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충원 탐방르포] 호국(護國), 충정(忠情), 6월의 결기, 오늘에 이어받다.

- 국립묘지 월남전 전사자 묘역, 묘지번호 254번 故장소길 대위 묘지엔 원길회 회원들 발길 이어져...

- 1965년 월남파병, 북한을 향해 대한민국 자유민주체제의 수호의지와 결기를 확인시킨 전쟁

- 선영제 전 장군, 우리시대 갈등문제는 역사인식의 오류에서 시작 - 바로잡아야

- 국가 안보문제, 상대방의 선의를 바라기보다는 악의를 전제로 준비하고 대비해야...

강현섭 승인 2024.06.03 15:21 | 최종 수정 2024.06.03 15:35 의견 0

[시사의창=강현섭 기자] 6월은 호국 보훈의 달이다. 쾌청한 6월의 첫 날, 기자는 이른 아침 군사도시 원주를 출발한 일단의 추모객들이 국립현충원의 월남전 참전 전사자 묘역을 찾아 추모하는 현장에 동참했다.

신록을 한껏 자랑하는 국립묘지엔 맑고 청아한 기운 속에 오와 열을 맞추어 조성된 전사자 묘역이 잘 관리되어 있었으며 전사자들의 묘비 앞엔 국가를 위해 자신의 몸을받쳐 고인이 된 애국자들을 추모하는 평판이 설치되어 있었고 석제 꽃병에는 개개의 추모객들이 놓고 간 꽃다발과 일사분란하게 놓인 가운데 자랑스런 대한민국의 태극기가 펄럭이고 있었다.

2024년 6월 초하루의 현충원, 맑고 청아한 기운이 호국영령이 국립묘지 이곳 저곳에 스며들어 있다.


2024년 6월 1일 14:30분 현충원의 故 장소길 대위의 묘지를 찾은 장춘길(83세, 장소길 장학재단 이사장)씨와 가족, 친지들은 조용히 53년전 전사한 동생의 묘지를 살펴본 후 헌화와 함께 가족 예배후 기도를 드리고 있었다.

국립현충원 월남전 전사자들의 묘역
묘지번호 254번, 고 장소길대위의 묘소에서 참배하는 장춘길씨의 가족들이 참배를 드리고 있다.


애국(愛國)과 헌신(獻身)을 넘어선 살신의 영령(英靈)에 대한 위안의 기도가 이어졌고 살아남아 숨 쉬는 가족들의 간구엔 소리 없는 흐느낌마저 느껴졌다. 감히 범접할 수 없는 경건의 시간이었고 어쩌다 국립 현충원을 찾은 기자 역시, 그들의 기도에 아멘으로 함께했다.

"장춘길 ‘장소길장학재단’ 이사장은 해마다 자신이 후원하고 있는 원길회(회장 정주교 65세) 회원들과 함께 매년 6월 초하루를 이곳 월남 전사자 묘역에서 현충일 모임을 갖고 故 장소길 대위의 묘지를 찾아 고인의 넋을 기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원길회 소속 김창순 회원은 "장 이사장이 동생 故 장소길 대위가 월남전에서 유해로 국내에 송환되자 국가가 지급한 위로금 전액을 고인을 추모와 함께 고인이 학창시절 꿈을 키워왔던 강원도 원주고등학교에 장학금으로 내놓았으며 그 후에도 원길회의 발전을 위해 장 이사장은 후원을 마다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원길회 소속 동기들이 월남전참전 전우들이 잠든 묘역에서 고 장소길대위를 추모하며 담소를 나누고 있다.


그 장학금이 한 알의 밀알이 되어 원주고에서 졸업시 주어지는 가장 명예로운 포상으로 여겨지는데 ‘장소길장학금’을 받고 성장한 원주고 출신들이 주축으로 그 뜻에 함께하는 많은 젊은이들이 원길회에 참여하고 있으며 이들은 지역 기부 뿐 만 아니라 현충일 추모행사를 통하여 범위를 넓히며 고인의 살신성인 정신을 잇고 있다는 얘기다.

