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보 취재] [2보]포천시 가족센터 7명 집단사표 권고사항과 지시사항의 차이는 갑과 을의 시각 차이인가?

센터장 ID 취득·활용 허용과 종료를 알리는 쌩뚱맞은 공문은 누구의 필요성에
의한 공문이었는지? 공문 발송 지시는 누가 했는지?

편집부 승인 2024.06.04 13:09 | 최종 수정 2024.06.04 17:33 의견 18

직장인이 사표를 내는 이유는 다양하게 존재한다. ▲과도한 업무와 열악한 환경 ▲비전 없는 직장 ▲직장 내 왕따 ▲ 연봉의 차이 ▲상사와의 갈등 등 많은 이유로 고민 끝에 사표를 낸다. 하지만 직장 동료가 사표를 낸다고 해서 따라서 사표를 내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더군다나 고용승계 원칙이 명시되어 평생직장이라고 할 수 있는 가족센터 직원 7명이 집단으로 사표를 제출한다는 건 이례적인 사건이다. 포천시청 A팀장이 주장하는 “가족센터 내에 말 잘하는 한 사람한테 회유당한 집단사표”라는 말은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힘들다. 가족센터 직원들을 견딜 수 없게 만든 그 무엇이 존재한다고 보는 것이 합당한 추론이다. 그것이 업무에 연관된 사람의 문제인지 혹은 시스템의 문제인지 사실 파악을 하는 것은 건전한 직장문화 형성과 사회 발전을 위해 필요한 일이다. 시사의창이 포천시 가족센터 관련 취재를 시작한 것은 이런 문제의식에서 비롯됐다. 지난 5월, [1보] 기사(https://sisaissue.com/View.aspx?No=3219076) 가 송출된 후 유선과 댓글로 응원과 비난이 교차했다. 기사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표출되는 건 바람직한 현상이다. 하지만 안타까운 현상은 포천시청을 비롯한 관련 공무원들의 제 식구 감싸기 행태와 책임 미루기 행정이다. 취재가 시작된 후 여성가족부, 경기도, 포천시청, 한국건강가정진흥원 관계자 7명이 포천시 가족센터를 방문해 다문화가족 특성화 사업 합동 점검을 한 바 있지만 현 사태에 대해 어느 기관에서도 책임 있는 답변이나 해결책을 제시하는 곳은 없었다. 특히 업무 권한에 대한 엇갈린 해석과 매뉴얼로 논쟁의 빌미를 제공한 한국건강가정진흥원(이하 한가원)의 무책임하고 무성의한 행태는 한가원의 존재 이유 자체를 알 수 없게 만들고 있다.

©gettyimages(위 사진은 특정사실과 관계없음)


[시사의창 2024년 6월호=김성민 기자] 포천시 가족센터 집단퇴직자들 “포천시청 A팀장과 B주무관은 실질적 인사권을 행사하고 고용불안감을 조성하는 월권행위를 했다.” & 포천시청 A팀장 “권고를 했을 뿐 지시한 게 아니다.”


포천시 가족센터 퇴직자(이하 가족센터 직원)들은 포천시청 A팀장과 B주무관이 실질적 인사권을 행사하고 고용불안감을 조성하는 월권행위를 했다고 주장했다. 고용승계에 대한 불안감을 주는 협박성 발언과 가족센터 조직개편 및 인사에 지속적으로 관여했다는 것이다.
포천시 가족센터 복무규정에는 센터의 직원은 센터장이 임면하되 관할 지방자치단체장에게 사후보고 하도록 되어 있으나 실질적으로는 A팀장과 B주무관이 센터업무 전반에 깊숙이 관여해 센터의 자주성이 훼손되고 직원들은 무기력 상태에 빠졌다고 한다.
이에 대해 포천시청 A팀장은 “권고 사항이지 지시사항은 아니다. 위탁기관(관리·감독 기관)의 입장에서 권고를 하면 결정과 시행은 센터장이 한다.”며 월권행위를 했다는 주장을 일축했다.
A팀장은 자신의 권고사항을 지시사항으로 받아들인 가족센터의 문제라는 입장이다. 상호간 입장 차이를 들으면서 문득 “제안을 했지, 명령을 한 게 아니다.”라는 해병대 사단장의 말이 오버랩된다. 사단장은 명령이 아닌 제안을 했다지만 여단장, 대대장은 명령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현실이 웃프다.
포천시 가족센터에서 벌어진 두 가지 실제 사례를 보면서 권고인지, 지시인지에 대한 판단은 구독자에게 맡겨본다.
첫 번째 사례는 2023년 8월, 포천시 가족센터는 조직개편을 위한 내부 논의를 마치고 동년 10월 1일부터 적용하게 될 조직개편안을 포천시청에 보고했다.
포천시청 측은 센터 측이 보고한 조직개편안을 승인해주지 않고 특정직원의 이름과 업무 배치를 세세하게 지정한 변경된 조직개편안을 센터 메일로 보냈다.
결국 센터의 내부논의는 무효화되고 B주무관이 센터에 보낸 메일 내용 그대로 조직개편이 시행됐다. 이로 인해 센터 직원들은 예상치 못한 팀 이동 및 업무변경을 해야만 했다.
A팀장의 말대로라면 권고 사항을 메일로 보냈을 뿐인데 센터장이 100% 수용하고 시행한 격이 되는 것이다.

