉법소년이란 제도의 존재 이유가 우리 사회가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함이라지만, 그렇다면 반대로 그들에게 피해를 입은 사람들은 보호를 받을 권리가 없을까. 흉악한 범죄로 인해 씻을 수 없는 피해를 입은 피해자의 입장에서 오직 촉법소년이라는 이유만으로 가해자들이 아무런 형벌을 받지 않는다면, 피해자들은 평생 동안 정신적 스트레스에 시달리며 살아갈 것이다. 그들에게 온갖 피해를 입은 피해자들의 보호보다 가해자들의 보호가 우선시 되어야 할지 의문스러울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또한 매년 소년범죄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전국 소년부 판사의 숫자는 약 20여 명에 불과한 상황이다. 즉, 한 사람의 판사 당 배당받는 사건은 점점 늘어만 가고 있으며, 그러한 이유로 인해 사건을 충분히 고찰하고 판단할 시간적 여유가 분명 부족할 것이다.
여하튼 가해자의 갱생 기회보다 피해자의 권리와 안전을 도모하기 위한 조치로서 촉법소년은 폐지되어야 함이 마땅하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지만 현실은 생각처럼 녹록지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폐지를 주장하는 그 이유가 무엇인지, 경악을 금치 못하게 하는 갖가지 사례들을 잠시 들여다보자.
국민 경악케 하는 아이들의 범죄
인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발생한 소화기 분말 분사 사건을 기억할 것이다. 해당 사건과 관련해 가해자가 촉법소년들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다시 한번 사회적 공분이 일었다.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한 달 사이 3차례나 소화기 분말을 뿌리는 등 소동을 벌인 중학생들이 경찰에 붙잡혔다.
인천 남동경찰서는 재물손괴 혐의로 A(13)군 등 10대 남녀 11명을 수사했다. 범행 당시 A군이 주차된 차량을 향해 소화기 분말을 뿌리면서 뛰었고, 다른 3명은 휴대전화로 동영상 촬영을 하거나 범행 장면을 구경했다. 조사 결과 친구 사이인 이들 일행은 이번 사례를 포함해 최근 3차례 비슷한 범행을 반복한 것으로 파악됐다.
모두 중학교 2학년 생인 이들은 만 14세 미만인 형사 미성년자여서 범죄를 저질러도 형사 책임은 지지 않는다. 경찰 관계자는 “촉법소년이어서 형사 입건은 못하고 법원 소년부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10대의 노인 무차별 폭행, 친구는 옆에서 ‘웃음’
중고등학생 정도로 보이는 10대가 노인을 무차별 폭행해 실신시키는 영상이 인터넷에 확산하며 공분을 사기도 했다. 지난 1월 13일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 등에 따르면 전날부터 인터넷을 통해 10대 남성이 노인을 격투기 하듯 폭행하는 장면을 담은 영상이 확산했다.
영상 속 건장한 체격의 10대가 흰머리가 희끗희끗한 노인에게 허리 태클을 시도해 넘어뜨린 후 축구공을 차듯 발길질하고 주먹을 휘둘렀다. 노인은 반항해 보지만 전혀 상대가 되지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얻어맞았으며, 10대의 마지막 발차기를 맞은 후엔 정신을 잃고 그대로 바닥으로 쓰러졌다. 영상 속에는 10대의 친구로 보이는 여성의 웃음소리와 “대박” 등의 소리가 들렸는데 싸움을 말리지는 않았다.
영상을 본 누리꾼들은 큰 충격을 받은 모습이었다. ‘얼굴도 못 들고 다니게 널리 알려달라’ ‘친구가 노인을 폭행하는데 말리지 않고 촬영하는 친구도 문제’ ‘부모보다 나이 많은 사람을 때리냐, 부모가 없냐’ 등의 반응이 나왔다.
일부는 폭행 장소가 경기도의 한 상가 건물이라고 추정했으며 폭행한 10대를 아는 듯한 누리꾼은 그의 거주지와 이름, 학교 등까지 공개했다.