이날 추모행사에 참석한 법무법인 SC의 조승연변호사(40세)는 “故 장소길 대위의 넋을 기리기 위해 오늘 참석했다”며 원주고 동문들과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조 변호사는 “원길회를 이끌고 있는 정주교 회장의 기민한 리더쉽을 따르고 있다" 고 말하고 " 그간 원길회를 통해 전수 받은 물질적, 정신적 후원에 감사하기 위해 이 행사에 매년 참석한다”고 참석 이유를 밝혔다.

특히 이날 추모행사에는 고 장소길 대위의 육사 및 해사동기생도 같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육사와 해사 졸업 후 각 군에서 장성으로 성장한 이 분들은 선진 대한민국 호국의 역군이었지만 이제는 퇴역 후 故 장소길 대위의 산 증인이 되어 고인의 “헌신”과 “애국” 그리고 “국가에 대한 충성”을 전파하고 있었다.

월남전에서 전사한 고 장소길 대위의 묘지전경


故장소길 대위의 육사 제25기 동기생인 선영제(宣映濟) 전 육군중장은 “고인은 저와 육사 제 25기 동기입니다”며 “故人은 군인이 가져야 하는 개인의 전투활동에서도 모범이었으나 전사(戰死)를 통해 임무수행에 최선을 다한 군인정신의 귀감(歸勘)이 남았다”고 밝히고 “공정(公正)과 정의(正意)를 외치는 오늘날의 중요한 가치를 한 차원 넘어 헌신(獻身)과 결기(決氣)를 보여주었다”고 회상했다.

선영제 전 육군중장이 고인을 회상하며 국가안보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묘역 그늘진 곳 한 켠에 모인 자리에서 宣 중장은 원길회 회원들을 향해 “오늘날 국가 분열과 갈등의 원인은 잘못된 역사인식에서 찾을 수 있다”며 “국가(國史)는 국가의 역사인데 ‘역사는 선악(善惡)을 평가하기 이전, 국민 모두의 것이다’라는 인식으로 게승 발전되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결코 청산이나 타도의 대상이 되어서도 안 된다”라고 자신의 견해를 피력했다.

宣 중장은 자신의 저서 ‘내안의 징비록’ 200여권을 원길회 회원들에게 배포하면서 “경제(經濟)는 잘사느냐 못사느냐의 문제이지만 안보(安保)는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이므로 국방에 있어서 상대방의 선의(善意)를 전제로 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악의(惡意)를 전제로 대비해야 한다”며 국가의 安保優先의 가치를 후배들에게 강조했다.

선영제 장군은 이날 원길회 회원들에게 자신의 책 '내안의 징비록'을 선사하며 '안보는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라며 국방은 상대방의 선의를 기대해서는 안되며 악의를 전제로 준비하고 대비해야 한다'며 안보의식을 강조하고 있다.


한편 원길회 회원들이 마련한 돗자리에선 월남파병과 관련한 선배들의 경험담과 평가도 들을 수 있었다.

고인의 동료였던 권경석 전 의원(제 17,18대 국회의원)은 “박정희 대통령이 1965년 월남파병을 결정한 것은 대민민국 현대사의 중대한 이정표요, 세계사적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말하고 “월남전쟁은 자유민주체제를 수호하기 위한 전쟁이었다”라고 회상했다.

본 기자에게 월남전의 참의미를 설명한 권경석 전의원(맹호 26연대 5중대 2소대장), 원길회 회원인 김종환 전합참의장(고 장소길 대위와 육사 25기 동기)과 김창순씨


월남전 파병의 의미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권 전의원은 “1964~1966년 당시엔 대한민국의 국방력이 북한에 비해 1/3로 열세였고 경제 또한 국민들이 초근목피로 연명해 나가던 시기였지만 ‘한미상호방위조약’에 의거해 미국이 6.25 전쟁 시 혈맹으로 같이 싸워준 것에 대한 당당한 보답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 월남전 참전은 한반도의 대북 방어태세에 있어서도 맹호, 백마의 2개 사단과 청룡여단이 빠진 틈을 미국의 제 21사단과 7사단이 채워짐으로서 미군의 막강한 물자와 전투력인 한반도에 보강되었고 그로 인해 한반도의 북한에 대한 방위력은 오히려 증강된 묘수였다“며 군사적 의미를 덧붙였다.