포천시청 B주무관이 가족센터에 보낸 메일 내용 캡처

포천시 가족센터 복무규정에 명시된 센터직원 임면 권한 구분표


두 번째 사례는 가족센터 직원 L씨의 내부승진이 좌절된 사건이다. 포천시 가족센터 H센터장은 공석이 된 팀장 자리에 센터 직원 L씨를 내부 승진시키기 위한 직급변경 충족요건 관련 근거자료를 찾으라는 지시를 직원에게 내렸다.
이에 센터 직원은 가족센터 운영규정과 사업 매뉴얼을 발췌해 L씨가 팀장으로 내부 승진하는데 문제가 없음을 센터장에게 서면으로 보고했다. 가족센터 직원의 임면에 대한 권한은 센터장에게 있으므로(지자체장에게는 사후 보고) L씨의 팀장 승진은 사실로 받아들여지는 듯 했지만 결과는 외부 채용공고 후 다른 사람으로 결정됐다. 이 또한 A팀장은 권고만 했을 뿐이고 센터장은 권고사항을 수용했다는 말이 된다.

권고사항과 지시사항의 미묘한 차이는 갑과 을의 시각 차이인가?


위 두 사례를 살펴보면서 권고사항과 지시사항의 미묘한 차이에 대한 생각을 해본다. 권고사항(Recommendation)은 어떤 행동이나 선택을 권장하는 것으로 권고를 받은 자는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는 것이다. 반면에 지시사항(Instruction)은 특정한 작업을 수행하거나 결과를 달성하기 위해 정확한 방향을 제시해 해석의 여지가 없도록 구체적으로 작성되는 차이점이 있다. 수탁기관인 가족센터 입장에서는 위탁기관인 포천시청 B주무관이 보낸 이메일 내용이 해석의 여지가 없도록 구체적으로 작성, 지시했다고 판단할 수 있어 보였다. 즉 가족센터 직원들 입장에서는 권고사항이 아닌 지시사항으로 받아 들였고, 이를 센터 운영규정에 위배되는 월권행위로 판단한 것이다.

A팀장 “가족센터장의 ID 활용해 실적시스템 자료 열람한 것은 문제없다.”는 발언 후 가족센터에서 보낸 센터장 ID 활용하라는 시간 순서 맞지 않는 수상한 공문