장 모씨는 “인스타그램을 보다가 10대 아이들이 60대 할아버지를 폭행하는 영상을 올린 걸 보고 충격을 받아 언론에 제보했다. 요즘 폭행, 촉법소년 등의 문제가 많아 알리게 됐다.”고 밝혔다.
여중생 폭행한 10대들, “우린 촉법소년…협박 말라” 비아냥대며 사과도 거부
2023년 11월 11일 여중생을 폭행하고 속옷만 입힌 채 촬영한 뒤 협박한 10대 청소년 6명이 검찰 등에 넘겨졌다. 인천경찰청 여성청소년범죄수사대는 공동폭행과 협박, 성폭력 특례법 위반 등 혐의로 10대 청소년 3명을 검찰에 송치하고 나머지 3명은 가정법원 소년부로 넘겼다고 밝혔다.
이들은 2023년 4월 21일 오후 7시 30분경부터 30여 분간 인천 미추홀구의 한 골목길에서 중학교 1학년 생 A 양의 얼굴과 복부 등을 때렸다. 또 A양에게 속옷만 입으라고 한 뒤 영상을 찍고 “신고하면 유포하겠다” “돈을 달라”고 협박한 혐의도 있다.
경찰은 이들 6명 중 3명이 만 14세 미만의 촉법소년에 해당해 가정법원 소년부로 넘겼다. 촉법소년은 형사처벌 대신 보호처분을 받는다. 이들은 피해 학생 측이 사과를 요구하자 “우리는 촉법소년이라 처벌받지 않는다.”며 “협박하지 말라.”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초등생이 던진 돌 맞아 70대 행인 사망
차량 절도에 초등학생의 집단 폭행까지
2023년 11월 17일 오후 4시 30분께 서울 노원구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70대 남성이 사망한 채 발견돼 경찰이 조사에 나섰다. 서울 노원경찰서와 강북소방서 등에 따르면 이 아파트 주민인 70대 A씨는 단지 안을 걷다가 10여 층 위에서 떨어진 돌에 머리를 맞아 숨졌다.
이 돌은 같은 아파트에 사는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이 던진 것으로 조사됐다. ‘할아버지가 쓰러져 피를 흘리고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 당국은 A씨가 이미 사망해 있는 것을 확인하고 경찰에 사건을 인계했다.
경찰은 돌을 던진 학생과 그 보호자를 상대로 자세한 사건 경위 등을 조사 중이다. 다만 해당 학생은 10세 미만으로 촉법소년(만 10세 이상∼14세 미만)에도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처벌 대상이 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전북 전주의 한 초등학교에서 집단폭행 사건이 발생, 교육 당국이 진상 조사에 나섰다. 전북도교육청에 따르면 A 초등학교 학생 10명은 3일 동안 쉬는 시간마다 B군의 팔다리를 잡고 명치를 때렸다.
간지럽히기는 물론 머리로 박치기하고, 교실로 들어가지 못하게 하는가 하면 실내화를 숨기는 등의 행각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를 알게 된 B군의 부모는 학교에 이 사실을 알리고 경찰에도 신고했다.
또 사건 내용 요약본을 인근 아파트 곳곳에 부착하고 ‘우리 아들은 학폭 가해자들과 마주칠까 봐 두려워서 잠을 자지도, 아무것도 먹지도 못하고 있다.’며 ‘촉법소년이라는 게 너무 원통하다.’고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충남 아산에서는 10대 청소년 4명이 차를 훔쳐 운전하다 사고를 내기도 했다. A(14)군 등 4명은 아산시 한 주택가에서 문이 잠기지 않은 스포츠유틸리티차(SUV)를 훔친 뒤 4시간 넘게 아산 일대에서 무면허 운전을 하다 사고를 냈다.