권 의원은 이어 “월남전의 파병은 대한민국이 분명한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강화시켜 주었을 뿐만 아니라 전 세계 우방과 북한괴뢰정권을 향하여 대한민국의 체제수호의지를 공식적으로 선포 확인시켜 준 계기가 되었다”며 그 의미도 함축하여 설명했다.

월남전 참전의 의미 < 권경석 전의원이 설명한 자료를 토대로 재작성>


권 전 의원은 “실로 8년간의 월남전쟁은 총 60여 억 불의 전쟁특수를 누리게 했다”며 “그외에 플러스 α의 효과도 선물했다”고 덧붙였다.

권 전의원은 “그로 말미암아 ① K-16 자동소총(개인장비) 뿐만 아니라 각종 군 장비와 물자 및 군 편제와 운영이 획기적으로 개선되었고 ② 국가 경제발전의 Seed Money가 축적되었으며 ③ 월남전의 후방에서 지원에 참여했던 건설사 및 병참기업들의 역할은 향후 중동붐을 일으키며 Global 시장확보의 선진경험이 쌓는 계기가 되었다.”며 그 의미를 풀이해 주었다.

53년 전 월남전에 참여하여 백마부대 1중대 2소대장으로 복무하다가 고립된 제 1소대를 구출하기 위한 전투에서 26세의 꽃다운 나이에 전사한 장소길 대위의 영령이 군사도시 원주를 원호하며 원길회를 만들었고 그의 형 장춘길 이사장을 통하여 원길회의 뜻과 가치를 계승하며 앞서거니 뒷서거니 함께하는 원길회원들의 모습은 6.25와 월남전쟁을 경험한 대한민국에서도 그리 쉽게 찾아보지 못하는 광경이 되었다.

원길회는 원주고 출신중에서 장소길장학재단을 통하여 배출된 인재들과 고 장소길 대위의 호국정신을 본받기 위해 장춘길 이사장을 중심으로 사회에 대한 자선과 기부를 통해 대한민국에 기여하는 민간 애국 단체이다.

이날 추모행사 중 원주고등학교 원순만 전 교장선생님도 시간을 같이했는데 원 교장 선생님은 “원주고는 흉상과 기념관이 설치된 유일한 학교가 되었다”며 " ‘장소길 장학재단’을 통하여 원주고는 미래 대한민국의 간성들을 끊임없이 만들어 내고 있어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6월!!

호국을 생각하며 애국을 생각해보자.

국가를 위해 헌신한 이들에 대한 보훈을 위해 뭔가 숙연해지는 계절이 아닌가?

국립현충원 가로에 게양된 태극기


국립현충원의 6월 첫날을 취재하면서 ‘한 알의 밀알이 땅에 떨어져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는 성경구절을 생각하며 기자도 이 분들과 함께 故 장소길 대위의 명복을 빌었다.

특히 장 대위의 전사를 ”가족의 한탄과 슬픔“에 한정하지 않고 ”숭고한 뜻을 잇는 애국과 자유민주 체제로의 가치“로 승화시킨 장춘길 이사장의 노고에 본 기자는 오히려 이 사회에 빚진 감을 느낀 하루였다.

또한 원길회를 말없이 이끄는 정주교 전 소장이 구석진 곳 평평한 곳을 찾아 햇볕 천을 가리며 돗자리를 펴고 접는 봉사의 모습에서 원길회의 영광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이라 확신하며 버찌색 물든 보도를 걸어 국립현충원 문을 나섰다.

2024년 6월 초하루 호국보훈의 달을 맞이하여 국립현충원을 방문,추모하는 대한민국의 젊은이들 모습

몰려드는 젊은 추모객들을 뒤로하며 국립현충원에 게양된 흰색 태극기와 붉은색 국립현충원기가 펄럭일 때 짙푸른 파란색 하늘은 흰 구름의 바탕이 되어 이들의 원주 귀로행을 돕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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