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리사 칼럼] 특허의 요건, 정치의 요건

편집부 승인 2024.05.03 13:47 의견 1

특허법에 의해 보호를 받는 발명은 자연법칙을 이용한 기술적 사상의 창작으로서 고도한 것을 말한다. 그리고 실용신안은 특허와 유사하게 자연법칙을 이용한 기술적 사상의 창작이라고 실용신안법에 정의되어 있다. 그리고 디자인보호법상 디자인은 물품의 형상 모양 색채 또는 이들의 결합으로서 시각을 통하여 심미감을 일으키는 것을 말하며, 상표는 자기의 상품과 타인의 상품을 식별하기 위하여 사용하는 표장을 말한다.

[시사의창 2024년 5월호=박기하 변리사] 산업재산권은 특허와 실용신안과 디자인 및 상표를 통칭한다. 이들을 보호받기 위해서는 특허청에 출원을 한 후 소정의 심사를 거쳐 등록이 완료되면 독점배타적인 권리가 발생한다.
이 중에서 특허등록의 대상이 되는 발명은 그 성립성이 문제되는 경우가 있다. 즉, 자연법칙을 이용한 기술적 사상의 창작이 아닌 것은 발명으로 성립하지 않아 특허등록을 받을 수 없다.
발명의 성립성이 문제되는 예로서 대표적으로 영구기관(perpetual mobile)이 있다. 즉, 에너지 보존법칙에 위배되는, 에너지의 지속적인 공급 없이 스스로 영원히 움직이는 영구기관은 기본적으로 자연법칙을 거스르는 것은 발명으로 성립하지 않아 특허등록을 받을 수 없다.
이렇게 발명으로 성립된 경우에도 신규성과 진보성 등의 특허요건을 갖추어야 특허를 받을 수 있다. 신규성이란 특허출원 전에 국내 또는 국외에서 공지되었거나 공연히 실시된 발명, 반포된 간행물이나 인터넷에 공개된 기술이 아니어야 한다는 특허요건이다. 즉, 특허출원 전에 공지된 기술과 실질적으로 동일한 경우 원칙적으로 특허등록을 받을 수 없다.
그리고 진보성이란 그 기술분야의 통상의 기술자가 특허출원 전에 공개된 선행기술 또는 이들의 결합으로부터 쉽게 발명할 수 없어야 한다는 특허요건으로서 대부분의 특허출원이 실무적으로 심사과정에서 진보성 흠결의 거절이유를 통지받는다.
특허등록을 위해 이러한 특허요건을 모두 갖추어야 하다 보니 적지 않은 고객들은 발명을 거창한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특허요건인 발명의 성립성이나 산업상 이용가능성, 신규성, 진보성 등의 특허요건을 모두 만족하는 경우 특허청은 해당 발명에 대해 특허결정을 통지해야 한다. 즉, 특허법 제66조에 심사관은 특허출원에 대하여 거절이유를 발견할 수 없으면 특허결정을 하여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따라서 신약개발과 같이 제품이 시장에 출시되어 매출이 발생되고 수익이 생기기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한 경우와 같이 연구개발에 많은 노력이 필요한 기술도 특허등록이 대상이 되고, 물건이나 방법에 대한 상대적으로 간단한 아이디어도 위의 특허법이나 실용신안법 등에서 규정한 요건을 모두 만족한다면 동일하게 특허등록이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렇다면 특허등록을 받기 위해 발명의 출발점은 무엇이 되어야 할까? 특허를 거창한 것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종래 기술이 가지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특징적인 구성을 가지고, 이러한 구성을 통해 종래 기술이 가지지 않는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발명이라면 비교적 간단한 아이디어라고 하더라도 특허등록을 받을 수 있다.
어떠한 기술이 오랫동안 적절하게 보호를 받을 수 있거나 큰 경제적 가치를 가져다주는 특허를 일반적으로 좋은 특허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기업의 입장에서는 특허가 단순히 경제적 가치나 기술 그 자체를 넘어 자신의 비즈니스를 영위하기 위한 필수불가결한 수단이 되고 있다.
물론 이와는 반대로 모든 발명이 가치 있는 발명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경제적 가치의 크고 작음을 떠나 사소한 점에서라도 현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술이라면 분명 그 나름대로의 의미를 가지는 기술이 될 수 있다.
특허법 규정에 의하면, 특허출원한 기술을 강제로 공개시키고 그 공개의 대가로 특허권자에게 독점권을 부여한다. 일반 대중들은 공개된 기술의 내용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중복된 기술개발을 방지할 수 있고, 공개된 기술을 좀더 개선하여 연구개발을 할 수 있어 궁극적으로 산업발전에 이바지하도록 할 수 있다.
이러한 특허법의 취지를 고려한다면, 발명은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겪거나 특정한 기술분야에서 생기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에서 출발한다고 할 수 있고, 그러한 노력은 작은 일이나 현상도 그냥 지나치지 않는 관심에서 시작한다고도 말할 수 있다.