이들이 운전한 거리는 무려 100여㎞로 최고 속도는 시속 150㎞를 웃돈 것으로 파악됐다. 새벽 4시께 아산시 인주면의 한 농지에서 사고를 낸 뒤, 차를 버리고 도주하다 주민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1시간여 만에 붙잡혔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모두 중학교 2학년으로 2명은 아직 생일이 지나지 않아 촉법소년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운전해보고 싶어 차를 훔치기로 했다.”며 “문이 잠기지 않은 차들을 노렸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수갑 찬 촉법소년, 경찰관 폭행·욕설…
미성년자가 경찰관을 발로 차고 욕설을 쏟아내는 영상이 퍼지며 누리꾼들의 공분을 사는 일도 발생했다. 2023년 4월 26일 ‘대한민국 14세 근황’이라는 제목의 영상이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온라인커뮤니티 등 사회관계망(SNS)을 통해 확산됐다.
30초가량 되는 영상 속에는 파출소 안에서 수갑을 찬 한 소년이 ‘이거 풀어달라 너무 꽉 묶었다.’고 요구하며 경찰관을 향해 욕설을 쏟아내는 장면이 고스란히 담겼다.
이 소년은 ‘불리할 때만 존댓말을 쓰냐’고 꾸짖는 경찰관의 배 부위를 발로 두 차례 차고서도 분이 안 풀렸는지 계속해서 욕설을 일삼았다.
영상을 본 누리꾼들은 “경찰 공무집행 방해는 미성년자라도 강하게 처벌해야 한다” “체벌은 안 된다는 내 믿음을 저버린다” “저걸 참아낸 경찰관이 대단하다” 등의 댓글을 달며 분노했다.
영상 속 소년의 앳된 얼굴과 14세로 특정한 나이 때문에 ‘촉법소년임을 알고 일부러 저러는 것’이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일부 누리꾼은 “저 소년은 만 나이로 하면 촉법소년”이라며 “촉법소년이 처벌받지 않는다는 걸 알고 안하무인으로 행동하는 것”, “촉법소년 폐지하라” 등의 댓글을 달기도 했다.
성인과 다름없는 강력범죄 저지르는 아이들
미디어의 급속한 발달은 산업의 발달과도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 또한 그로 인한 부작용도 적지 않은 게 현실이다. 그만큼 다양한 미디어 환경을 접할 수 있는 제한이 없음으로 인해 범죄에 노출되는 연령대 또한 낮아지고 있으며, 어린 청소년들의 범죄도 해를 거듭할수록 늘고 있는 추세다.
청소년들의 그 범죄 수법이나 대담성은 실로 성인과 별반 다르지 않은 경우가 많으며, 그렇게 범죄를 저지르고도 단지 ‘촉법소년’이라는 이유만으로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 것에 대한 사회적 비판이 일고 있는 요즘이다.
더욱 문제 되는 것은 이 촉법소년이란 법적 제도를 어린 청소년들이 악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명백한 범죄를 저질렀음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당당하게 본인들은 촉법소년이기 때문에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다고 되래 큰 소리를 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세상이 참 변해도 너무 무섭게 변해가는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이처럼 촉법소년이라는 제도가 도마 위에 오르면서 갖가지 잡음이 생겨나고 있는 상황에서, 상당수의 국민들도 이 제도에 대해 많이들 알고 있다.
해당 나이대의 어린아이들이 범죄를 저지르게 되면 형사상의 책임을 질 수 없다고 판단하여, 형사재판이 열리지 않고 있다. 아이들이 세상 무서울 것 없이 범죄를 저지르고 다녀도 대부분 ‘보호처분’에 그치는 것이 과연 올바른 것일까.
이 보호처분이란 그 학생의 장래의 신상에 어떠한 영향도 끼치지 아니한다. 즉, 장래에 불이익을 주지 않음으로써 해당 가해 학생이 다시 사회로 나왔을 때 새로운 생활을 잘할 수 있도록 도우려는 것이며, 보호처분은 바로 교화의 목적인 것이다.
그렇다면 이 촉법소년의 기준이 되는 만 14세 미만은 어떤 기준으로 정해진 것일까.