기자는 지난 4월 23일 포천시청을 방문, A팀장과 1시간 넘게 인터뷰를 진행했다. 대면 이전에 40분 정도의 통화에서 이해하지 못한 부분들을 풀고 가족센터 집단 퇴직자들의 주장에 반하는 A팀장의 반론을 듣기 위함이었다.
이 자리에서 핵심 논점 중 하나인 가족센터장 ID를 받아 센터 업무 전반을 살펴 본 것이 합당한 업무인가에 대해 A팀장은 “변호사의 자문을 받아 진행했고, 허위 실적 보고한 건은 국고보조금 부당 청구까지도 갈 수 있는 상황이어서 반드시 확인했어야 하는 부분이었기에 문제없다.”라고 강조했다.
A팀장과의 대면 인터뷰를 마친 23일 오후 포천시 가족센터에서 포천시청으로 보낸 수상한 전자문서가 있음을 나중에 확인할 수 있었다.
기안일자는 4월 18일, 발송일자는 4월 23일로 적힌 문서의 수신인은 포천시장(여성가족과장)이며 『포천시 여성가족과가 4월 12일 가족센터에 발송한 ‘다문화가족특성화사업 현장 점검 자료 제출 요청’이란 제목의 공문과 관련하여 다문화가족 특성화사업 현장 점검 요청 자료 중 미 제출 자료 건에 대한 지자체의 요청으로 점검기간 동안 한시적으로 한국건강가정진흥원 가족서비스 실적시스템 현황 자료 열람을 허용합니다. 이에 점검 자료 제출 기간 종료와 함께 열람을 철회합니다.』라는 내용이었다. 즉 센터장 ID를 활용해 가족센터 실적시스템 현황자료 열람을 허용한다는 내용이다.

행위가 이루어진 후 발송된 공문은 누구의 필요성에 의한 공문이었는지? 공문 발송 지시는 누가 했는지?


기자가 다녀간 후 가족센터에서 포천시청에 보낸 메일을 수상하다고 표현한 것은 공문을 보낸 시점이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A팀장은 지난 4월 5일 센터현장점검 이후 센터장 ID를 취득해 4월 8일과 12일, 언어발달이용자(보호자)의 휴대폰으로 전화해서 모니터링을 한 적이 있다. 즉 이미 센터장 ID는 취득해 활용했고, 공교롭게도 기자와 인터뷰한 23일에 센터장 ID 활용과 종료 공문을 받은 것이다.
변호사 자문을 받고 진행한 업무여서 정당하다고 말한 A팀장이 뒤늦게나마 공문의 필요성을 느낀 것인지, 아니면 가족센터에서 공문의 필요성을 느낀 누가 있었는지는 아직 확인이 필요한 부분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4월 23일 공문은 이미 행위가 이루어진 한참 후에 보내졌다는 사실이다. 누구의 필요성에 의한 공문이었는지? 공문 발송 지시는 누가 했는지? 궁금해진다. 만약 센터장 ID를 취득·활용한 것이 개인정보보호법에 저촉된다고 가정하면 필요성을 느낄 사람은 두 사람으로 압축해 볼 수 있다.

한국건강가정진흥원 홈페이지 캡처


한국건강가정진흥원의 일관성 없는 매뉴얼과 책임감 없는 답변으로 신뢰성 상실


앞서 [1보]에서 언급했듯이 양측의 업무 관련 분쟁의 도화선이 된 한국건강가정진흥원의 일관성 없는 매뉴얼(권한정의서 포함)과 e-업무지원시스템을 통한 질의에 책임감 없는 답변은 가족센터 직원들에게 신뢰성을 상실하고 있다.
포천시청 A팀장으로부터 실적시스템 권한부여를 요청받은 포천시 가족센터 K선생은 한가원 e-업무지원시스템을 통해 질문을 했고, 한가원 담당자는 시군구 공무원 권한 부여 시 해당 시군구 기본정보, 기본사업 실적보고서, 정보 광장만 열람되도록 설정되어 있다며 권한정의서를 통해 안내했다.
권한정의서는 『이력관리는 개인정보 및 민감 정보 포함된 메뉴로 담당지도사만 열람 가능』이라고 명시되어 있다. K선생은 한가원의 교육 과정에서도 배운 사항이고 매뉴얼에도 분명하게 명시되어 있기에 매뉴얼대로 업무처리를 한 것이 결국 A팀장과 더 큰 충돌지점이 되었고, 급기야 A팀장은 센터장의 ID를 취득해 전체 정보를 열람할 수 있었다. 설사가상 한가원 담당자는 A팀장과 통화 후, K선생한테 한 답변과는 다른 결론을 내려 혼란을 야기했다.

한국건강가정진흥원, 공공기관 맞나?...“존재 이유 자체가 애매하다.”