한편, 정치는 나라와 국민을 다스리는 일을 말하며, 원래 도시나 국가에서 내부적, 외부적으로 일어나는 여러 법칙의 작용을 의미했다. 정치가 이러한 도시와 국가의 질서를 바로잡고 국민들 상호 간의 이해를 조정하여 궁극적으로 국민들이 보다 나은 삶을 영위하도록 하는 점에서 궁극적으로 산업발전에 이바지하는 발명과도 일맥 상통하는 점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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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명이 종래 기술이 가지는 문제점을 해결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것처럼, 정치도 현재 국민들과 국가가 가지고 있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야 하며, 이를 위해 현재의 문제를 제대로 파악하는 능력과 관심이 필요하다.
물론 정치는 이와 같이 단순히 설명할 수 없는 복합적인 사회 활동이며, 기술과는 다르게 동일한 행위가 항상 동일한 결과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기술이 놀라운 속도로 발전하는 것처럼 국민들의 의식이나 사회 현상도 이에 못지 않게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음을 정치인들은 인식해야 한다. 이에 즉흥적인 관찰과 상황인식만으로는 좋은 정책이나 정치 행위가 발현될 수는 없다.
최근 불거진 의대 증원 사태를 보면 이러한 미흡한 공약과 정책이 우리 삶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실감할 수 있다. 잘못되거나 섣부른 정책은 작게는 단순한 불편함을 넘어 인간의 생명까지도 영향을 미칠 수 있게 됨을 많은 국민들은 다시 한 번 경험했을 것이다. 겉으로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정책이나 공약들은 끊임없는 고민과 연구의 산물이며, 그 출발은 현재의 국민들과 국가에 대한 관심과 애정에서 시작된다는 것은 시대가 변하여도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다.
발명과 비슷하게 정치도 세상을 바꾸기 위한 노력이다. 이제 선거가 끝나고 정부·여당이나 야당 모두 국정쇄신과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들겠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선거기간에 무수히 발표되었던 공약들이 사소한 것이든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는 대규모의 공약이든 모두 세상을 바꾸기 위한 국민들과의 약속이고, 단기간의 선거결과를 위함이 아닌 진정성 있는 공약들이었음을 기대한다.
어떠한 위치에 있든지 선거에 당선된 당선인들이 본연의 임무인 입법활동을 통해 자신들의 공약을 부디 실천할 수 있기를 바라며, 행정부도 지금 이야기하는 국정쇄신을 제대로 실현할 수 있도록 하는 진정성이 있었으면 한다. 빠르게 변해가는 세상 속에서 발명과 마찬가지로 정치나 정책 역시 어떠한 정답이 있을 수 없다. 다만 좋은 정책을 위해서는 늘 세상과 민심의 변화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물론 이러한 정치활동은 정치인들만의 전유물은 아니다. 헌법 제1조에도 명시된 것처럼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참정권과 자치권을 통해 세상을 바꾸는 힘도 우리 국민들로부터 나온다. 우리는 이번 선거를 통해 입법권을 가지는 국회의원을 선출하였지만, 국민참여입법센터 등을 통해 법령 등의 개선에 대한 우리들의 의견을 제안할 수도 있는 기회도 열려 있다. 즉, 정치인들의 관심과 행동 못지 않게 우리의 관심과 행동이 세상을 바꿀 수 있으며, 국민들의 관심과 행동이 결국 국가의 운영에 큰 밑거름이 된다.
좋은 발명이 한 순간 고민으로 완성될 수 없는 것처럼 좋은 정책들도 즉흥적인 발상 등으로 쉽게 만들어질 수 없다. 현재 처한 문제를 깊이 고민하여 원인을 파악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이 무엇인지 다양한 방법으로 연구해야 하는 것은 발명과 정책 모두 공통적으로 적용되어야 필수요소이다.
아이디어와 정치 모두 지금보다는 좀더 내일을 위한 과제에 가깝다. 특별하고 거창한 생각이 아니더라도 우리들의 소소한 관심과 의견들이 모여 우리들의 내일의 삶을 더 밝게 비출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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