촉법소년이라는 것이 처음 지정된 것은 생각보다 꽤 오래 전인 1953년 형법의 제정과 함께 지정되었다. 당시의 만 14세 미만은 누가 보더라도 범죄와는 전혀 상관이 없고, 어울리지도 않는 그런 나이였다고 봐도 무방하다.
하지만 요즘처럼 미디어가 발달하고 SNS를 통해 그 누구나 어떤 정보라도 쉽게 접할 얻을 수 있는 세상에서 어린아이들이 범죄의 다양한 환경에 노출되어 있다는 점을 눈여겨보아야 한다. 또한 발육이 빨라지고 여러모로 세상을 익힐 기회가 많아진 세상에서 더 이상 지금의 아이들을 예전과 같은 잣대로 평가해선 절대로 안 된다는 것이다.
보호처분 효과에 대한 강한 의문
갱생, 교화의 기회가 더 중요할까
실제로 해마다 소년범죄는 늘고 있는 추세이며, 전봉민 국민의힘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촉법소년 범죄 발생 현황은 △2018년 7364명 △2019년 8615명 △2020년 9606명 △2021년 1만1677 △2022년 1만 6435건으로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같은 기간 강력범죄를 저지른 촉법소년 역시 △2018년 450명 △2019년 397명 △2020년 440명 △2021년 479명 △2022년 631명으로 증가 추세다.
또한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이 경찰청에서 받은 통계에 따르면 형사처벌을 받지 않은 촉법소년이 2022년 기준 1만 6435명으로 최근 5년 사이 2배나 늘었다.
그 범죄의 유형도 경악을 금치 못하게 만드는 사례들을 우리는 매스컴을 통해 종종 접하고 있기도 하다. 어린 아이들이 각종 SNS를 통해 마약을 접하고, 특수절도를 저지르거나 집단폭행 및 강간이라는 강력범죄를 저지르는 경우도 있다.
촉법소년 폐지를 찬성하는 이유를 종합해 보면, 우선 성인 범죄와 전혀 다를 것이 없는 범죄라는 것이다. 차량 탈취나 폭행, 감금, 절도 및 성폭행 등은 결코 어린 나이의 행동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보호처분 효과에 대한 의문이다. 지난 2021년 법무부 보호관찰 대상자의 재범률에 따르면 소년 대상자의 재범률은 12%로 성인 대상자의 약 2.6배로 나타났다. 또한 과거 학생들과 다른 성숙도를 꼽을 수 있다. 지금의 아이들은 정신적이나 육체적으로도 그 발달 속도가 매우 빠르며, 1953년에 재정된 소년법은 현실성에 맞게 고쳐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들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촉법소년의 연령 하향이나 촉법소년 폐지를 외치고 있으며, 그러한 목소리가 사회적으로도 큰 호응을 얻고 있는 것이 지금의 분위기다.
피해자와 그 가족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아놓고, 단지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법망을 교묘히 빠져나가는 촉법소년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에 큰 힘이 실리고는 있지만,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와는 달리 촉법소년 폐지 반대에 대한 목소리도 적지 않다.
소년원에 다녀온 청소년들의 1/5은 3년 내에 다시 소년원에 들어간다는 통계가 있다. 이러한 통계 자료는 현재 고안되어 있는 사회 교화 시스템이 완전히 작용하고 있지 않다는 반증이기도 한다.
또한 별 볼일 없어 보이는 일로 고집을 부리고 어리광을 부릴 나이인 어린 아이들이 온갖 범죄를 저지르는 모습을 보면서도, ‘약았다’고는 하지만 아직 어린 아이이고, 몸과 마음이 다 자라난 것이 아니라는 것도 사실이며, 어른의 눈과 사회의 관심에서 멀어진 아이가 없는지 보다 면밀히 살필 수 있는 시스템과 아이들이 범죄가 아닌 다른 것에 집중할 수 있게 하는 실질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촉법소년 폐지 시 우려되는 상황 즉, 재범률의 증가와 같은 부정적인 영향을 우려하고 있다. 아이들이 일반 수감자들과 수감생활을 같이 한다면 열악하고, 안전하지 않은 환경에서 성장함으로써 이는 재범률 증가와 같은 악영향으로 이어질 수 있고, 폐지보다는 개선하는 방향으로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한 유엔은 1989년 전 세계 아동들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유엔 아동권리협약’이라는 국제 협약을 체결했다. 대한민국은 1992년에 이를 비준했는데, 촉법소년을 폐지하면 유엔(UN) 아동권리협약에 위반된다는 이유를 들고 있다. 이러한 것들이 촉법소년 폐지를 반대하는 이들의 주된 주장이다.
