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르포] 필리핀에 버려진 코피노를 어떻게 할 것인가? ③

코피노 문제, 이제는 국가가나서 실태 파악과 체계적 지원 방법 강구해야

편집부 승인 2024.05.03 13:22 | 최종 수정 2024.05.03 13:25 의견 0

지난 3, 4월호 두 편에서 코피노의 발생 원인과 몇 가지의 좋지 못한 사례를 들어 대략적인 원인과 현상을 말씀드렸다. 다만 이런 사례는 자극적이고 끈적끈적한 흥미 유발을 목적으로 내용을 구성한 것이 아니다. 사실적이고 현실적으로 이미 발생되어진 코피노 문제를 수수방관하고 애써 외면해서는 안 될 것이라는 필자의 소소한 소망을 담아, 해결책 등 실질적인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믿음에서 이 글을 이어가고자 한다.

구걸하는 거리의 아이들

[시사의창 2024년 5월호=이강현 필리핀특파원] 코피노는 과연 대한민국 국민인가?
여권 한 장이면 전 세계 어디에나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고, 요건만 충족되면 얼마든지 전 세계 어느 곳에서도 자신의 꿈과 희망을 펼치며 스스로의 성공을 실현할 수 있는 글로벌 시대에, 국가 국토의 영역은 흐릿해질 수밖에 없다.
이 상황에서 코피노와 같이 부모 한쪽이 외국인일 경우는 허다하고, 이들 사이에서 태어난 자녀의 국적 문제는 항상 존재했던 것이 사실이다. 외국에서의 출생으로 인해 대한민국 국적을 갖기에는 현실적으로 번거롭고 여러가지 문제가 파생된다.
필리핀의 예를 들자면 당연하게도 국지주의의 원칙에 의거해, 필리핀에서 태어난 자녀는 자동적으로 필리핀 국적을 획득하지만,(사실 이마저도 출생신고 등을 하지 않아 무국적, 무호적의 유령아이도 많다.) 과연 이렇게 태어난 코피노에 대해 대한민국은 이런 아이들을 대한민국 국민으로 받아들일 사회적, 국가적인 합의는 이루어졌는가가 우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만약에 이런 국적 불투명의 아이들이 대한민국 국민이 아니라는 국민적 합의에 도달한다면, 필자는 이 글을 쓸 가치조차 없다고 생각한다.(국민적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는 사실이 우습기는 하지만...)

코피노의 실태 파악이 우선이다
한국인의 우수성, 확장성, 적응력 등은 이미 전 세계에 퍼져나간 해외교민들의 사례 등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다만 거기에서 발생되는 다문화가정은 어쩌면 당연한 거고, 여러 가지 이유로 코피노와 같은 비참하고 감추고 싶은 사연들은 다반사적으로 생길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리하여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코피노 문제는, 문제의 해결에 앞서서 실태 파악이 최우선이고, 얼마 만큼의 코피노가 존재하는지, 어떤 환경에서 어떻게 방치되어 자라나고 있는지 세밀하게 파악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몇몇 개인이나 사회, 종교단체 등에서 찾아다니고 도움을 주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이것은 분명한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이고, 보다 적극적으로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대책 수립이 시급하다 할 것이다.
대한민국 정부와 필리핀 정부 간 유기적인 협력을 바탕으로 개인 및 각종 사회 종교단체와 힘을 합친다면 빠른 시일 내에 상당한 성과를 낼 것으로 믿는다. 특히 지금과 같은 인구소멸과 노령화의 가속화는 국가역량의 축소로 이어지는 만큼, 우리의 핏줄을 찾고, 우리나라의 미래를 개척하는 데 지대한 절실함이 필요할 때다.

필리핀 다문화가족 오정호 복지위원장
필리핀 중부루손 호남향우회 이일로회장


해결책을 개인 등에게 맡겨서는 안 된다
수년 전 국내 TV 방송 등에서 코피노 문제를 심각하게 다루고, 부모찾기운동 등으로 사회적 반향을 크게 일으킨 적이 있다.
주지의 사실이지만 이러한 접근방법은 문제의 해결은커녕, 수많은 부작용의 발생으로 수면 아래에 감추는 역효과를 내는 데 그치고 말았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즉, 개인이나 소수의 사회, 종교단체의 힘과 노력으로는 크게 부족하고, 분명한 한계가 존재하며, 뜻하지 않은 부작용도 발생할 수 있는 소지가 다분하다. 사회적·국가적 인식을 적극적으로 전환하고, 대한민국의 소중한 인적재원 확보와 글로벌 인재양성의 차원으로 접근하여, 국가적 차원에서 보다 치밀하게 계획하고, 해결책을 찾아가는 데 국가는 더이상 망설여서는 안 된다. 결코 개인에게 맡겨서 될 일이 아니다.

필리핀 학교에 컴퓨터를 기증하고있는 국내 복지활동가


체계적인 지원방법을 강구하자
지금 이 순간에도 필리핀 곳곳에서는 수많은 개인과 단체, 종교시설 등에서 각자의 방식과 노력으로 소외된 코피노를 찾고, 배고픔과 배움의 해소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많은 한국인들이 있다.
자랑스러운 한국인임에 틀림없지만, 이들에게도 한계는 분명히 존재하고, 연속성과 지속성을 갖추는 데는 상당한 어려움이 있다. 특히 개인에게는 감당하기 벅찬 것임에 틀림없다.
“보다 아늑하고 따뜻한 주거의 안정성”
“고사리손으로 부끄러움도 잊은 채 걸식하는 배고픔”
“따뜻한 사랑은커녕 멸시와 천대를 운명으로 사는 삶”
우리의 소중한 자손이 이렇게 살도록 방치하는 것은 어른으로서의 사명감 상실이고 죄악이다.
보다 체계적이고 지속적이며 광범위한 해결방법을 찾는 것은 정부 차원의 세밀한 접근을 필요로 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당장 시급한 것은, 길거리를 방황하고 걸식하고, 한 끼의 배고픔에 내몰린 우리의 코피노들을 어떻게 하면 따뜻하게 보듬고, 배고픔을 채워주고, 자랑스러운 한국인으로 커나가는 데 보탬이 될까를 생각하는 방안을 찾는 데 모두의 관심을 얻고자 이 글을 쓴다. 독자 여러분과 뜻있는 국민들의 많은 관심과 애정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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