한국건강가정진흥원은 가족정책을 지원하는 공공기관으로 가족센터 사회복지사에게 매뉴얼, 신규양성교육, 실무자역량강화교육, 시스템 변경 교육 등 모든 업무 교육을 하고 있다. 한가원으로부터 교육받은 사회복지사들은 현장에서 한가원의 매뉴얼대로 업무처리를 하고, 애매한 사항은 질의·응답으로 해결하고 있다. 상황이 이럴진대 사회복지사들에게 한 답변과 위탁기관 측에 한 답변이 다르다면 공공기관으로서의 한가원의 신뢰도 추락은 물론 존재 이유 자체가 불분명 해진다.
또한 현장에서 뛰고 있는 사회복지사들은 업무 수행에 애로를 겪을 수밖에 없다. 현 상황에 대한 한가원 측의 대답은 옹색함 자체였다. 한가원 측은 “현재 상황 파악 중이어서 마땅히 답변할 내용이 없다. 전달될 때마다 상황과 이해하는 정도가 다 다른 것 같다. 권한정의서는 한가원이 업무에서 실적량을 관리하는 내부의 기준이라서 업무적인 권한과 사업관리 감독의 권한과는 구분이 된다.” 는 해괴망측한 논리로 일관했다. 그러면 한가원의 교육과 매뉴얼을 보고 그대로 업무처리를 한 사회복지사가 피해를 볼 땐 어떻게 해야 하느냐?라는 질문에는 엉뚱한 답변으로 피해나갔다.
앞으로 한가원의 교육 내용에 『아무 일 없을 땐 우리 매뉴얼을 따르되, 위탁기관이 요구하는 사항은 무조건 따르세요.』라고 주의사항을 달아야 하지 않을까?

가족센터 직원들이 애로사항을 적어 센터장에게 전달했으나 달라진 건 없었다.


포천시 가족센터에서 센터장의 역할은 어떤 것인가?


센터장은 수탁기관장이 위탁기관장의 승인을 받아 임명하는 비상근 기관장이다.
비록 비상근 기관장이지만 조직을 운영하고 인사관리를 하며, 직원들을 동기부여하고 비전과 목표를 설정하는 중요한 자리다.
하지만 포천시 가족센터장은 이런 역할을 수행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직원들의 애로를 청취는 했지만 해결하지 못했고, 내부적으로 협의를 하고도 내부 의지를 성취하지도 못했다. 지난 2월 6일, 센터 직원들이 집단 사표를 제출하기 전, 직원 9명은 업무에 대한 부담감과 어려움을 호소하는 편지를 센터장에게 보낸 바 있다.
직원들이 보낸 편지에는 “하루 종일 화장실도 제대로 못가며 일을 하는 상황으로 출근을 생각하면 머리가 아파온다. 살려 달라.”, “한쪽 팀장의 부재로 다른 쪽 팀장에게 업무가 과중하게 배정되어 팀원들도 갈피를 못잡고 있다.”, “본인의 담당 사업들도 문제없이 진행해야 하고 동시에 아이 돌봄 연계, 민원처리 등 이 모든 걸 처리해야 하는 지금 하루하루가 너무 버겁고 지치는 상황이다.”, “아돌 업무를 병행하며 활동가 선생들과 이용자들의 클레임에 매일 눈물이 나고, 언제까지일지도 모르는 아돌 업무 지원으로 매일 우울하다.”, “안 들어도 되는 욕까지 듣게 되고 정신적으로 힘들고 옆에서 힘들어하는 동료들의 모습을 보면서 안타깝고 안쓰럽다.” 등 절규하는 내용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덧붙여 A팀장의 의견이 전적으로 반영된 아동전담인력 채용 결과는 결국 남아있는 직원들의 고통으로 돌아오고 있다면서 논쟁 이후에도 고정 인사위원으로 남아있는 A팀장에 대한 불안감도 적었다. 이들은 마지막으로 “그동안 노력했던 저희 직원들의 모습을 봐주시길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저희는 이제 가족센터의 자율성을 회복하고, 하루속히 센터 업무를 정상화시키고 싶습니다. X팀장님과 저희를 믿어주시고, 저희의 의견대로 사업을 추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라며 글을 마무리했다.
이들의 애절한 편지에도 불구하고 변하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센터의 자율성을 회복하고 정상화시키려는 9명 직원들의 바람은 결국 메아리 없는 외침으로 끝났다. 그리고 그들은 집단 사직이라는 아픔의 길을 걸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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