현실 여론과 반대로 가는 유엔 아동권리협약
만 12세 이하인 국가에 상향 조정 권고까지
촉법소년 폐지를 강력히 주장하는 사람들은 아이들이 극악무도한 범죄를 저질렀음에도 형사처벌을 받지 않고, 자신들이 행한 행동에 별다른 죄책감도 느끼지 못하며, 간혹 피해자들을 조롱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촉법소년이 처벌을 완전히 피해가는 것은 아니다. 범죄를 저지르게 되면 ‘소년재판’이라는 것을 받게 되며, 1~10호 사이의 소년보호처분이 결정된다. 또한 높은 수위의 보호처분을 받게 되면 소년원에 수감되기도 한다.
소년법에 따라 소년원 송치, 보호관찰, 사회봉사 등의 보호처분을 받지만 가장 무거운 처분(10호)을 받아도 2년간 소년원에 다녀올 뿐이며 전과기록도 남지 않는다. ‘14세가 되지 아니한 자의 행위는 처벌하지 않는다’는 형법 9조의 규정 때문이다.
가장 무거운 처분(10호)을 받아 소년원에 수감될 경우 일반 성인들이 범죄를 저질러 감옥에 수감되는 것과는 그 본질적인 성격이 다르긴 하지만, 소년원 내에서 어떠한 활동도 할 수 없다. 사회와 단절되어 살아가야 하는 면이 다소 일반 감옥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소년원에 수감되면, 한창 사회활동을 하고 사회성을 길러야 할 청소년기에 분명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다만, 이 소년보호처분이라는 것이 아이들이 성장해서 나중에 사회생활을 하는데 아무런 전과가 남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가해 당사자나 그 부모들 역시 심각하지 않게 여기는 것이 문제다.
이러한 반대 여론도 있긴 하지만, 날로 흉악해지는 아이들의 범죄에 촉법소년 연령 하향 및 폐지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계속해서 커져만 가고 있는 실정이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연령 하향 조정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그 이유를 들여다보면, 범죄 예방에 실효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또한 국제 인권 및 유엔 아동권리협약 관점을 거론하면서, 유엔 아동권리협약은 형사 미성년자의 연령인 만 12세 이하인 국가에 상향 조정을 권고하기까지 했다는 점을 예를 들었다.
법 앞에서 국민 모두가 평등해야 하지만 현실은..
보호처분 후의 교육 및 상담 인프라 확충 필요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2022년 법무부장관에 취임한 직후부터 촉법소년 연령 하향과 관련한 내용의 법안 발의를 추진해 왔다. 지난 20대 국회에서만 14건의 관련 법안이 발의됐으나 임기 만료로 모두 폐기됐다. 21대 국회에서는 촉법소년 연령을 낮추거나 특정 범죄에서 촉법소년 제도를 폐지하는 내용의 개정안이 총 9건 발의돼 계류돼 있었으나, 이 또한 21대 국회 임기가 끝나면서 자동 폐기됐다.
이렇듯 법의 폐지가 아닌 연령 하향 개정조차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렇게 민감한 사회적 문제를 개선하기까지는 험난한 과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신숙희(54·사법연수원 25기) 대법관은 지난 대법관 후보자 시절 촉법소년 연령 하향에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그의 지난 국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 서면답변 자료에 따르면 촉법소년 연령 하향에 대한 입장을 묻는 더불어민주당 김승원 의원 질의에 “청소년 범죄의 흉포화를 이유로 소년범을 일반 형사법으로 처벌하는 것을 확대하는 게 능사는 아니라고 본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소년은 아직 인격이 형성되는 과정에 있고 기본적으로 사회가 보호·훈육해야 하는 대상”이라며 “개별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형사 책임연령을 일괄해 낮출 경우 책임능력을 갖췄다고 보기 힘든 소년까지 형사처벌의 대상이 될 우려가 있고, 개선 가능성이 충분한 청소년도 사회적 낙인 효과로 사회 복귀가 어려워지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소년법 폐지와 관련해서도 “소년의 선거권, 복지, 미성년자 연령 기준 등과 관련해 공직선거법, 아동복지법, 민법 등 전반적인 법체계 재정비를 전제로 논의돼야 하는 사항이므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했다.
신 대법관은 개헌이 이뤄질 경우 개정이 필요한 사안에 대해선 “시대적 흐름, 우리나라가 1991년 비준한 유엔아동권리협약 내용, 다수 아동이 보호 사각지대에 놓인 점 등에 비춰 아동 기본권 조항 도입에 관한 국민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결국 형사책임 능력과 범죄의 예방이라는 두 가지 목적의 균형을 어떻게 맞추느냐의 문제인데, 그래도 촉법소년이라는 자신들의 사회적 위치나 신분을 방패 삼아 엄연히 존재하는 법의 테두리를 벗어나 각종 범죄를 일삼는 아이들을 그냥 두고만 볼 수는 없는 일이다.
촉법소년을 마치 암행어사 마패처럼 마구 휘두르는 그 아이들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하지 않을까. 법 앞에서는 남녀노소, 나이를 불문하고, 세상 모두가 평등하고 공평해야 하지 않을까.
대체적으로 아이들이 만 10세부터 사회성을 습득하기 때문에 촉법소년 상한을 만 13세로 낮추는 것은 충분히 가능해 보인다.
그들(촉법소년)이 미숙해서 행동의 취지를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은 요즘같이 정신적, 육체적 발육상태가 좋은 아이들이 사는 세상에서는 그 설득력이 현저하게 떨어진다는 것을 알았으면 한다. 이 정도의 나이면 충분하다는 말이다.
71년 전의 아이들과 지금의 아이들의 정신상태 및 발육상태 등이 같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과연 대한민국 국민 중 몇이나 될까. 왜 세상은 이렇듯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데, 법은 구한말시대 그대로인지, 법을 만들고, 법을 집행하는 사람들에게 진심으로 묻고 싶을 뿐이다.
다만, 촉법소년 폐지나 연령 하향을 반대하는 주장을 펼치는 사람들의 말처럼 교화를 위한 제도적 보완도 반드시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형사처분을 통해 아이들의 범죄를 억제함과 동시에 형사처분에 해당하지 않는 아이들은 보호처분으로 개선, 교화할 수 있는 사법체계 전체를 바꿔야 할 것이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지금처럼 보호처분 후 반성문만 작성하게 하는 것은 분명 한계가 있다. 그 행위에 대한 진실성이 진위여부를 판단할 기준조차 없는 상황에서 반성문만 반복적으로 작성하게 하는 것보다는, 보호처분 후의 교육 및 상담 인프라가 확충되어야 할 것”이라 말했다.
촉법소년 폐지는 범죄 예방과 사회 안전을 위한 필요한 선택일 수 있다. 현재의 촉법소년제도는 피해자의 권리와 안전을 보호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범죄자에게 그에 합당한 처벌과 적절한 교육을 통해 사회적 책임을 충분히 느끼게 함으로써 보다 안전하고 공정한 사회를 구축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촉법소년 폐지 시, 미성년자들이 갱생이 어려워져 계속 범죄 가능성이 존재하는 것도 생각해 볼 일이며, 상당수의 경범죄 사건에서 교화의 기회를 박탈당할 수도 있을 것이다. 앞서 언급한 UN 아동권리협약에서처럼 우리나라에서만 강력한 처벌을 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일이다.
우리 사회 전체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는 않은, 보다 효과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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